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③] 증권업계 女 인재 등용 미풍…'거버넌스' 잣대, 다양성 시도 늘듯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9.23 07:10 ㅣ 수정 : 2024.09.26 16:36

ESG 경영 중요성 확대, 증권 이사회 구성 다양성 시도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발탁… ESG의 'G' 부문 평가 영역
자기자본 순위 10곳 여성임원 9% 미만, 女사외 1명씩
자본시장법 개정안 한몫, 딱딱한 업권업"밸런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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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하고 단단한 한국의 유리천장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여성 비율은 2019년 3.5%에서 지난해 6%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서 기업 내 여성의 기여도와 역할이 신장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업별, 업종별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고 단단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임원 현황과 실태를 점검해 보는 ‘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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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내 여성 이사 발탁은 ESG의 지배구조 ‘G’ 부문에 해당하는 평가 영역이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산업 전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증권업계도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발탁은 ESG의 지배구조 ‘G’ 부문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간 단단한 유리천장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다양성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판단 지표다. 증권사들은 매년 여성 인력 육성과 성평등을 위한 경영전략을 추구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증권업은 오래전부터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견고하다는 분위기가 깔렸다. 아직 여성 임원이 전무한 증권사도 있어 갈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 증권업계의 여성 임원 수는 두 자릿수가 채 안 된다. 더구나 고위급 임원으로 갈수록 여풍(女風)이 미진한 실정이다. 이는 증권사 특유의 남성 중심 영업활동과 여성의 출산·육아 문제, 보수적인 색채·조직 문화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최근 3~4년 전부터 증권사들은 자본주의 대응과 밀접한 사회적 책임, 투명 경영을 기반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에 주목했다. 

 

또 여성 인력이 기업의 임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만들어져야 다양성 차원에서 선순환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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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자본 순위 10곳, 여성 임원 9% 안돼…이사회 균형 성비는 G 부문 평가 기준


 

23일 <뉴스투데이>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2조 이상인 상위 10개 증권사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9%도 못 미쳤다. 

 

자세히는 미래에셋(임원 총 119명, 여성 임원 12명), 한국투자(49명, 2명), NH투자(61명, 8명), 삼성(33명, 4명), KB(59명, 3명), 하나(49명, 3명), 메리츠(45명, 3명), 신한투자(54명, 7명), 키움(51명, 4명), 대신증권(42명, 3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즉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순위 10대 증권사의 임원 수(미등기+이사회)는 총 559명이다. 이 중 여성 임원은 49명으로 8.8%에 그쳐 두 자릿수에도 못 미쳤다. 

 

여성 CEO(최고경영자)가 사령탑인 국내 증권사는 전무하다. 지난해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경영이사에 여성 임원이 이름을 올린 바 있으나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는 SK증권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특히 등기된 이사회(사내+사외+기타비상무이사)는 총 73명을 뒀는데, 여성 사외이사가 12%(9명) 수준에 머물렀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하나, 메리츠, 신한투자, 키움, 대신증권 등 9곳이 각 1명의 사외이사를 보유했다. 

 

비율로만 보면 증권가는 여전히 여성 인재 등용에 인색했다. 대형사나 중소형사 따질 것 없이 대부분 여성 사외이사는 1명이거나 아예 없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 2명이 이름을 올렸다. 

 

다른 금융권의 여성 임원 비중보다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이다. 여성 사외이사의 다양성 측면으로 보면 경영학이 가장 많았고 행정학, 회계학, 법학, 소비자학 등 고루 있었다. 

 

최근 들어 증권업계는 자산관리 중요성이 부각되며 WM 분야에서 여성이 전문 역량을 펼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성 확보를 통한 ESG 경영 강화 차원이다. 이사회 균형 잡힌 성비는 ESG의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대부분 산업 전반이 그렇듯 증권사들도 ESG 경영을 홍보하며 환경 부문인 ‘E’와 사회 관련 활동에 해당하는 ‘S’에 적극성을 띠었다. 다만 지배구조 측면을 말하는 ‘G’는 여전히 취약한 편이다. 

 

한국ESG연구소 등 기업 ESG 평가기관들은 실제 'G' 평가요소에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여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ESG기준원(KCGS) ESG 등급에서 NH투자증권이 업계 유일하게 지배구조 부문(G)에서 A 등급을 받았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여성 임원 비율이 13%로 가장 높았 순위를 차지했다.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한몫했다. 이 개정안은 일명 ‘여성이사 할당제’로 불리는데,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 증권사는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본격 시행된 '여성 할당제'를 채우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사내이사에는 여성이 거의 없고 사외이사도 각 사 한 명씩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구색을 갖춘 것이 아쉽다는 지적에서다. 대형 증권사는 여성이사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했으나, 이마저도 사외이사에 국한됐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단계에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면 효과적인 감독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사회 다양성은 ESG의 기업 거버넌스가 향상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물론 회사마다 다를 수 있으나 이런 추세로 증권업계의 유리천장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천장 개념은 여성들이 승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뜻하지만 개인 차이와 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별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있는 데다 조직의 성과·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홍 교수는 또 “기업 거버넌스를 꼭 비율로만 따져 임원을 둬야한다면 효율적인 인력 여부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비율보다는 철저한 능력 위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간호학에는 여성 비율이 높듯 금융권에도 딱딱한 남성 색채가 있다. 단순히 일차원적인 유리천장으로만 접근하는 것보다 비율과 실력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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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대상 기업이 충분한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freepik]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대상 기업이 충분한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제적인 여성이사 의무 선임 법제화, 글로벌 기관투자자 및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 지침 등에 따라 업계 여성 임원 증원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올해 KCGS가 펴낸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기업의 이사회 성별 다양성 현황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요 다른 나라 대비로는 미미했다. 실제 국내 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여성 등기이사가 존재하는 기업은 31.4%, 존재하지 않는 기업은 68.6%였다. 

 

핵심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 기업에 충분한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는 거다. 이들은 사회 성별 다양성 수준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 

 

결국 사회적 책무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 ESG 기조로, 향후 탁월한 실적을 보인 여성에 대한 임원급 등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사 역시 여성 비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여성 임원을 한꺼번에 늘릴 수는 없다. 다만 증권사별로 여성들에게 경력 단절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연화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문종원 KCGS 연구원은 “규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이사회 성별 다양성 수준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점은, 향후 이사회 성별 다양성 관련 정책이나 법률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이사회 성별 다양성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기업 내·외부에서 여성 인재풀(pool)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여성 인력이 기업의 임원급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만들어져야 다양성 차원에서 선순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서다.

 

미국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투자기업 이사회가 여성 이사를 두지 않는 경우 이사회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원칙이 있다. 기업 ESG 평가기관들도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여부 등을 중요시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와 관련한 규정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여성인재 발탁은 ESG 경영에서 다양성이 중요 요소로 자리매김 중"이라며 "국내 증권사의 여성임원 비중은 여전히 선진국 대비 부족한 수준이다. 대신 증권사 자체적으로 이사회 구성에 다양성을 갖춰 지배구조를 개선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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