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대출 확대 지속···수익성 제고·건전성 악화 ‘양날의 검’으로
5대銀 기업대출 760조원..매 분기 증가세
가계대출 둔화에 기업대출로 먹거리 전환
기업대출 성과 따라 은행 실적 경쟁 좌우
경기둔화에 중소기업 중심 연체율 올라가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5대 시중은행의 기업금융 경쟁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적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기업대출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업황 악화가 은행 자산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59조862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2월 말 698조3115억원에서 지난해 3월 말 708조8293억원으로 700조원을 돌파한 뒤 매 분기마다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졌다.
5대 시중은행이 이달 말 올 1분기 경영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 잔액도 큰 폭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업금융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는데 고객·대출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연 5.03%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연 5.29%)과 비교하면 0.26%포인트(p) 떨어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금리는 연 5.28%에서 연 5.11%로,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5.31%에서 연 4.98%로 하락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 시장에서 벌인 ‘금리 경쟁’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리는 건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된 데 따른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신규 대출 수요가 줄어든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강도가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692조4039억원으로 전년 말(692조5309억원)과 비교해 보합세를 보였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은 실적 경쟁과도 직결된다. 이자 이익의 근간인 대출 자산을 늘려야 실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 이익 합계는 41조3878억원으로 전년(39조4612억원) 대비 1조9266억원(4.9%) 증가했다. 가계대출 둔화에도 기업대출이 성장하면서 실적 지지대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일례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4766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에 이어 순이익 1등 은행인 ‘리딩뱅크’에 올랐다. 특히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名家) 재건과 함께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
은행권은 기업금융이 대출 자산 성장과 수익성 제고 뿐 아니라 다양한 연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기업도 가계처럼 대출이 일어난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쓸 수 있고, 대기업과 거래를 튼다면 계열사까지 포함한 대규모 임직원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 충격이 기업에게도 끼치고 있고, 경기 둔화에 따른 업황 악화로 상환 능력이 약화돼 은행 자산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당장 기업대출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에 휩쓸려 무리한 영업이 이어질 경우 향후 부실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중소기업 대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의 70~80%대를 차지할 만큼 핵심 고객으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 운용에 따라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가 요동칠 수 있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말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0.50%로 전월 말(0.41%) 대비 0.09%p 상승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1월 말 0.12%로 전월과 같았는데,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0.48%에서 0.60%로 0.12%p 치솟았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중소법인 연체율은 1월 말 0.62%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건 맞지만 과도하게 무게중심이 쏠리진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걱정된다는 말도 있는데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실행된 대출이고, 은행도 충분한 손실 흡수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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