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와 정치권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개인투자자 잡기’다. 개인투자자(개미) 키워드는 증권가 문턱을 넘어 정치권까지 휩쓸고 있다.
특히 1400만 개인투자자 표심은 정치권에서 무척 중요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당시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1000만 투자자의 활로를 열겠다고 공약할 때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에 이어 연초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 정책을 연달아 내놓을 때도 개인투자자 표심을 고려한 정책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편에서는 개인투자자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용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동안 개미들의 곡소리를 이제야 정부에서 반영하고 있다는 안도감도 존재한다.
설령 이러한 정책들이 총선용 인기 영합주의식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나쁘지 않다. ‘not bad’다. 그만큼 공매도나 금투세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분노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미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투자자 이탈과 증시 침체 우려 등으로 반대 목소리가 컸던 금투세는 시행을 밀어붙이기엔 부담이 크지만, 폐지 추진 발언만으로 개미 표심을 자극했다.
SNS의 한 투자자모임에는 “한국 주식시장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금투세는 반드시 폐지돼야 맞다. 개미들은 필요없는 정책이라고 하지만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이 떠나면 주식시장은 답이 없다”며 ”정치적으로라도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고 고평가되는 시장이 되면 좋은거 아닌가“하고 게재했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 세금의 경우,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부족한 세수를 근로자들의 소득으로 메꾸려는 얄팍한 속셈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개미들이 상당부분 돌아선 주식시장에서 정부뿐 아니라 증권사도 불신을 자초한 면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법과 편법으로 갉아먹은 시장 정상화의 빠른 길은 '신뢰'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 문제가 터질때마다 정책 개선에 앞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지난해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부터 5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영풍제지 사건까지 주가조작 의혹으로 시장 불균형과 소액주주들의 피해 사례가 있었다. 모·자회사 동시상장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적 변수가 산재한 상황에서 정부와 증권사에만 투자자 불신을 유발했다고 하기엔 과도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개미들을 불러모아 주식시장 활성화와 고평가될 시장을 위해서는 먼저 불신을 초래하는 일들을 차단해야 한다.
하나 더 얹힌다면 말뿐인 정책이 아닌 제대로된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정부는 불공정 거래를 조기에 적발하고자 데이터베이스(DB) 확대 등을 추진하는 것처럼, 개미들이 요구하는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 방안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
연초 2,700선을 바라봤던 코스피가 다시 2,600선 밑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민 대장주 삼성전자도 지난 2일 종가 기준 7만9600원까지 오르자 8만전자를 넘어 10만전자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여전히 시장이 활력을 찾고 잃어버렸던 투자 손실 만회 기회를 노리는 상황에서 2,700선은 반가운 일이다. 윤 대통령 발언처럼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다. 또한 국민의 자산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라고 했는가. 개미들은 '봉'이 아니다. 개인투자자들도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