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DB하이텍 조기석 호(號), 'AI제품 부재· 영업이익률 반토막' 이중고에 '휘청'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8.09 05:00 ㅣ 수정 : 2024.08.09 05:00

DB하이텍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 전년대비 반토막 '뚝'
8인치에서 12인치로 넘어가는 웨이퍼 수요 추세 놓쳐
미래 먹거리로 '차세대 전력반도체' 육성 계획...실적 개선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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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진 = DB하이텍 자료/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DB하이텍(대표 조기석·사진)이 AI(인공지능) 관련 제품 부재와 영업이익률 반토막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AI가 시대적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DB하이텍이 이에 발을 맞추지 못한다면 첨단 제품 개발과 실적 부진의 악순환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올해 2분기 시장 회복과 AI(인공지능) 산업 확대에 따른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 호황에 힙입어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2분기 실적은 매출 28조5600억원과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이다. 올해 1분기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37% 늘었다.

 

특히 DS 부문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93.89%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매출 16조4233억원과 영업이익 5조4685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8년 반도체 호황기 이후 5조원대에 다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국내 유일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DB하이텍은 2분기 연결기준 실적이 매출 2989억원과 영업이익이 683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 분기 대비 14%, 66%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23%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20% 이상이면 경영실적이 좋은 편이다.  다만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DB하이텍 영업이익률은 2021년 △1분기 25% △2분기 30% △23분기 36% △4분기 38%를 기록해 상승세를 보였다.

 

이듬해인 2022에는 영업이익률이 △1분기 46% △2분기 49% △3분기 49% △4분기 39%로 연간 영업이익률이 46%까지 치솟았다.

 

DB하이텍은 그후 영업이익률이 2023년 △1분기 28% △2분기 29% △3분기 19% △4분기 15%로 급감하면서 연간 영업이익률이 23%에 그쳤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이 같은 실적 하락 배경에는 ‘8인치 웨이퍼(Wafer)’ 시장 불황 영향이 크다. 

 

웨이퍼는 반도체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으로 실리콘이나 갈륨비소 등 단결정(單結晶) 막대기를 얇게 썬 원형 판을 뜻한다. 반도체 칩은 CD처럼 둥근 웨이퍼를 하나씩 쪼개 만든다. 그런데 웨이퍼 한쪽 면은 거울처럼 연마돼 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얼마나 많은 D램을 만들어내느냐가 전체 D램 생산량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웨이퍼 표면은 결함이나 오염이 없고 고도의 평탄도(평평한 정도)가 요구된다.

 

이는  회로의 정밀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름 6인치 웨이퍼에 2 마이크론의 뒤틀림이 있어도 안된다.

 

DB하이텍 주력 제품인 8인치 웨이퍼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나 가전·TV·IT(정보기술)기기에 쓰이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저화소 이미지센서(CIS) 등에 주로 사용된다. 

 

DB하이텍이 최근 5년 내 실적이 가장 좋았던 202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가전·TV·IT 기기 수요가 증가했던 시기다.

 

이에 따라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8인치 웨이퍼 수요가 급증하고 반도체 공급난이 겹쳐 8인치 웨이퍼 몸값이 치솟았다.

 

그런데 당시 일각에서는 시장 흐름이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나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CPU(중앙처리장치) 등에 활용되는 12인치 웨이퍼로 넘어가고 있어 8인치 웨이퍼 수요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진입과 함께 전 세계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가전·TV·IT 수요가 부진해졌다. 이에 따라 고객사 주문이 감소해 8인치 반도체 시장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전 세계 경기는 올해도 침체의 먹구름이 몰려오지만 반도체 업황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

 

하지만 DB하이텍 실적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이는 시장이 AI 제품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는데 DB하이텍은 AI와 관련된 제품이 없어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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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결국 DB하이텍이 더 큰 도약을 하려면 일반 소비재에 해당하는 전방산업 수요가 개선되어야 하고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신(新)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DB하이텍이 점찍은 미래 먹거리는 차세대 전력반도체다. 

 

전력반도체는 다른 제품군과 비교해 시장 변동에 안정적인 제품이다.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 가운데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SiC(실리콘카바이드)와 GaN(질화갈륨)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DB하이텍은 오는 2030년까지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미래 사업에 4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적 회복이 계속 더디다면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과 이에 따른 투자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2023년 초부터 시작된 시장 침체 여파가 아직 남아있어 지난해보다 실적이 축소됐다”며 “하반기에는 고전력 반도체나 특화 이미지 센서 같은 고부가 제품 비중을 계속 확대하고 가동률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산업 분야 중심으로 신제품 신공정 개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은 현재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 등은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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