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삼성·LG전자, '47조원대' iLED 기술 초격차로 중국 추격 따돌릴 수 있을까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2.14 05:00 ㅣ 수정 : 2025.02.14 05:00
iLED, 메타버스 헬스케어 자율주행 등에 적합한 디스플레이 삼성·LG전자, iLED 상용화 제품 '마이크로 LED' 선보여 '눈길' 중국 CSOT·TCL·BOE, 마이크로 LED 초기 모델 생산해 공격 경영 향후 시장 성장세, OLED보다 iLED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 한국, iLED 가격 경쟁력과 기술 초격차로 중국 제압하는 기반 갖춰야
삼성전자가 4일부터 7일까지(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Integrated Systems Europe) 2025'에 참가했다. 전시장 입구에 마이크로 LED 기술이 집약된 462형 '더 월'을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했다. [사진 = 삼성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 가전업계 '텃밭'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을 위협하는 중국에 맞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iLED)로 맞대응한다.
중국 가전업계가 최근 OLED 생산에 주력해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iLED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iLED는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 단점을 보완한 디스플레이로 △메타버스(4차원 가상현실 세계) △헬스케어 △자율주행 등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로 알려졌다.
특히 iLED는 마이크로 LED를 비롯해 나노급 LED, QD(퀀텀닷)-LED 등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포함한다. 현재 마이크로 LED가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iLED=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로 봐도 무리가 없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초소형 LED로 백라이트와 컬러 필터를 없애 LED 자체가 광원이 되는 자발광 TV다. 특히 소자 크기가 줄어들어 높은 해상도를 나타내고 조립해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화면 크기에도 제한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마이크로 LED는 초소형 LED를 픽셀 단위로 배열해 화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OLED보다 고화질을 나타내고 내구성과 효율성이 우수하다.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XR(확장현실)과 웨어러블 기기, 초대형 TV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iLED는 2031년에 수요가 173배 급증해 2035년에는 320억달러(약 4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4일부터 7일(현지시간)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Integrated Systems Europe) 2025'에 나란히 출격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뽐냈다.
ISE에 다양한 첨단기술이 등장한 가운데 삼성과 LG가 심혈을 기울인 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 LED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입구에 마이크로 LED 기술이 집약된 462형 '더 월'을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디어(media)와 '건물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cade)의 합성어인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에 다양한 영상을 투사하는 것을 말한다.
LG전자는 사용·설치 편의와 콘텐츠 호환성, 에너지 효율 등이 한층 진화한 초고화질 마이크로 LED TV ‘LG 매그니트’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i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지만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은 OLED가 핵심축"이라며 "이에 따라 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iLED 못지 않게 OLED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LCD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뺏긴 뼈아픈 경험이 있는 한국은 중국이 OLED 마저 빠르게 추격해오자 OLED 첨단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OLED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국이 iLED 시장을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는 iLED의 상용화 버전인 마이크로 OLED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은 2025년 약 20만대이며 향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2030년 2490만대 △2031년 3460만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CSOT(차이나스타)·TCL·BOE 등이 마이크로 LED 초기 생산에 돌입했다. 중국의 최대 패널 업체 BOE는 LED 제조 업체 HC세미텍을 인수한 후 새로운 공장을 설립해 지난해 말부터 6인치 웨이퍼 기반 마이크로 LED 생산에 들어갔다.
특히 중국계 디스플레이 기업은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등을 지원받고 있어 값싼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등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2023년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마이크로 LED용 화소와 패널을 양산하기 위해 11억달러(약 1조4540억원)이상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R&D(연구개발)와 제품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유기업 3개사와 민간기업 1개사 합작업체 청두천현광전유한공사는 약 30억위안(약 5955억원)을 투자해 첫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 마이크로 LED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지난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자료 발췌. [그래프 = 뉴스투데이]
업계 관계자는 "향후 성장전망을 살펴보면 OLED 보다 iLED가 더 유망하다"며 "OLED 시장 규모가 △2030년 507억7000만달러 △2040년 653억3000만달러 △2045년 659억4000만달러로 완만하게 성장하지만 iLED는 △2030년 93억달러 △2040년 577억8000만달러 △2045년 799억8000만달러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iLED 성장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지만 한국은 중화권 기업에 비해 투자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iLED가 아직 초기 시장인데다 대량생산이 어렵고 비용이 비싸며 기술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상용화에 한계가 있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가장 최근 출시한 114인치 마이크로 LED TV 출고가격은 1억8000만원에 이른다. LG전자가 지난해 미국 등 북미 시장에 출시한 136인치 마이크로 LED TV 출고가는 29만9999달러(약 4억3427만원)이다.
초고가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간 판매하는 마이크로 LED TV는 1000대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수요를 독려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마이크로 LED 기술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지만 관련 제품 생산을 미루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듯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사장은 지난해 8월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2024’에 참석해 “마이크로 LED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다"며 "이에 따라 향후 10년을 주도할 최적의 대안은 OLED”라고 밝히기도 했다.
LG전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5'에 참가해 초고화질 마이크로 LED 'LG 매그니트'와 디스플레이 광고 솔루션 'LG DOOH Ads' 등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LG전자]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이 iLED 시장을 선점해야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국가 핵심 사업인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iLED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이를 위해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및 생태계 구축 사업'이 지난해 5월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해 올해부터 2032년까지 8년간 국비 3479억원을 비롯해 총 48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2024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과 '2025년 신규 연구개발(R&D) 사업 공고'에도 iLED 기술을 포함시켰다.
문대규 순천향대학교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지금은 iLED 시장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미래형 디스플레이“라며 ”디스플레이 트렌드가 LCD에서 OLED로 넘어온 것처럼 기술력, 생산 판매 인프라가 성숙해지면 iLED가 OLED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문대규 교수는 또 “현재 iLED 패널 기술력은 한국이 앞서 있지만 생산 인프라와 공급 구조는 중국이 우수한 편"이라며 "그러나 중국이 패널 기술력도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