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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 (13)

세 번째 중독-무속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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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입력 : 2025.03.03 06:45 ㅣ 수정 : 2025.03.03 06:45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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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 캡처]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윤석열은 임금 왕(王)자와 함께 등장했다. 2021년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5차경선토론회, 그의 손바닥에서 王자가 발견된 것이다. 동네 할머니가 응원하는 의미로 써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부적 선거를 포기하라”(홍준표), “과거 오방색 타령하던 최순실 같은 사람과 무엇이 다르냐”(유승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2022년 1월18일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했다. 그 전날 윤석열 후보와 인연이 있는 건진법사가 선대본에서 고문으로 일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굿힘의힘’이라고 비판을 했다.

 

윤석열은 건진과 한두차례 만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건진의 지인에 따르면 “윤석열이 검찰총장일 때 멘토역할을 했고,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할 때 답을 주었다”고 한다. 건진법사는 김건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트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영적인 의존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소울메이트(soulmate)였다. 김건희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과의 결혼은 무정스님이 가교역할을 했다. 다음은 김건희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무정스님이)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 그 분이 처음 소개할 때도, 너희들은 완전 반대다. 김건희가 완전 남자고 석열이는 완전 여자다...근데 정말 결혼을 해보니까 그게 진짜인거야...드라마 보면서 쭉쭉 우는 게 우리 남편이에요.,,결혼해서 도사는 도사구나, 그랬어요”

 

“우리 남편도 그런 약간 영적인 끼가 있거든요. 저랑 그게 연결이 된 거야. 왜냐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결혼이 원래 잘 안돼. 서로가 홀아비 과부 팔자이데 그래서 인연이 된거지”

 

무정스님은 심희리라는 무속인으로 활동하는데 흔히들 ‘심 도사’라고 한다. 심 도사는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한동훈 감찰부장이 법원에 낸 의견서에도 등장한다.

 

윤석열이 2000년 3월 간부 회식 자리에서 “1890년대 일제 때 태어났으면 마약판매상이나 독립운동을 하였을 것이다”고 했다고 한다. 한동훈 부장은 전생을 볼 줄 안다고 신통을 내세우는 것은 백이면 백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윤석열이 자신의 과거를 본 것처럼 얘기하자 “강릉의 심 도사 등과 교류한다는 말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느 무속인이나 그와 비슷한 가짜 승려와 교류하고 있으며, 그 사람으로부터 속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고 기록했다.

 

윤석열의 1000일 동안에는 천공이 주로 거론되었다. 그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동해안 석유 시추 등 굵직 굵직한 나라의 일에 대해 자주 얘기했는데 대부분 현실이 되었다. 대통령실은 2022년 9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출국하여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에 참석하는 조문 일정을 공개했다. 그 사이에 천공이 유튜브를 통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조문을 가면 악한 기운이 묻어올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은 일정을 변경하여 영국에 갔는데, 현지 교통 사정 등의 이유로 조문을 하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나고 조문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자칭 ‘지리산 도사’ 명태균도 등장한다. 2022년 11월 윤석열의 동남아 순방 직전, 명태균은 김건희에게 텔레그램으로 자신이 꾼 꿈 얘기를 했다. “여사님, 혹시 남쪽으로 가실 일이 있으면 각별히 행동을 조심하셔야 합니다”고 당부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가 각 나라의 정상 부인들과 앙코르와트 왕궁을 돌아보는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고지했었다. 김건희는 예정과 달리 한 의료원을 방문하여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동을 만났다.

 

명태균은 2021년 서울의 한 고깃집에서 처음 김건희를 만났다. 김건희와 명태균은 둘 다 영적으로 고수라서 서로 통했다고 한다. 명태균은 “윤석열은 칼을 잘 휘두르는 장님 무사, 김건희는 밖으로 나가면 안되는 앉은뱅이 주술사”라며 “김건희가 장님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게  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주술은 김건희, 다시 말해서 김건희가 용산의 주인과 다름없다는 뜻인데, 윤석열 정부 내내 ‘김건희 공화국’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프랑스 절대 왕정 시대의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고 했는데 “김이 곧 국가다”라고 할 정도로 김건희의 위세는 대단했다.

