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3100억원 번 현대제철 위기의 본질, 14조원 번 현대차 수준 임금인상 요구
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3.03 07:14 ㅣ 수정 : 2025.03.03 07:14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PL‧TCM 라인 일부 폐쇄 사측,"작년 영업 이익 60% 감소, 현대차 만큼 임금 인상 어려워" 노조, 사측의 직장폐쇄‧노무수령 거부 조치에 거센 항의 현대차 관계자, "22일간 폐쇄에 손실액 254억원, 협상 원해"
현대제철 노조가 임금 협상을 위해 시위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노조 홈페이지 화면 캡처]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현대제철 노사가 임금 협상에 난황을 겪으면서 철강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달 공장 일부 가동을 멈추며 게릴라성 파업을 벌였고, 현대제철은 이에 맞서 공장 일부를 폐쇄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담화문을 발표하고,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양측의 끝없는 대립으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서 사장의 업무 복귀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까지 잡혔던 당진제철소 1·2냉연 연속산세압연설비(PL/TCM) 파업을 8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노조의 임금인상안, 합리성 결여... '제살깎아 먹기' 사태로 치달을 수 있어
현대제철이 지난 25일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을 폐쇄했다. 현대제철 노조가 임금 협상을 이유로 지난달 21일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게릴라성 파업을 벌이고 있어서다.
현대제철 노조는 근로자 1인당 기본급 500%와 현금 180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와 동일한 수준의 인상이다. 사측은 기본급의 450%와 현금 1000만원을 제시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로 인해 협상이 장기화 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의 현대자동차 수준 임금인상 요구는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강산업은 자동차산업에 비해 경기 변동에 더 민감하며, 글로벌 경쟁이 더 치열한 상황이다. 더욱이 영업이익 규모도 다르다. 현대자동차는 2024년 영업이익 14조23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9% 감소한 수치다. 반면에 현대제철의 경우 2024년 연간 영업이익 31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0.6%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제철 노조가 철강산업 업황이 좋지 않은 편일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규모도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 태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제철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직장폐쇄가 얼마나 지속될지 우려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냉연강판이 국내 자동차와 가전, 전자부품 업계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제철 매출의 절반은 강판 사업이 차지하고 있어 매출 하락으로 인한 사측 손실과, 근로자 연봉 삭감 등의 조치도 예상된다. 현대차의 강성전략은 '제살깎아먹기'라는 비극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담화문 발표, "회사 실적 심각한 수준, 대화와 타협 통해 교섭 마무리되길"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달 25일 담화문을 내고 노사의 빠른 합의를 촉구했다. 서 사장은 담화문에서 "건설, 기계 등 수요산업 침체와 신흥국의 철강 생산량 증가로 회사 실적은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잉여 물량에 대한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은) 이런 환경에서도 29일 단체교섭 때 지급 여력을 넘어서는 성과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4년 실적 적자 전환'에 대한 정정 공시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73억원 흑자에서 650억원 적자로 공시를 정정했다.
서 사장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교섭을 마무리하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현대제철 노사 임금인상안 비교표 [자료=현대제철 / 표=박진영 기자]
■ 현대제철 노조, "직장폐쇄와 노무수령 거부 조치에 입장 변화 없으면 전면전 돌입할 것"
이에 대해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달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측의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11일 1만 노동자가 단결해 투쟁한 것에 대한 대답이 '직장폐쇄'였다. 노무수령 거부에 노동자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분열 획책에는 단결로 맞서는 것이 노동자다. 우리 근로자들은 현대차그룹의 줄 세우기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면서 "현대제철에서 시작한 직장폐쇄가 다른 그룹사나 자회사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 재집권 등 급변하는 무역 환경에 현대제철은 미래 생존 전략에 대한 언급이나 기술개발 소식도 없다. 성과 차등지급을 통한 착취로만 연명하려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고 했다. 이날 성명에서 노조는 사측이 직장폐쇄와 노무수령 거부 조치를 즉각 해체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이 노조의 쟁의행위에 맞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한 가운데 냉연공장 내부가 지난 24일 텅 비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현대제철 부분 폐쇄, 22일간 손실액 254억원 발생…대화 통한 빠른 협상만이 살길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공장 내 공정라인 중 전처리 설비인 PL/TCM 라인을 부분 폐쇄했다"며 "이번 조치로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냉연부분에서 약 27만톤의 생산이 줄었고, 손실액은 254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당진 공정라인 부분 폐쇄 후 일 평균 11억5454만원의 손실액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사측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3144억원)이 전년 대비 60%P 줄어든 만큼 노조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노조는 첫 공장 폐쇄가 업계 전체에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며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오로지 업계의 어려움을 잘 아는 사측과 노조가 서로의 이해를 잘 절충해 협상을 끝맺는 방식으로만 이 어려운 난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파업이 지속될 경우 부분 폐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노사는 모두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원만한 협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