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닿았다”...더 짜진 은행 정기예금, 막차 수요 몰리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간 끝에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가입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 상승 전환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막차’를 타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0~3.60%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와 같은 금리를 매기고 있다. 신한은행(연 3.53%)과 하나·우리은행(연 3.55%), 농협은행(연 3.60%)은 기준금리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를 높게 쳐주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정기예금(1년 만기) 상품에 연 3%대 중후반을 적용 중이다. Sh수협은행(연 4.12%)과 DGB대구은행(연 4.05%)의 경우 연 4%대 금리를 내놨지만, 우대 조건이 ‘첫 거래 고객’으로 한정돼 있어 혜택 범위는 제한적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진 주원인으로는 은행채 금리 하락이 지목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1년물·AAA) 금리는 지난해 11월 말 4.04%에서 이달 25일 3.60%까지 내려갔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채권시장에 선(先)반영된 결과다.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자금 조달 부담을 덜은 은행권이 무리하게 정기예금 금리 경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채 발행 규제 완화로 정기예금 의존도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예금과 대출 같은 은행 상품 금리가 같이 하락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수신고 현황과 경쟁사 금리 모니터링을 통해 적용 금리를 조정한다. 여력에 맞춰 예금금리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금리 하락세도 정기예금 예치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말 대비 약 19조원 감소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12조원 증가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전월 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실상 정기예금 금리 상승 요인이 소멸된 만큼 최대한 고점에 가입하려는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또 연초 저축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적 영향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대기성 자금 유입도 정기예금 증가세에 힘을 실었다. 국내 증시가 눈에 띄는 반등 흐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갈 곳 잃은 투자금이 은행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금을 오래 묶어두기 보다는 만기를 짧게 잡고 투자처 물색에 나서는 특징이 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5~3.60%로 1년 만기와 큰 차이가 없다. 통상 은행은 만기가 길수록 높은 금리를 매기지만, 고객 수요에 맞춰 유연한 금리 정책이 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심리적 부분이 있어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가 더 내려가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더 오를 만한 환경도 아니다”라며 “저축과 투자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가계 상황에 맞게 만기를 선택하고 예금을 개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