 

명리학자 류 모씨는 김건희가 자주 조언을 구했던 사람 중의 하나이다. 한겨레21에 따르면 그 인연은 2019년 말, 윤석열이 조국 법무장관을 기소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류 씨가 한 유튜브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 사주로 태어났다“고 주장했는데 이 영상을 본 김건희가 만나자고 했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만났고 대여섯차례 상담을 해주었으며 2023년 12월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한겨레 21 ’대통령 부부 주술 스탠들에 국가가 휘청이다‘)

 

김건희는 고비 고비 마다 그를 찾아갔다. 2020년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심하던 무렵에는 김건희가 윤석열의 거취를 묻길래 ”천운이 좋아 살아난다“고 답했다고 한다. 2021년 말 대선 전략을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하던 시절에는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고가의 명품백 수수 사실이 드러난 지 얼마 안돼서 2023년 12월 김건희가 류 씨에게 연락해  “저 감옥 가나요?‘라며 조언을 구했다. 류 씨는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가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 김건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검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는 2022년 10월 19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대검은 구름 속에 있는 기관처럼 국민이 그 실정을 알기 어렵다. 지난해(윤석열 대검 총장 시절) 대검 청사 뒤편 웅덩이 근처에 용(龍) 자 부적이 뿌려져 있던 것도 기괴하다”

 

그는 2021년 1월에 펴낸 책 <검찰의 심장부에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할 때 용산 담벼락에 뿌려졌다는 용 자 부적 크기와 색상, 글 자체가 (대검에 뿌려졌던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단순한 우연일까. 묘한 일치다.”라고 관찰기를 썼다. 부적은 지난 1월 중순, 한남동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도 등장했다.

 

주술공화국의 말미에 천공이 다시 희망을 주었다. 천공은 2024년 12월 18일 “윤석열은 하느님이 점지한 지도자이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은 지금 실패한게 아니다. 어떤 과정, 환경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상당히 힘들지만, 자신을 공부하는 기간”이라며 3개월의 공부 기간이 지나면 국면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이 한남동과 헌법재판소에서 버티기 전술로 일관하는 것도 천공의 영향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윤석열 부부의 운명을 제대로 예측한 무속인도 있었다. 만약 부부의 멘토가 바뀌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것이기에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화제가 되었던 무속인의 얘기도 간략하게 소개한다. 무속을 믿어서가 아니라 2024년 범람했던 무속 이야기의 기록 차원이다.

 

2024년 8월30일 유튜브 채널 ‘무당판독기’에 한 무속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보는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버는 몰래카메라로 점사를 진행했다. 1960년생 쥐띠 남성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했다. 무속인은 “남성은 ‘천하제일 나 잘난’ 사람,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는데, 높은 자리에 있는 양반 같다. 거의 통치자급이다. 그래서 자기 말을 안 듣는 것들은 눈앞에서 없어져야 하고 거슬리면 안 된다고 나온다. 무속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집안이다. 원래는 어리숙했는데 성취의 맛을 보고 여우가 됐다. 차분히 자기 길을 갔으면 좋았을 텐데 욕심을 부리고 권력 맛을 봤다. 1∼2년 전에 본인의 터를 옮겼나, 멀지 않은 곳으로 옮겼다. 거기서부터 명예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무속인은 중간에 자신이 보는 점괘가 윤석열의 것임을 알아챘다. “10월까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사람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야 한다는데, 안 그러면 큰일 난대. 이 나라가 위험에 처한대”라고 했다.

 

무속공화국의 화룡점정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다. 제정러시아 말기에 그리고리 라스푸틴이라는 요승이 있었다. 그는 1차세계대전 당시 남부전선에서 독일군과 싸우면 승리한다는 하느님의 계시가 있었다고 황제에게 진언했다. 결과는 제정러시아의 붕괴, 그리고 볼세비키혁명으로 이어졌다. 세계 4, 5위의 군사대국에서 무속을 신봉하는 장군을 경험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괴한 일이다. 그래서야 국민이 어떻게 군을 신뢰하고 국가의 안전을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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