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4.06.15 06:20 ㅣ 수정 : 2024.10.11 16:49
여름철 농어는 한 끼 보양식으로 충분…단백질‧지방 풍부 동의보감, '농어는 오장을 보호하고 뼈를 강화하는 건강식' 여름철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 주의…수돗물 세척‧가열 필수 숙성회‧농어전‧소금구이‧매운탕 등 여름철 농어 요리법 다양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농어는 전형적인 흰 살 생선으로 특히 여름철에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제철 농어는 바라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을까 싶다. 농어의 산란기가 늦가을부터 시작하므로 산란을 준비하는 여름철에 살이 올라 맛이 좋아지는데 크기가 클수록 맛이 좋아지는 생선이다.
농어는 지역마다 불리는 이름들이 매우 다양하다. 경남 통영은 농에, 부산에서는 깡다구, 전남은 깔대기, 껄떡, 울릉도에서는 연어병치, 독도돔으로 불린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서는 ‘꺽정’이라 했고, 정약용의 아언각비에서는 ‘농어’라고 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농어의 어린 물고기를 ‘보로어’ 또는 ‘걸덕어’라 불렀다.
■ 중국에서 역사 깊은 양반 음식 ‘농어’…한국선 쫄깃하지 못한 식감으로 대중(大衆)보다는 미식가 사이에 인기
재미나게도 농어는 얽힌 옛이야기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고사성어인 '오중노회(吳中鱸膾)'이다. 중국 동진시대 장한이란 선비가 낙양에서 큰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여름날 문득 고향에서 맛보았던 농어회가 생각나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했다. 이때 장한은 사직서를 내면서 "인간의 삶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은 자신의 뜻과 마음에 따르는 것인데 어찌하여 관직에 얽매여 수천리 밖에서 명예와 관직을 구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중국 주나라의 무왕이 정벌을 위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널 때 농어가 그 위로 뛰어올랐고, 그 이후 정벌에서 성공한 이후 길한 물고기로 취급받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입맛으로 따진다면 유감스럽게도 농어는 고등어나 광어 등에 비해 인기 있는 생선은 아니다. 우리는 대체로 식감이 뚜렷한 음식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농어는 쫄깃하지 못한 식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어는 맛이 산뜻하고 담백해 미식가들 사이에선 나름 상당히 맛있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회 맛에 민감한 부산, 통영, 여수 등지에서는 이 즈음이면 일부러 찾아서 즐겨 먹게 되는 생선이다.
농어는 단단하고 조금은 질긴 육질이 특징이다. 몸길이가 큰 것은 1미터가 넘기도 하지만 보통은 30~60cm 정도고, 긴타원형으로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하며, 몸의 등 쪽은 푸른색을 띠며 배 쪽은 은백색을 띤다.
■ 비타민 D 풍부해 칼슘 많은 음식과 찰떡궁합 / 회로 먹을 때 깻잎‧상추 등 채소 곁들여야
농어는 단백질이 다른 생선보다 풍부한데, 단백질을 20% 정도 함유하고 있고, 지방함량은 12%로 열량이 높은 생선이다. 생선살 100g에 수분 75.1%, 단백질 19.5%, 지방 12.4%, 당질 0.9%, 회분 1.1% 등이 들어있다. 몸집이 큰 것일수록 지방 함량이 많고 맛도 좋다. 흰 살 생선 중 수분함량은 많지 않다.
또한 비타민 A인 레티놀과 비타민 D가 풍부하며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기억력 회복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졌다.
농어와 궁합이 맞는 식품은 칼슘이 풍부한 음식이다. 농어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D가 칼슘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에 칼슘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어 뼈를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한의학에서 농어는 오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허준 선생님의 ‘동의보감’에서는 ‘오장을 보하고 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식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농어는 강한 산성 식품이므로 회로 먹을 때는 반드시 깻잎, 상추, 쑥갓 등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농어는 여름철에 맛이 좋지만 선도가 떨어진 농어회는 장염비브리오 식중독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장염 비브리오균은 열에 약하고 물로 씻으면 금방 죽기 때문에 수돗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위생에 신경을 써 충분히 가열해서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
■ 국산‧자연산 농어 구별법, ‘등 쪽은 푸른색, 배 쪽은 은백색, 등 쪽에 연한 금빛 돌아야 제맛’
농어를 구입할 때 신선한 것은 눌렸을 때 살의 탄력이 있고, 눈동자가 선명하다. 수입산과 구별해야 하는데, 몸이 등 쪽은 푸른색을 띠며 옆줄로 갈수록 밝아져서 배 쪽은 은백색을 띠는 것이 국산이다. 시중 횟집에서 먹는 농어는 양식이 많은 편이라 자연산과 잘 구별해야 한다. 자연산 농어는 채색이 밝고, 등 쪽에 연한 금빛이 돌며, 회 빛깔이 선홍색을 띤다. 양식 농어는 채색이 검거나 갈색을 띠는 등 어둡다. 보통 농어는 잘 손질하여 냉동실에 하루 정도 보관하거나 바로 요리하여 먹는다.
농어회는 식감이 차지고 씹으면 씹을수록 단 맛이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숙성회로도 많이 즐기는데, 농어회를 숙성하면 단맛과 풍미가 강해진다. 특히 농어의 뱃살은 기름기가 풍부해 고소하고 비교적 씹는 맛을 느끼기에 좋다.
그밖에 농어는 전으로 부쳐 먹기도 하고, 찜으로도 먹는다. 통째로 구워 소금구이로 먹어도 좋고 지리나 매운탕으로도 먹어도 맛있다. 입맛에 맞춰 어떻게 섭취하든지 간에 여름철 농어는 한 끼 보양식으로 충분하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