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MG손보 매각…예금보험공사 강경 대응에 '장기화' 전망

김태규 기자 입력 : 2025.02.17 08:23 ㅣ 수정 : 2025.02.17 08:23

예보, MG손보 노조 상대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
노조 "업무방해 아닌 쟁의행위…위법한 절차가 문제"
실사 무산되면 청·파산 가능성도…가입자 피해 우려
예보-노조 '강대강' 충돌…본안 소송 공방 길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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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추진 중인 MG손해보험 매각이 노조의 반발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결국 법정싸움으로 치닫게 됐다. MG손보 보험가입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이달 12일 메리츠화재 및 MG손보와 함께 MG손보 노조에 대해 법원에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예보는 지난해 12월 9일 M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한 바 있다. 예보는 MG손보 매각을 추진하면서 인수합병(M&A) 방식과 자신·부채이전(P&A) 방식 가운데 인수자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피인수사를 단순 인수해 합병하는 M&A 방식과 달리 P&A 방식은 피인수사가 가진 계약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메리츠화재가 P&A 방식으로 MG손보를 인수한다면 고용승계 의무가 없게 된다. 이를 이유로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MG손보가 매각 대상이 된 것은 2022년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이후부터다. 금융위의 위탁으로 MG손보 공개 매각에 나선 예보는 2023년 1월 1차 공개매각 예비입찰을 실시했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같은 해 8월 이뤄진 2차 공개매각에서는 단수응찰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지난해 3월 진행한 3차 공개매각 예비입찰에는 사모펀드 두 곳이 응찰했으나 6월 본입찰에서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또 7월 이뤄진 3차 매각 재공고에서는 사모펀드 두 곳과 메리츠화재가 응찰했으나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유찰됐다.

 

이에 예보는 3차 공개 매각의 연장선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매각을 진행했으며 사모펀드 한 곳과 메리츠화재가 응찰해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우량자산 인수, 예금보험기금 지원만을 목적으로 참여해 매각이 성사될 경우 MG손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17일 예보 앞에 가건물을 설치하고 투쟁에 나섰다. 이에 예보는 같은 달 24일 가건물 철거이행소송 가처분을 신청하고 건축법 위반으로 노조를 고발했다.

 

노조는 예보와 메리츠화재의 MG손보에 대한 실사를 저지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의 요청으로 MG손보의 기업가치, 보험계약자에 대한 지급 의무 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실사를 추진했으나 노조의 방해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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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예보에 따르면 당시 노조는 실사 요청자료에 대해 민감한 경영정보 및 개인정보 등과 관련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예보는 노조의 이의제기 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실사 방안을 마련한 후 이달 7일 실사를 재시도했다. 하지만 노조는 실사 방안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과 유사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실사를 방해했다.

 

예보 관계자는 "노조는 실사 방안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과 유사한 문제 제기를 지속하며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사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실사가 지연되면서 기업가치가 악화돼 기금손실이 확대될 수 있고 124만명 보험계약자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는 지난달 9일 실사 당시 노조의 방해로 실사가 지연된 것이 아니라 예보가 '기밀유지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등 절차상 위법의 소지가 있어 자격을 갖춰줄 것을 요구했고, 실사단이 자체 회의 후 스스로 퇴실했다는 입장이다.

 

또 노조는 예보 앞의 가건물 설치 등 투쟁은 조건을 갖춘 쟁의행위라고도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예보는 MG손보에 직원을 파견해 MG손보의 비용을 사용하며 임원의 지위로 경영과 관리를 하고 있어 노조 입장에서는 '사용자'"라며 "2023년 7월 적법한 쟁의행위 조건을 갖췄고, 전체 조합원의 95%가 쟁의행위에 찬성하는 절차도 거쳤다"고 강조했다.

 

만일 법원이 예보가 신청한 가처분을 인용하면 노조는 실사 방해 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이행 강제금 등 벌금이 부과된다.

 

노조는 법률 검토를 통해 개인 신상정보, 기업 기밀사항, 영업기밀 등 민감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며, 어떠한 업무방해 행위도 없다는 입장인 만큼 본안 소송과 상고까지 법정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반발로 실사가 지연돼 법적 다툼까지 번지면서 불안한 것은 MG손보 상품에 가입한 보험계약자들이다.

 

예보는 MG손보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 경우 보험가입자에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문제는 예금보호한도가 5000만원이어서 5000만원 초과 보험계약자의 경우 해약환급금보다 적은 금액을 파산배당으로 받게 되는 등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실사가 지연되면서 기업가치가 악화돼 기금손시리 확대될 수 있고, 124만명 보험계약자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활한 실사를 위해 노조와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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