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6)] 군대 속으로 들어간 대통령

이태희 입력 : 2025.02.24 10:33 ㅣ 수정 : 2025.02.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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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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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3년 5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의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기념식수를 마친 뒤 써니와 은퇴안내견 새롬이(왼쪽)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방식으로 들어가고 소통을 하는가의 문제일 뿐 그런 의지는 인정 받을만 한다. 문제는 용산 이전의 결과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가 아니라 군대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국방부 장관과 늘 가까이 있게 되었다. 군대를 늘 곁에 둔 대통령은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대통령의 군대로 착각할 수 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그리고 집무실부터 한남동 관저까지 군대에 둘러싸인 대통령. 이것이 12월3일 망상적 비상계엄, 초현실적 비상계엄의 단초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한남동 관저에서 저항하다가 연행되는 모습이 중계되게 된 것도 자업자득이다. 북악산을 배후로 둔 청와대는 요새화되어 있는데 관저 밀집촌인 한남동은 보안에 취약하고 노출되어 있다.

 

윤석열은 국민의힘 후보 시절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나오려고 한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 부부의 원혼이 있는 곳이어서 윤석열 부부가 두려워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이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시켰으니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무속적인 얘기가 돌았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단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지 않겠다고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 것을 봐서는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정작 윤석열 본인은 “청와대 관저가 너무 좋아서 단 하루를 묵기만 해도 그곳에서 나올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 하루도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나중에 청와대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한남동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 비슷한 심정을 내비쳤다고 한다.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이미 후보 시절부터 용산을 염두에 두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하고, 최종적으로 불가 결론을 내게 된 배경을 알고 있었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그때 이미 용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용산에서 표가 안나올까 봐 광화문시대로 에둘러서 말했다”고 밝혔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은 0.75% 차이로 신승했다.

 

누가 그의 용산행을 권고했을까? 윤석열과 그 주변에서 말하는 용산천도론의 논거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미국의 도청에 뚫렸고, 북한의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비행하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전시 사령부인 대통령과 국방부가 한 지점에 모여있는 것도 문제였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술적인 요소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천공은 그의 유튜브 채널 ‘진정스승 정법강의’에서 용산 이전을 일찍이 주장했다. 2019년 “용산이 힘을 쓰려면 용이 여의주를 들고와야 돼. 용은 그냥 오면 쓸모가 없어. 여의주를 들고 와야 돼. 여의주가 뭐예요. 법이에요” 

 

대호프로젝트가 나놀던 시절이었다. 여기서 ‘최고의 사람’이라는 용은 윤석열이고 여의주는 대권, 통치권으로 해석되었다. 천공은 “최고의 사람이 법과 같이 와서 문화메카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후일 윤석열이 용산 이전을 하면서 “공원을 만들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한 것과 맥락이 닿는다.

 

관상가이자 풍수지리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선택에 역할을 했다. 백재권 교수는 신문에 관상을 써서 유명인과 교류했다. 2017년 가을에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 식사를 한 일이 있다. 2018년 11월에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함께 인사동에서 윤석열을 만났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의 일이다. 차기 검찰총장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이날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소주 1병 맥주 7병을 비웠는데 주로 윤석열이 마셨다고 한다. 윤석열은 아베마리아 빈센트 등을 주인의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다. 홍석현과 그가 데리고 온 백재권은 윤석열을 묵묵히 지켜봤다. 홍석현은 사람의 관상을 볼 때 백재권을 동행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조성식의 통찰‘에서) 밤 11시에 번개팅을 할 정도였으면 홍석현과 윤석열은 가까운 사이로 보인다.

 

이날의 만남 이후 백재권의 동물관상 컬럼에서 윤석열에 대해 긍적적인 묘사가 확 늘어났다. “악어관상 윤석열은 합리적인 사고를 지녔으며 명석하기에 어설픈 짓은 안 통한다. 또한 직분에 충실한 걸 좋아하고 편중된 사고 자체를 싫어한다....대의를 위해 세상을 위해 자기 자신을 기까이 희생하는 관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악어‘를 앞세우면 국정 동력을 잃지 안고 추진하는 일에도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윤석열은 시대가 원하는 관상을 지녔다. 세상이 악어를 부르고 있다.”(2019년 6월14일 중앙일보)

 

윤석열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남동에서 관저를 구할 때, 백재권이 육군참모총장 관저 등 후보지를 돌아다녔다. 풍수를 본 것이다. 총장 관저는 중요 보안시설인데 민간 풍수지리학자가 돌아다니게 했다. 그만큼 윤석열이 신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백재권은 훗날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년 6월)에서 윤석열 부부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윤석열과 김건희 여사는 상호보완적인 관상이다. 윤석열은 권력은 있지만 고귀함이 없는 관상이다. 그런데 김건희는 그 반대다. 둘이 결합함으로써 윤석열은 고귀함이 생겼고 김건희는 권력을 얻었다. 대통령이 되는데 김검희의 도움이 컸다”

 

용산 이전에 무속과 풍수지리가 작용했다는 증언은 명태균에게서도 나온다. 2022년 대선 직후 지인과의 통화 녹취록이다. 무속을 통해 김건희에게 조언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다. “내가 뭐라 하데?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김건희)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

 

정작 용산 이전의 더 큰 문제는 비상계엄의 주역으로 경호처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김용현이 윤석열의 이웃사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둘은 2022년 3월10일부터 2014년 12월3일까지 1000일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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