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⑤] 이통3사, 여성 임원 더딘 증가..."여전히 견고한 벽 실감"
이통3사 임원 총 293명 중 여성 34명 11.6%
마케팅 외의 AI 등 일부 신사업 분야에 여성 리더 배치
견고하고 단단한 한국의 유리천장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여성 비율은 2019년 3.5%에서 지난해 6%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서 기업 내 여성의 기여도와 역할이 신장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업별, 업종별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고 단단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임원 현황과 실태를 점검해 보는 ‘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국내 주요 산업군의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유리천장은 견고하기만 하다.
이동통신 3사가 공시한 상반기(1~6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임원의 수는 SKT가 전체 임원 122명 중 12명, KT는 전체 임원 96명 중 12명, LG유플러스는 전체 임원 75명 중 10명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 임원 총 296명 중 여성 리더는 34명, 11.6%에 달한다.
그동안 유리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일부 기업 실무자와 연구자들은 고위직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해결책으로 주장했다. 고위직에 위치한 임원은 조직의 의사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운영방식과 문화 조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여성 리더는 ‘변화의 대리인(agents of change)’이자 보고 조직 내 여성의 불평등 감소와 승진, 임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성 임원 비중은 산업 또는 기업 내 유리천장을 부수는 중요한 척도가 된 셈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여성 임원 비중은 10% 초반에 불과하지만 다른 산업군에 비해 그나마 나은 상황으로 보인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들의 여성 임원은 사업보고서에 성별을 구분해 공시하기 시작한 2013년 2.0%(192명)를 시작으로 매년 증가해 2022년 1분기 기준 6.3%(913명)까지 증가했다.
산업 전체 평균 6.3%인 반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그나마 높은 셈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고 유리천장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지닌 여성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의 2022년도 남녀과학기술인 양성 및 활용 통계 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2대 산업의 성별 산업기술인력 109만8921명 중 여성은(13.9%, 15만2710명)에 불과했다. 여성 전문 인력 비율이 적으니 여성 리더 비율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지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뉴스투데이>에 “이공계 분야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를 확대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현재 산업 분야에서 여성 관리직(롤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 인력은 마케팅 등에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의 의사 결정기구에서 인적 다양성이 확장되면 기업의 이익 또한 증대된다는 해외 보고서를 참조할 때, 단순히 여성 인력 풀만 확대하는 것을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AI 등 신사업 분야에 전면 배치된 여성 리더
과거 국내 대기업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 특성상 재무 분야 임원은 남성, 마케팅 분야 임원은 여성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임원의 전문성에 부합한 보직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동통신 3사는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MM), 모빌리티 등 미래 전략 사업부에 여성 리더가 다수 배치되고 있다.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이동통신사는 KT다.
KT는 김영섭 대표 체제 이후 1년 만에 5명의 여성 임원이 취임했다. 취임한 임원 일부는 핵심사업이자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AI 관련 사업부서에 배치됐다.
구체적으로 KT는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전략을 내세웠으며, AI 연구를 도맡았던 AI2XL 연구소를 재편해 기술혁신 부문 산하 3개 조직으로 나눴다.
이중 윤경아 상무가 이끄는 AI테크랩은 멀티 LLM을 활용한 AI반도체 기반 추론 솔루션 등 미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세정 상무는 AI서비스랩에서 AI 기술의 실제 서비스 적용을 연구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여성 임원이 기업 핵심 사업에 배치된다는 점은 조직 내 롤모델의 영향으로 여성들이 승진의 열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트렌드 대처가 빠른 업계의 특성상 향후 여성 임원 증가 및 주요 사업 배치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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