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인터뷰 ‘안녕하세요’(6)] 소더비 예술대학원 출신 아트디렉터 윤해정씨, 코로나 이후 뜨거워진 국내 미술시장…미술품 재테크 어떻게 해야 할까?
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4.09.21 08:49 ㅣ 수정 : 2024.10.11 16:57
국내 미술시장 1조원 시대…세계 규모 갤러리‧페어 개최 OECD 평균 거래 규모의 10분의1 수준→성장 가능성 큰 시장 작가‧시장성‧희소성‧진품 여부‧작품 상태‧구성 요소 등 판단 300만원 미만 작품은 갤러리, 5000만원 이상은 페어에서 구매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세실리 브라운’ 인상 깊어…Spaces도 추천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코로나 이후 미술 전시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그림을 투자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미술품 재테크가 단순히 자산 증식 수단을 넘어 문화적인 가치를 담은 특별한 투자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미술품 시장은 리스크와 복잡성을 안고 있어 깊은 이해와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예술품 투자 자문사 ‘로커스 아트(Locus Art)’의 윤해정 아트디렉터를 만나, 미술품 구매 시 주의할 점과 효과적인 재테크 방법 등 궁금증을 나누어 보았다.
그녀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소더비 예술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박사 논문을 통해 미술계와 비즈니스 세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제공했다.
다음은 윤해정 씨와 일문일답.
Q. 지금 국내 미술시장의 열기와 미래 성장 가능성은.
A : 코로나 때 미술시장이 폭삭 주저앉았다가 2022년 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 미술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최초의 일이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미술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연 나중에 팔 때 투자수익이 얼마나 될까 등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1조원이란 숫자는 GDP 대비 0.02%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OECD 국가에서는 거래 규모가 0.1-0,2%이다. 이런 통계 기준만으로 볼 때 국내 시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측되며, 실제로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갤러리들이 최근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잇따라 오픈을 하고 있다.
Q. 그림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관심 갖는 수요층이 많아졌는데, 그림을 살 때 중요시해야 하는 요소들이 있다면.
A : 미술품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감상과 이성적인 판단의 균형이다. 미술품이 주는 감동으로 구매를 생각하게 되지만 작품의 작가, 시장성, 희소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먼저 강조되는 것이 감상한 작품이 진품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하지만 어쩌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되는 부분이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두 번째 요소는 작품의 상태이다. 아무리 유명한 아티스트 작품이라도 손상이 있는 경우 가격이 떨어진다. 다음은 희귀성이다. 한 예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림을 별로 남기지 않았다. 평생 완성한 그림이 총 19점밖에 없어서 그의 회화 작품은 아주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희귀성에는 함정이 있다. 모든 작가의 작품이 무조건 희귀하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너무 희귀한 경우는 오히려 거래를 꺼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품의 이력도 중요하다. 작품을 누가 가지고 있었으며 어느 갤러리가 소유하고 있었는지 등도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혼자서 살 경우 예기치 못한 손해를 볼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또, 개인의 삶에 예술이 주는 정서적, 정신적 풍요로움이 매우 중요하므로 미술품을 구매할 때는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Q.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도 조각이냐, 그림이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건가.
A : 그렇다. 단순히 소장을 목표로 한다면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면 되는데, 나중에 거래를 생각하고 구입한다면 회화 작품을 사야한다. 시장에 거래형태가 경매 시장에 나오는 작품을 보면 회화가 거의 70~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각은 간수하기가 어렵고 보관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Q. 요즘은 같은 디자인에 여러 다른 색깔을 적용해 차별화한 시도들이 보이는데, 그림의 색깔도 시장 형성에 변수가 되는가.
A : 색깔도 크게 작용하는 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밝은 색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령 검은 톤이나 어두운 색상보다는 노랑, 연두, 주황 등 밝고 화사한 색감을 선택하는 것이 가치 상승률이 더 높다.
Q. 그림이 재테크 가치가 있다 해도 일반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A : 거래를 위해서는 우선 갤러리가 1차 시장이다. 2차 시장은 한번 거래되었던 작품을 또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가령 경매에서 작품을 사고팔게 되면 이 또한 2차 시장이다. 이중 가장 일반적으로 300만원 미만의 작품은 주로 갤러리에서 이뤄진다. 반면 5000만원 이상 작품들은 최근 열렸던 프리즈 페어처럼 대형 페어에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부분적으로 아티스트 페어, 갤러리 페어 등도 있어 3000만원 이하의 작품들을 좀더 쉽게 비교하면서 구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 페어의 장점은 갤러리들에게 말을 걸고 궁금한 점들을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밖에 K옥션, 서울 옥션 등 경매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매는 구조가 복잡해 거래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Q. 최근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큰데, 미술시장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이를 반영할 주목할 만한 국내 전시가 있다면.
A : 개인적으로 꼽는다면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전시였다. 세실리 브라운은 최근 미술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가이다. 단적으로 그의 작품의 평균 경매 가격이 60~70억원 정도인데, 소위 그림이 없어서 못파는 작가이다. 이처럼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가 신작 전시를 한국 갤러리에서 개최하고 직접 방한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의 비중과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말한다. 또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전시가 현재 호암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 신작 회화 20점,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파스텔 벽화 5점을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북유럽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듀오인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Spaces’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와 형태의 설치 작품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Q. 일반인들이 미술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팁을 준다면.
A :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 자체에 대한 논리적 혹은 분석적 접근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 것이나, 주관적 감상도 좋지만, 작품의 구도, 스타일, 색, 재료, 그려진 방식 같은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로 분해해 객관적으로 작품을 뜯어본다면 작품과 작품의 차이나, 품질의 판단이 가능해진다.
Q. 미술과 전시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나 접근 방법이 있다면.
A : 우선은 전시를 많이 찾아보면서 안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좋은 전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전시를 통해 좋은 작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확실한 기준이 생겼을 때 그다음에는 다양하게 보는 것이 좋다. 국내 환경이 좋은 전시와 그렇지 않은 전시가 공존하는 환경이라 입문자들이 골라내는 것이 어렵긴 하다. 전시 리뷰를 보고 참고하는 것도 좋다. 대체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모두 좋은 전시이다. 상업갤러리 전시를 본다면, 유명 갤러리 전시를 우선적으로 관람할 것을 추천드린다.
Q.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서 보면 좋을까.
A : 전시되는 작품, 작가에 대한 사전 리서치(검색)를 하고 방문한다면 더 재미있게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미술시장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 작품이 신작인지, 구작인지 어떤 주제와 스타일로 작업한 작품인지 등에 대해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중요한 전시에 대해 미리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를 한다. 따라서 관련 기사들을 방문 전에 확인하고 가면 미술품에 대한 공부도 한층 되고 안목 높이기에 도움도 될 것이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