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보검이 모델로 나와 “침대는 과학”을 이야기 한다. 지난해의 광고가 박보검이 혼자 나와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원맨쇼였다면 올해의 광고는 많은 조연들이 함께 등장한다.
[2024 침대=과학 구구단 편]
ACE FORMULA(에이스 공식)이라는 제목과 아래로는 구구단이 보인다. 선생님의 지시에 맞춰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 : 이 일은 이, 이이는 사, 이 삼은 육
“침대 = “이라는 자막이 보이며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대답한다
아이 : 침대는 과학
아이들 : (환호 소리) 와~
자막)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박보검 : 모두가 아는 숙면 공식/ 침대는 과학이다 에이스침대
이 광고를 보며 문득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가 나간 후 한 초등학교 시험에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에 아이들이 냉장고 대신 침대를 정답으로 적어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아이들을 모델로 쓴 것이 혹시 과거와 같은 노이즈 마케팅을 위한 에피소드를 양산하기 위함 이었는지 아니면 누구나 다 아는 구구단 공식처럼 침대는 과학이라는 에이스의 주장을 당연한 공식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함인지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입한다는 비판을 차치하고라도 구구단 중간에 아무런 연관성 없어 보이는 문제를 내는 선생님과 아이가 손을 들고 당당하게 대답하는 장면, 마치 정답을 맞췄다는 듯 맞장구를 치며 환호를 보내는 상황도 조금은 작위적이다.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그냥 공식이니 외우라고 강요하는 듯 하다.
[2024 침대=과학 끝말잇기 편]
가족 3대가 잘 차려진 식사테이블에 앉아 끝말잇기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 : (아령을 들며) 근육
아들 : (아기를 앉고) 육아
며느리 : (음식 접시를 들고) 아침
딸 : (식탁에서 이불을 두르고 거울을 보며) 침대
할머니 : 침대는?
안경 쓴 아들 : 과학
자막)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박보검 : 모두가 아는 숙면 공식/ 침대는 과학이다 에이스침대
이 광고 또한 구구단 편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작위적이다. 식탁 앞에서 아령하고 이불 뒤집어 쓰고 거울보고 있는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은, 더 심하게 말하면 콩가루 집안 같아 보인다.
구구단과 끝말잇기라는 공식이 명확한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공식을 파괴하고 있다. 구구단은 두 숫자의 곱한 값을 말해야 하지만 침대=과학은 그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끝말잇기 또한 앞 단어의 끝 말로 다음 단어의 첫 말을 시작해야 하지만 침대 다음 “대”로 시작하는 단어 대신 과학이라 말함으로써 공식에서 벗어났다. 광고적 과장이나 의외성을 위한 의도된 표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감하기 쉽지 않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는 오늘의 에이스 침대를 있게 만든 일등공신이며 광고사에 남을 대표 광고 캠페인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변화된 시장과 소비자 경쟁 상황에 적합한 광고가 아닐 수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지의 표현일까? 아니면 과거 성공 공식에 대한 집착일까?
에이스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자유 연상 단어로 “과학”이 압도적일 것이다. 그만큼 과학이 비중 있는 단어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일관성 있는 장기 캠페인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던 다시다의 “고향의 맛” 초코파이의 “정”과는 차원과 역할이 다르다.
고향의 맛과 정은 그 브랜드의 핵심가치(Core Value)지만 과학은 가구로 인식되던 침대를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 가구를 대체하는 광고적 표현으로 찾아낸 단어다.
“과학”의 활용 여부와 함께 역할과 활용 범위,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