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얼마 전에 증권사 리포트 보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엄청나게 봤어요. 보고서와 반대로 투자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봐요. '매도' 리포트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엉터리 '매수' 리포트가 많은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취재 현장에서 만난 개인 투자자가 한 말이다. 단적으로 봐도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늘면서 증권사 보고서(리포트)의 중요성도 커졌다. 물론 ‘매도 없는 리포트’ 이슈는 최근 불거진 말은 아니다. 해마다 지적돼 왔다.
그렇다면 왜 매도가 없을까. 매도 의견 보고서는 원래도 적었는데 최근 더 줄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에 대한 매도 보고서는 2018년 23건(전체의 0.1%)이었다가, 지난해엔 ‘제로(0)’였다.
따져보니 지난해 증시 상황이 안 좋아 코스피가 20% 넘게 떨어졌는데도 매도 의견 보고서가 없었단 얘기다.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는‘자칫 잘못하면’이 아니라 이미 금이 가고 있어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에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이용해 주가를 올려 부당하게 매매 이익을 챙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적발됐다. 애널리스트들은 높은 신뢰도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이 보고서를 부당이득 수단으로 썼다는 점은 충격이다.
계속되는 지적에 증권사나 연구원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꼽았다. 증권사들이 리서치업과 법인 영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다.
최대한 거래를 발생시켜야 하는 수익 구조도 지목했다.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익 여부가 아닌 주식 거래 규모와 연동된다. 주식 거래가 발생해야 이익을 얻기에, 거래 확률을 높일 매수 리포트가 주를 이룬다.
한마디로 증권사들이 기업과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과감한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한다. 투자자들은 통상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올려잡을수록 향후 주가도 오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매수 또는 강력 매수 의견이 나오면 이날 주가가 뛰기도 한다.
업계는 그간 증권사 리포트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된 것은 일종의 관행으로 통했던 해묵은 숙제인 만큼,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목 리포트에 대한 균형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목표 주가는 낮추면서 매수를 유지하거나 중립으로 예의주시하는 '눈치 보기식 리포트'들 말이다.
애널리스들이 유튜브와 주식 오픈채팅방 등 투자 정보가 넘치는 상황에서 굉장한 부담일 수 있다. 당분간 신뢰도를 회복하기까지는 매도 보고서를 내놔도 비판에선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증시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있는 매도 의견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