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먹거리 삼은 기업대출, 잔액 늘지만 ‘부실 우려’ 여전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0.31 08:13 ㅣ 수정 : 2023.10.31 08:13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기업대출 잔액 660조원
가계대출 둔화에 기업대출 통한 여신 성장 돌입
핵심 먹거리 떠오르지만 연체율 등 건전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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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기업대출 잔액이 66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여신 성장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핵심 먹거리로 삼고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 9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국민은행 172조4000억원 △신한은행 158조9865억원 △하나은행 161조4350억원 △우리은행 168조1680억원 등 총 660조9895억원으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616조737억원을 기록한 뒤 올 6월 말 637조9673억원으로 3.5% 늘어났다. 올 9월까지는 1개 분기 만에 3.6%의 증가율을 보였다. 은행별 기업대출 잔액 증가율은 2.6~5.0%로 집계됐다.

 

특히 대기업 대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 3분기 은행별 대기업 대출 잔액의 전년 말 대비 증가율은 하나은행이 37.9%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 24.3%, 우리은행 21.0% 신한은행 19.9%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이 늘어난 게 채권금리 상승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긴축 장기화 등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 금리가 뛰면서 채권 발행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대출을 받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은행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타행보다 조금이라도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해 기업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특히 상환 능력을 고려했을 때 금리가 높게 매겨지는 중소기업 대출의 금리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기업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연 5.56%에서 올 7월 연 5.25%까지 0.31%포인트(p)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금리 하락폭은 각각 0.15%p, 0.44%p로 나타났다. 

 

앞으로 은행들의 기업대출 집중도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가계부채 억제 정책 등에 따른 가계대출 역성장을 기업대출로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550조9286억원인데 전년 말(559조6409억원) 대비 1.5%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이사철이 껴있는 10월 가계대출 통계가 나오면 (증가폭 확대로) 더 강한 조치가 들어가고, 결국 대출 문턱이 높아져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꼭 기업대출만 늘려나가겠다는 건 아니지만 수요와 공급 전망을 봤을 때 당장은 기업대출이 유망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의 공격적인 기업대출 증대 움직임을 두고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들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돈을 빌려준 은행의 자산 건전성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이 중요한 수익원이면서 잠재 리스크로도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신한은행의 9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0%에 머물렀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0.34%로 전년 말(0.26%) 대비 0.08%p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연체율도 같은 기간 0.23%에서 0.32%로 0.09%p 올랐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정채신용보고서’를 통해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주택 경기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특히 부동산업 등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부문으로의 대출 집중도가 더욱 심화됐는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도 주요국에 비해 상당폭 높은 수준으로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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