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난공불락' 소주시장 뛰어든 오비맥주...해외 뚫어야 산다

서민지 기자 입력 : 2024.09.20 10:48 ㅣ 수정 : 2024.09.20 10:48

오비맥주, '제주소주' 인수...생산용지·설비 등 양도받아
제주소주, 과일소주 수출·ODM 주력...연 60만병 수준
"'카스' 해외진출 위한 발판...국내시장은 고려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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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코너 매대에 진열된 맥주 '카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오비맥주가 소주 시장에 뛰어들며 K주류 열풍에 본격 합류한다. 신세계가 포기한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국내외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오비맥주의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주소주의 생산 용지·설비·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는 조건이다.

 

오비맥주는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의 해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제주소주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은 셈이다.

 

그동안 국내 맥주는 중국의 '설화·칭다오'와 미국의 '버드라이트', 멕시코의 '코로나' 등 글로벌 브랜드의 견고한 벽을 뚫지 못했다.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맥주 출고량은 2019년 171만 5995㎘에서 지난해 168만 7101㎘로 감소했다. 오비맥주의 실적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매출액 1조 54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0.01%)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2365억 원으로 35%나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의 이번 인수가 해외 진출의 불쏘시개가 될 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소주는 맥주보다 해외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큰 제품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억 141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9757만 달러 이후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2022년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일소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현재 한국에선 비주류 품목으로 분류되지만 베트남 등 외국에서는 정반대다. 2030년까지 소주로만 연간 해외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하이트진로의 무기 중 하나도 과일소주일 정도다. 전체 주류 수출에서 과일소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3년 0.5%였지만, 지난해 28.1%까지 치고 올라왔다.

 

오비맥주가 인수한 제주소주는 그간 소주 위탁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미국에 '고래소주', 베트남에 '힘소주' 등을 위탁생산해 판매했고, 싱가포르와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판로 확장에 힘쓰고 있다. 

 

문제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를 중심으로 주류 시장이 형성돼 있고, 진입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소주의 한 해 수출 물량은 60만 병으로 수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하이트진로의 올해 매출 예상치는 1585억 원이다. 

 

게다가 하이트진로는 최근 베트남에 7700만 달러를 투자해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축구장 11배 크기인 2만 5000평 규모로 초기 목표 생산량은 연간 과일소주 100만 상자에 달한다. 올해 해외 소주 판매 목표의 17%를 상회하는 수준인데, 여기에 기존 물동량까지 더하면 세계 소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새로'의 과일소주 버전인 '새로 살구'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다. 지난 6월부터 중국과 홍콩, 동남아시아 등에서 판매 중이며 향후 미국과 일본 등으로 수출 무대를 넓혀갈 계획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오비맥주가 제주소주와 함께 해외 소주 시장에 진입하기엔 타사 소주 제조사들에 비해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며 "동남아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더라도 제주도에 공장을 증설하기엔 비용과 환경 부담이 크고, 기존 소주시장의 진입장벽을 깨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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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푸른밤' 제품 이미지. [사진=제주소주]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국내 소주 시장을 목표로 제주소주를 인수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이와 관련해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제주소주가 이미 국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기존 소주 제품들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견고하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제주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제주소주는 2016년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 그룹이 인수해 이마트 아래로 편입됐다. 2017년 '푸른밤' 소주를 국내에서 선보였고 '정용진 소주'로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4개월 만에 300만 병이 팔렸다.

 

하지만 '푸른밤'은 더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하락세를 탔다. 신세계는 4년에 걸쳐 670억 원을 투입했지만 제주에선 '한라산소주', 수도권에선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에 밀리며 시장 점유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 제주소주는 2020년 영업손실 106억 원을 기록한 뒤 2021년 3월 결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제주소주가 시장 밖으로 내몰린 건 물류비도 한 몫 했다. 제주도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육지로 실어 나르기엔 배송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는 보수적인 주류 시장을 오비맥주가 어떻게 공략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비맥주 역시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전략"이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제주소주는 국내 사업 확장이 아닌 '카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며 "오비맥주의 본질은 맥주이기 때문에 제주소주의 해외 판로를 활용해 '카스'의 영향력을 어떻게 더 넓혀볼까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내년쯤 나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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