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한미 문화동맹, 한국 콘텐츠 생태계와의 동행,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미국 국적의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통 큰 투자’에 따라 붙는 수식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을 계기로 한국 콘텐츠 업계에 4년간 25억달러(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투자한 1조원을 3배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특정 국가에 대한 투자 규모나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공개 투자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제품군) 공개 당시 2021년까지 투입된 금액이 1조원 안팎이라는 정보는 공개했지만 향후 몇 년간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공식화한 적이 없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가 작년에 투자한 금액만 8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넷플릭스가 생색을 낸다”는 의견과 “한국 콘텐츠 업계에는 호재”라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청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넷플릭스코리아 ‘경제적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해 8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4년을 곱하면 3조2000억원”이라고 꼬집었다.
넷플릭스는 이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콘텐츠 투자액 추정치 8000억원은 작품 당 단가를 동일하게 예상해 연간 공개 작품 수를 곱한 단순 산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투자액이 추정치보다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의 발표를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경기 악화로 기업들 지갑이 꽁꽁 묶인 가운데 적어도 4년간 레드카펫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넷플릭스 역시 투자계획 발표 직후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한 넷플릭스 노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신들이 ‘K-콘텐츠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국내 산업계와 얽혀있는 여러 논란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 대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본사로 반출했다는 조세회피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 불과 6개월 전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와 2021년부터 ‘망 사용료’ 지불 문제를 놓고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다.
K-콘텐츠 동반자 역할론(論)에도 물음표가 그려진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이 모두 넷플릭스에 귀속되기 때문에 자동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육성에 팔을 걷겠다는 소식이 이날 전해졌다. 이는 박수를 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생태계 교란종이 아닌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려면 해결해야 할 중대 현안이 대형 투자 계획의 그늘에 가려져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