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 (1)] ‘어여쁜 한우’에서 속내를 보인 쿠테타 로망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윤석열은 쿠테타가 로망이었다. 그는 평생에 한 번은 쿠테타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두 번이나 쿠테타를 했다. 첫 쿠테타는 검찰총장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한 검란이었고, 두번째는 영구집권을 꾀했을 가능성이 큰 12.3 군란이었다.
그가 쿠테타 생각을 처음 드러낸 것은 2020년 4월 총선 직전이었다. 2020년 3월19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있는 '어여쁜 한우'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부장들이 모였다. 윤석열은 기분 좋은 상태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여러 잔 하였고, 호기롭게 많은 말을 하였다.
"만일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김종필처럼 중령이 하는 것인데 검찰에는 부장에 해당한다. 나는 부장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기수를 따지는 의전상 윤석열 총장 옆자리에 앉아서 그가 하는 말을 정확하게 들었고 회식이 끝난 뒤 이를 수첩에 기록해 두었다. 판사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 재직하고 있었던 한동수는 어느날 법률신문에 실린 광고에 꽂혔다. 감찰부장을 모집한다는 것인데, 검찰개혁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대검 감찰부장은 ‘검찰총장의 칼’ 역할을 해왔다. 검사들을 감찰하여 총장의 하명 수사는 더 강하게, 총장의 뜻에 맞지 않는 수사는 흐지부지하게 하는 도구 비슷했다. 검사의 비리를 캐기도 하고, 묵히기도 했다. 애초의 취지는 검찰총장을 포함하여 검사들의 권력남용, 탈선 등을 감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동수 부장은 관행적인 역할을 거부하고 검찰 권력을 감시했다.
윤석열은 한동수와 첫 만남에서 감찰 관련 보고를 할 것과 대검 부장단 회의에 들어오지 말라고 주문을 했다. 둘 다 위법한 사항이다. 감찰부장은 감찰의 개시와 종료에 대해서만 보고하지 내용을 보고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총장이 감찰 내용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수는 윤석열의 쿠테타 발언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이를 법무부에 보고도 하고 훗날 ‘고발 사주 의혹’ 재판에서 의견서 형식으로도 제출했다. ‘검찰의 심장부에서’(오마이북)그이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펴냈다.
“쿠데타는 국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빼앗으려고 일으키는 정변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5. 16. 군사쿠데타와 12. 12. 군사쿠데타가 있었다. 5월 민주화 항쟁의 숭고한 희생과 하나회 해체 등 군대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무력에 의한 군사쿠데타는 불가능해졌다. 그리하여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꾸는 세력은 극보수 언론과 검찰이다. 군대 무력이 아닌 합법적인 수사권과 기소권과 여론조작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쿠데타다.”
이때만 해도 한동수 부장은 2024년의 비상계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검찰쿠테타와 검언유착에 의한 정치관여 정도를 생각했던 것 같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된 후 조국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울산시장선거 기소장에 문재인 대통령을 35차례 언급한 것 등을 쿠테타로 본 것이었다. 윤석열은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대통령과 삼성그룹 총수까지 구속하여 죽은 권력, 살아있는 권력 할 것 없이 모두 자신이 명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는 2020년 1월 세계일보가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현직 검찰총장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올려놓고 한 조사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윤석열이 두 자릿 수 이상 지지율을 보인 것도 이 조사가 처음이었다.
세계일보가 의뢰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윤석열은 1위 이낙연(32.2%)에 이어 10.8%로 2위를 차지했다. 10.1%을 얻은 황교안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었지만 이 조사 이후에 보수유권자들이 그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윤석열은 대권행보를 하면서 국회 소통관을 방문했을 때(2020.6.30)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왔다”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세계일보 조사가 있은 지 40여일이 지난 이날 회식 자리에서 윤석열이나 검찰 간부들은 모두 들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이 도착하기 전 대검 부장들은 너나 없이 당시 최대 관심사였던 4. 15.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정수 기조부장은 코로나로 인해 야당인 미래통합당(2020. 2. 17. 자유한국당 등이 모여 창당되고, 2020. 9. 2. 국민의힘으로 당명 변경)이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할 것이고, 그 경우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그들 나름의 암묵지가 있었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후일 의견서에서 이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다.
“문득 튀어나온 말, 쿠데타라는 단어가 충격적이었다. 윤석열 총장은 삼권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구속시켜 보았고, 대통령인 이명박, 박근혜를 잇따라 구속 수사한 사람이다. 그 어조와 톤이 본인의 의지가 담긴 것이어서 단순한 농담이나 소회로 들리지 않았다. 검찰로 치면 부장에 해당한다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아 수사권, 기소권을 통해 국내 정세를 좌우하는 권력을 지금 실감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부장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은 현장에서 직접 선수로 뛰고 싶은 일종의 호승심을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른바 '대호프로젝트'가 가동되던 때이기도 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