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4.06.01 08:36 ㅣ 수정 : 2024.10.11 16:49
이순신 장군, 밥과 찬이 한데 섞인 식사 '장국밥' 즐겨 먹어 도쿠가와이에야스, 보리밥‧죽‧다시마 등 소화 돕는 음식 선호 등소평, 육류와 채소의 균형을 맞춰 적게 먹는 습관 유지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역사 속 영웅들이 자라온 배경을 보면, 여러 가지 환경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식습관을 무시할 수 없다.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즐겨 먹던 음식에도 삶이 투영된 나름의 원칙이 있다. 삶의 원칙은 결국 한 인간을 영웅으로 이끈다.
시대를 막론하고 한국인에게 영웅 하면 이구동성으로 꼽는 인물이 이순신 장군일 것이다. 최악의 환경에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생전 식탁에 대한 정보는 다행히도 난중일기에 부분적으로 남아있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과 신라의 무열왕이나 김유신, 고려의 시조 왕건 같은 고대 영웅들의 식탁도 궁금하다. 안타깝게도 오래된 영웅들의 식사와 관련된 기록은 찾을 수가 없고,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난중일기 속에 이순신장군의 식탁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장군이 평소 즐겨 먹던 음식은 일종의 장국밥이었던 것 같다. 밥과 찬이 한데 섞인 식사를 즐겨 먹은 것 같은데, 평생을 전쟁터에서 시간에 쫓기며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전시 환경에서 장군이 선택한 최상의 밥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도구카와이에야스= 자주 먹던 '다시마'에 식이섬유 'U-푸코이단' 풍부해 암세포의 자멸을 유도
많은 일본 최고경영자들이 롤모델로 삼았던 도쿠가와이에야스(1543~1616)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일본 역사에서 3대 영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일본의 르네상스로 평가받는 에도 막부 시기를 개척해 250년간 체제 안정을 이뤄낸 인물이다. 에도시대는 사회, 경제, 문화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내 오늘날의 일본을 만들었다.
도쿠가와이에야스가 활동하던 당시 일본 남성의 평균수명은 40세다. 75세까지 살았던 도쿠가와이에야스는 지금으로 치면 백세이상 장수했다. 참고로, 도쿠가와이에야스와 경쟁자로 평가되는 노부나가는 49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62세로 생을 마감했다.
도쿠가와이에야스는 ‘내 몸은 내가 치료한다’는 원칙을 항상 고수하며 평소 제철음식을 즐겨서 먹었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바로 잡거나, 임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만나본 분들을 보면, 많은 분들이 도쿠가와이에야스처럼 식단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날 갑자기 건강을 잃게 되면 자신이 평생 동안 일터에 쌓아놓은 노력들이 공염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쿠가와이에야스의 식탁은 보리밥과 죽처럼 소화가 잘되면서 영양가 높은 것으로 아주 소박했다. 도쿠가와이에야스의 건강한 식단과 관련한 얘기가 전해진다. 어느날 보리밥만 먹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도쿠가와이에야스의 부하가 밥공기에 쌀밥을 담고 맨 위에 보리밥을 살짝 올렸더니, 도쿠가와는 “쌀을 아끼기 위해 보리밥을 먹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먹는 것이다“며 엄청 화를 냈다는 기록이 있다.
도쿠가와이에야스가 하루도 빠짐없이 섭취한 또 다른 건강식품은 ‘다시마’이다.
다시마는 칼슘 함량이 많아 노년의 뼈 건강에 도움이 되며, 갑상선호르몬인 티록신을 만드는데 필요한 요오드가 많아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혈압을 낮추는 라미닌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고혈압의 합병증인 심장질환과 뇌졸중 예방에도 도움이 되며 비타민과 무기질은 물론 단백질이 풍부하다.
물에 불린 다시마는 표면이 미끈거린다. 이는 식이섬유가 물에 풀어져 표면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시마의 식이섬유 U-푸코이단은 암세포가 자멸하도록 유도하는 작용을 한다.
■ 등소평= 94세 장수 비결은 동물성 단백질 위주의 아침 식사와 소박하고 간편한 저녁 식사의 균형
오늘날 중국 경제의 도약을 일궈낸 인물로 꼽히는 등소평은 피비린내 나는 공산당의 권력 투쟁 속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살았지만 94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했다. 등소평은 죽을 때까지 건강관리에 철저했던 인물이다. 150cm에 단신으로도 유명했던 등소평은 매일 섭취하는 음식에도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등소평이 식탁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기울이게 된 것은 40대 후반이라고 알려진다. 일찍이 전(前) 부인과 사별하고 14세 연하의 탁림을 만나 55년간 동고동락했는데, 탁림이 등소평의 식단을 책임졌다고 한다.
그는 소식과 함께 육류와 채소의 균형식을 철저하게 지켰다. 고기나 달걀 만두 등 동물성 단백질은 주로 아침에 섭취하고, 점심과 저녁에는 채소와 두부, 콩 중심의 식사로 소박하고 간편하게 먹었다. 저녁에 고기를 먹을 때는 일종의 샤브샤브와 같은 훠궈로우 등 고향식인 사천식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또 등소평이 거의 매일 즐겨 먹던 만두나 두부, 당근김치는 집에서 직접 만든 것만을 즐겨 먹었다. 한편 애주가로 알려진 등소평은 식사 때마다 마오타이주를 1~2잔씩 반주로 즐겨 마셨다고 전해진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