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 (2)] 대호(大虎)프로젝트-호랑이를 용으로 만든다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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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월간 신동아는 2019년 9월25일에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고 보도했디. 7월26일 그가 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안되어서이다. 8월9일에는 검찰개혁의 과제를 맡은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에 지명됐다. 그날부터 조국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었고, 검찰이 멸문지화하는 지경으로 조국 일가를 수사했다. 윤석열이 늘 말하는대로 ‘살아있는 권력 수사’(살권수)의 덕에 그는 영웅으로 부상했다.
“윤석열 총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서울 촌놈 검사’라는 별명이 생겼다. 출세욕이 있고 사명감도 굳건해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 욕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측근을 중심으로는 대권 프로젝트인 ‘대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는 말도 나왔다. 1980~1890년대 ‘리쿠르트 사건’ ‘사가와규빈 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정권 핵심 인사를 퇴출시킨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처럼 ‘권력의 저승사자’가 돼 수사하면 대권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검찰이 조국 장관 임명 당일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사건을 넘겨받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연루된 자유한국당 의원만 59명인데, 현직 장관을 강제 수사하는 검찰이 야당 국회의원들을 수사하는 만큼 ‘야당 탄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고 야당도 수사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대호는 윤석열의 별칭이다. 과거 정치인들을 영문 이름 이니셜로 부른 적이 있는데 그런 별칭의 일종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의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의 회사도 대호법무법인이다. 대호프로젝트가 실제로 추진되고 있었는지 확인되지는 않으나 윤석열이 권력을 탐하는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있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사석이든 공석이든 ’문재인은 우리 덕에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대통령 2인과 대법원장을 구속시켰다. 문재인이라고 구속 못 할 것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페이스북(2020년 4월11일)을 통해 공개 질의했다. 윤석열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을 직접 들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황희석 전 인권국장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공개적으로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 헌법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형사 법집행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고 밝혔다. 총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취임사이다. 그는 '헌법'(11회) '자유'(6회) '시장'(5회) 등 다른 총장들이 취임사에서 거의 쓰지 않은 단어들을 사용했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의 책 ‘검찰의 심장부에서’를 보면 이런 취임사의 맥락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모 검사장으로부터 윤석열이 책은 잘 읽지 않지만 MBC 드라마 ‘제3공화국’ ‘제4공화국’ ‘제5공화국’을 열심히 시청하면서 언론 대응과 통치술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드라마에는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쿠테타가 등장한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대통령 취임사 같은 검찰총장 취임사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임 총장은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1947년 스위스에서 자유주의 학자들의 모임인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를 결성해 자유주의 가치를 지키고 확산하는 데 힘을 쏟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고, 자유시장경제와 형사 법집행 문제에 관해 고민해 왔다”며 “시장경제와 가격기구,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증진해 왔고,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자유주의 경제사상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이 언급된 것이다. 프리드먼은 레이건과 대처의 이념적 스승으로 신자유주의 사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도 “본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았다. 나중에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자유라는 단어가 35차례나 언급되었다.
그는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발동하면서도 ‘자유’를 무한 반복했다.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 “계엄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게 다소의 불편이 있겠지만...”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 한 것”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 등등이다.
그를 자유주의자로 만든 것은 밀턴 프리드먼일까? 아니면 우리나라의 보수주의자일까? 그 해답은 다시 2000년 3월19일 ‘어여쁜 한우’에서 그가 한 말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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