[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36)] 신임사단장 업무보고, "때의 흐름을 잘 알아서 타야" 실천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4.09.24 15:36 ㅣ 수정 : 2024.09.24 15:36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이 종료되고 난 11월 초에 지휘관의 꽃인 사단장 이취임 신임 사단장, 병원관리(兵員管理)와 사고예방을 가장 중요한 부대운영 지침으로 강조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지휘관의 꽃은 사단장이라고 한다.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이 종료되고 장군 진급인사를 발표하자 11월 초에 충용부대 사단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절뚝거리는 DJ 대대장 자원을 잠시 고민은 했지만 과감히 받아준 사단장 이상신 장군(갑종197기) 덕분에 필자의 대대는 사단 전투지휘훈련(BCTP), 대통령 훈령까지 변경시킨 ‘공군기지방어 전술토의’, 점입가경이 된 ‘예비군 훈련장 사열’, 예비군 총기번호 오류 발견으로 상급부대를 뒤집어 놓은 ‘초도 업무보고’와 동원훈련, 전투지휘검열 수검에 따른 ‘예비군훈련장 시범식견학 행사’ 등의 성과로 대대가 사단의 전반기 최우수부대로 선정되는 상승세를 탔었다.
하지만 동원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던 이상신 장군이 조영호 장군(학군7기)에게 충용부대 사단장직을 물려주고 떠났다. 이상신 사단장의 각별한 신뢰를 받았던 신현정 연대장(삼사9기)도 몹시 아쉬워하며 술을 들이켰다.
바야흐로 학군장교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신 연대장도 그동안의 상황과는 다르게 학군장교인 윤경식 1대대장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물론 임기를 마친 윤 중령은 사단 작전참모를 역임했다.
사실 필자도 대대장 취임후 지난 10개월 동안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쌓아온 입지가 흔들릴 것 같아 걱정이 되었고, 그동안 부족하면서도 절뚝거리는 DJ 대대장 때문에 수많은 고생을 했던 부하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 어쩌나하는 조바심도 있었다.
즉, “그 마음을 다한다면, 그 본성을 알게 된다. 그 본성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된다. 그 마음을 잘 지니고 그 본성을 잘 기르는 것, 이것이 하늘을 섬기는 방법이다. 일찍 죽느냐 오래 사느냐에는 마음을 두지 않고 몸을 닦으면서 기다리는 것, 이것이 명(命)을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맹자의 ‘명(命)’은 운명이나 도덕적 본성으로서 명이 아니라 ‘사태의 흐름이나 추이, 변화’를 가리킨다.
요컨대, 명을 도나 자연, 그 법칙 또는 원리로 이해했다. 따라서 ‘명을 기다린다’고 할 때 그 기다림은 단순히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라 도에 따라서, 자연의 법칙을 좇아서 산다는 뜻이며, 時流(시류) 곧 때의 흐름을 잘 알아서 그 흐름을 타고 사는 것을 뜻한다. 마치 서퍼들이 파도를 기다렸다가 그 파도를 타며 즐기듯이 살라는 말이다.
DJ 대대장을 과감히 받아주어 상승세를 타게했던 사단장 이상신 장군이 떠나고 조영호 장군(학군7기)이 부임한 지 얼마안되어 연대장이 11월 중순에 초도 업무보고를 했다. 그때 신임 사단장 조 장군은 병원관리(兵員管理)를 최우선으로 사고예방을 가장 중요한 부대운영 지침으로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부대는 본연의 임무 수행보다는 후속조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게 되어 전투력 발휘도 제한되기 때문에 사고예방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병원관리(兵員管理)에 최선을 다하라며 배석한 대대장들에게도 명심하라고 강하게 말했다.
군대는 지휘관의 의도를 따르는 것이 모든 임무수행의 핵심이다. 맹자가 자연의 법칙을 좇아서 時流(시류) 곧 때의 흐름을 잘 알아서 그 흐름을 타고 살라고 했던 것처럼 필자가 그동안 지향했던 부대운용의 방향도 전환시켜야 했다. 이 와중에 신임사단장이 초도업무보고를 받으러 12월초즈음에 대대를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 병원관리(兵員管理)를 부각시킨 초도 업무보고로 사단장을 감동시키는 성과를 달성
조영호 사단장의 사고예방 최우선 부대운영 지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병사 개개인의 신상파악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여 사고예방에 대처하면서 생활관 환경을 가정처럼 조성하여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여건조성이라는 판단을 했다.
우선 막사에 병원관리(兵員管理)를 위해 60여명밖에 안되는 전병력의 인적사항을 전산화 시켰다. 이는 필자가 중대장 시절에 38기 후배였던 고(故) 김상철 대위(예비역중령, 전역 후 지병으로 영면)의 포대를 방문했을 때 컴퓨터에 병력들을 전산입력시켜 관리하는 모습을 참고로 벤치마킹해 엑셀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했다.
결손가정 등 필요한 요소을 검색하면 전 대대원중에 해당자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관리에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이미 탁월한 김 후배가 수년전에 활용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당시에는 타부대는 아직 적용을 못하고 있던 상태로 사단에서는 필자가 최초로 시행했다.
또한 병사들이 기거하는 부대막사와 식당이 노후되어 도색을 새롭게 해도 우중충한 모습을 바꿀 수가 없었다. 고민하다가 필자가 청주에 있는 민간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방문했을 때 나무껍질로 인테리어를 한 것에 착안했다.
제재소에서 나무껍질을 얻어와 식단 벽면의 하단에는 벽돌을 쌓고 그위에 나무껍질로 치장하니 신세대 의식 성향을 따라가는 멋있는 민간 레스토랑이나 카페처럼 아늑한 식당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더불어 화장실과 휴게실도 이용시에 좀더 편하고 새롭게 환경을 조성했다. 특이하게도 개선작업을 하던 병사들은 자신들이 활용할 공간이라 더욱 열심히 새롭게 아이디어까지 내면서 아름답게 꾸몄다.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는 말처럼 신임 사단장의 의도에 충실하게 전투준비와 교육훈련은 철저하게 기본을 유지하면서 사전준비한 병력 전산관리와 식당, 화장실, 휴게실 환경개선 등의 병원관리(兵員管理)를 부각시킨 초도 업무보고는 사단장을 감동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위의 사진과 같이 현장을 함께 둘러보던 청원군수와 재향군인회장(학군7기)도 감탄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라며 극찬해 분위기를 띄웠다.
때의 흐름을 잘 알아서 그 흐름을 타고 살라는 맹자의 가르침인 ‘盡其心者 知其性也(진기심자 지기성야)’를 실천한 결과였다.
◀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