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박스권, 중국발 우려 속 금통위·잭슨홀 주목…주간 증시 전망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21일 이번주(21~25일) 국내 증시가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속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주중 열릴 미국 잭슨홀 미팅과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통화정책 방향성이 증시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대출우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며 한국에서는 금리 동결,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긴축 필요가 재강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역시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조선·방산 등의 업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중에서 주도 업종 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반도체 업종 내 삼성전자)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 주중 통화정책 방향성 주목…잭슨홀 미팅, 한은 금통위 예정
이번주에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시장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 눈여겨볼 만한 빅이벤트는 연준의 하계 휴양 겸 컨퍼런스다. 캔자스연방은행이 주최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오는 24~26일 열린다.
잭슨홀은 연준 통화정책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재료로 쓰이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25일 예정된 파월 의장 연설을 주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파월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발언이 시장을 뒤흔든 공포가 있어서다.
당시 파월 의장은 긴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 직후 뉴욕증시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잭슨홀 쇼크'에 빠졌었다. 이에 파월이 이번 회의에서 정책 변화를 예고할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톱을 다시 드러낼지 시장의 관심이 더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연준의 분위기를 보면 파월 의장이 매파 발언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주 미국 7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대부분 위원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상방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물론 지나친 통화 긴축에 대해 우려하는 일부 위원들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연준의 통화 긴축 불확실성을 재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이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장중 4.3%를 상향 돌파하기도 했다.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연준 긴축 경계감이 한층 달아올랐으나 현재 9월 FOMC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동결 전망에 여전히 무게를 뒀다.
특히 연준이 지난 6월 금리 동결, 7월 다시 올리는 등 어디에 방점을 둬야 하는지를 두고 방향성이 갈팡질팡하면서 증시도 출렁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 이후 9월 금리 동결 전망이 더 낮아지면, 국채금리의 상방 위험은 커지면서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확대된다”며 “9월 FOMC에서 통화 긴축 불확실성 완화 전까지는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주 한국에서는 금통위가 예정돼 있다. 시장은 기준금리 3.50% 동결로 보는 분위기다. 주요 선진국의 통화 긴축이 지속되지만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와 불안한 대외 수요, 자금시장 내 유동성 우려 등을 고려했다는 의견이다.
만약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시, 한미 금리 차이에 따른 외국인의 자금 유출 가능성과 환율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현재 원화 흐름에 있어 대내외 금리차 변수보다 미 달러화의 흐름 등 대외 변수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 경제 붕괴 우려 여전…“중국발 악재 차츰 옅어질 것”
증권가는 최근 국내 증시를 짓누른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여전히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 가든)이 지역 주택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매출 1위 기업인 만큼,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주는 중국의 경제 붕괴 우려가 투자자들을 위축시켰고, 중국 7월 실물지표가 부진하게 집계되면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
실제 불거진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의 디폴트 우려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까지 치솟았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돼 주가도 휘청거렸다.
만약 중국 내 다른 부동산 개발 기업까지 위기가 확산된다면, 단기적으로 주가의 하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중국발 악재 노이즈가 주가의 하방 압력은 존재하나, 주가의 하락 추세 전환은 아니라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부동산 기업의 연쇄 디폴트를 막고 위안화 환율의 약세 흐름을 제지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구체적인 대응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위안화 평가 절하 당시, 인민은행의 개입으로 위안화 약세를 방어한 바 있다“며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근본적인 중국 경기가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중국발 악재로 인한 주가 하방 압력은 차츰 옅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엔비디아 실적 기대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오를까
투자자들은 이번주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 마감 뒤 공개되는 인공지능(AI) 최고 대장주인 엔비디아 분기 실적에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의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월가의 분석 기관 대부분은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고, 엔비디아 주가는 더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이미 약 200%가량 급등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양호한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할 경우,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의 90%를 맡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부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국내 반도체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엔비디아가 예상대로 양호한 실적을 발표할 시, 국내 증시가 상승할 수 있어서다.
특히 HBM 관련주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HBM을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유력하다.
KB증권은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AI 메모리 수요 등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9만5000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8~9월에 북미 GPU 2개 업체로부터 HBM3의 최종 품질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2년간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 공급 안정성 측면을 볼 때, 신규 고객 확대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코스피 주간 예상 밴드 제시...주간 주요 일정은
지난주(14일~18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35% 내린 2,504.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증시는 중국 부동산 리스크와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미국 금리 상승 부담이 하방 재료로 작용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477억원 순매수하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1024억원, 1097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던 초전도체 테마주 광풍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밴드로 2,470~2,630선을, 원·달러 환율 주간 예상 밴드로는 1,290원~1,350원을 제시했다.
이번주 관심 둬야 할 업종으로는 △반도체 △조선 △방산·우주항공 △전기장비 △건설기계 △항공·면세점 △헬스케어 등이 지목됐다.
상승 요인으로는 양호한 엔비디아 실적을 꼽았고, 하락 요인으로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디폴트 우와 미국 국채 금리의 하방 경직성 등이 거론됐다.
이번주 주목해야 할 경제 일정으로는 한국 8월 1~20일 수출(21일), 미 8월 S&P글로벌 제조업PMI·미 7월 신규주택매매(23일), 한국은행 8월 금융통화위원회(24일), 미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2023년 잭슨홀 개최(25일), 미 8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심리·미 8월 ADP 고용(30일), 미 7월 PCE 물가(1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