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1.08 08:17 ㅣ 수정 : 2023.11.08 08:17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 연 3.95~4.05% 대규모 예금 만기 대비해 금리 올렸는데 “대출금리 상승 이어져” 경쟁 자제 엄포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듯..하락 가능성도 4%대 금리 잡기 위한 막차 수요 커지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 연말 상승 기대감을 키웠던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수신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나온 금융당국의 ‘경쟁 자제’ 엄포가 영향을 끼쳤다.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 동력을 잃으면서 막차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5~4.05%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이 지난 6일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연 4.05%에서 연 3.95%로 0.10%포인트(p)로 내려 잡으면서 하단이 3%대로 진입했다.
상반기까지 기준금리(연 3.50%) 수준에서 정기예금을 운용하던 은행권은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 말 채권시장 경색 여파로 연 5%대 정기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올 연말 한꺼번에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기예금 가입 고객을 재유치하지 못한다면 대규모 수신고 이탈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권은 만기 시점에 맞춰 금리를 높이고 대비했는데, 최근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령’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고금리 예금 재유치, 외형 확대 등을 위한 수신 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경영진 면담까지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를 준거(기준)금리로 쓰는데, 국내 18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 상품 금리에 연동된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일수록 코픽스가 오르고, 주담대 변동금리도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추이를 보면 지난 6월 3.70%에서 7월 3.69%, 8월 3.66%로 하락세를 이어가다 9월 3.82%로 상승 전환했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0.16%p에 달한다. 은행들은 이 지표가 발표된 다음날 바로 변동형 주담대 상품에 상승분을 적용했다.
당초 미국의 긴축 장기화로 예상보다 고금리 기조가 오래 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했고 올 연말과 내년 초 수신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당장은 정기예금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작년과 다르게 지금은 은행채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5%대까지 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4%도 낮은 금리는 아니다”라면서도 “금융당국이 그동안의 정기예금 금리 상승을 경쟁으로 인식하고,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눈에 띄는 조정을 보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15일 10월 기준 코픽스를 공시할 예정인데, 그동안의 수신금리 인상분이 반영돼 코픽스 오름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올 연말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에 정기예금을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원으로 전월 말(842조2970억원) 대비 13조6835억원 늘어나는 등 이미 증가 흐름이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