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SK·LG그룹, 미래 성장동력 'AI인재 확보' 불붙는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5.14 05:00 ㅣ 수정 : 2024.05.14 05:00

삼성전자, 성균관대와 손잡고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지원
삼성, 세계 거점 지역에 글로벌 AI센터 설립해 전문인력 양성
SK, 사내 AI 대회 열어 구성원의 AI 역량 강화 등 AI문화 확산
조주완 LG전자 사장 "AI 인재 사장 연봉보다 더 줘야" 강조
글로벌 AI 분야 전문 인재 수 현황에서 한국 0.5%에 그쳐
국내 AI 전문 인력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례도 늘어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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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 = 프리픽]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재계 총수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경영철학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재확보’다. 

 

이를 보여주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초 열린 ‘2024 삼성 명장’ 간담회에서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미래는 기술 인재 확보와 육성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각 기업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계획으로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일생을 통해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는 아버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생전 뜻을 이어오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과 혁신’,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과 인재’가 중요하다”며 “이는 75년이 넘는 LG 역사 속에 간직해 온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인재가 기업 미래 성패를 가른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 재계에는 모든 산업군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AI(인공지능) 인재확보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우수 인재를 확보·육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빠르게 진화하는 AI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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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완 LG전자 사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해외 인재채용 프로그램 'LG전자 북미 테크 콘퍼런스'를 주관하며 참석자들에게 회사 AI 전략과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LG그룹에서는 최근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AI 가속화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약 일 주일간 미국 서부 지역 출장길에 올랐다. 그의 이번 출장 핵심 과제 중 하나가 ‘AI 전문인재 확보’다. 

 

조주완 사장은 출장 첫 일정으로 캘리포니아주(州) 쿠퍼티노에서 해외 우수인재 채용프로그램 ‘북미 테크 콘퍼런스’를 주관했다.

 

이번 행사에서 조 사장은 “회사 연구위원이나 임원급, 적어도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급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양적으로 (AI 인재) 진용을 갖췄다. 숫자만 확대해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제 질적인 중량급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AI 인재에게 자신보다 더 높은 연봉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새롭게 설립한 범용인공지능(AGI)컴퓨팅랩의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AI 컴퓨팅 아키텍트 부문 수석책임자·수석엔지니어 영입을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일반 직원 임급의 수배에 달하는 기본급 5억원을 내걸며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전자는 성균관대학교와 AI 특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학과는 올해부터 매년 신입생 50명을 선발해 AI·소프트웨어 분야에 3.5년간(7학기) 학부 수준 이론과 실습을 교육하고 1.5년간(3학기) 석사 수준 심화 교육을 통해 석사급 AI 인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재학 기간 동안 등록금 전액이 산학장학금으로 지원되며 입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로 연결된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전 세계 거점 지역에 글로벌 AI센터를 설립해 선행 기술을 연구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또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내 신진 연구원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AI 연구를 지원한다.

 

SK그룹은 사내 AI 대회를 개최해 구성원의 AI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룹 내 AI 문화를 확산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SKT)은 지난해 AI와 드론(drone:무인항공기)을 활용해 통신탑 안전도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투입했다.

 

드론이 찍은 통신탑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사람이 직접 탑에 오르는 상황을 최소화해 점검 시간도 줄였다.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그리는 SKT는 AI 분야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 육성 프로그램 ‘SKT AI 펠로우십(SKT AI Fellowship)’을 운영 중이다.

 

AI를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기업 실무 경험을 제공해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SKT는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AI 펠로우십 수료자에게 1차 전형 합격 혜택을 제공해 AI 인력 확보로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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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AI for All: Connectivity in the Age of AI)’를 주제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

 

이처럼 재계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말 발간한 ‘한국·미국·중국 AI 인재 확보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 수는 글로벌 기준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AI 전문 연구기관 '엘리먼트 AI'가 발표한 ‘2020 글로벌 AI 인재보고’ 기준 전 세계 AI 분야 전문 인재 수는 47만7956명으로 △미국 39.4%(18만8300명) △인도 15.9%(7만6213명) △영국 7.4%(3만5401명) △중국 4.6%(2만2191명)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의 AI 전문 인재 수는 2551명으로 전 세계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AI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 중심 AI연구소(HAI)’가 펴낸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1만명당 AI 인재 이동 지표 -0.3을 기록했다. 이는 AI 인재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유출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기술경쟁력과 인재확보는 함께 풀어나야가 할 숙제”라며 “전문인력을 충분히 육성·확보하지 않으면 기술패권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이 인재 확보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는 반도체 산업에서 인력유출, 인력확보 어려움을 이미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AI는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국가산업으로 평가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등과도 연결된 핵심 기술"이라며 "인재 영입과 육성을 기업 책임으로만 보지 않고 국가 차원의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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