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로만 쌓아올린 은행 실적...‘비이자 확대’ 언제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9.13 08:14 ㅣ 수정 : 2024.09.13 08:14

은행권 이자-비이자 비중 9:1 수준
이익 구조 다각화 필요성 커지는데
수수료이익 발굴 점점 더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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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의 창구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핵심 경영 목표로 제시한 비(非)이자 이익 확대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이자 이익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비이자 부문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유망 분야 중심의 비이자 이익 제고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인데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된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올 상반기 비이자 이익은 3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3조8000억원) 대비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자 이익이 29조4000억원에서 29조8000억원으로 1.4%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총이익(이자+비이자)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9.8%에 달한다. 은행이 1000원을 벌면 900원이 이자 부문에서 나오고, 나머지 100원(10.2%) 정도만 비이자 부문에서 일으켰다는 의미다. 

 

은행 산업 특성상 이자 이익 비중이 큰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최근에는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의 이 같은 이익 구조는 ‘이자 장사’ 논란을 촉발한 계기로 작용했다. 예대마진(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에 의존한 손쉬운 영업만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총이익 22조9123억원 중 이자 이익(21조616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1.9%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 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 등 4개 지방은행의 경우 총이익 2조1554억원 중 이자 이익만 2조260억원(94.0%)에 달했다. 

 

다만 연내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질 경우 은행의 이자 이익 성장세도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은행 이익을 지탱하고 있는 이자 부문이 역성장할 경우 전체 실적 둔화는 불가피하다. 이는 주요 은행 최고경영자(CEO) 등이 비이자 이익 제고를 통한 이익 구조 다각화를 주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 비이자 이익은 출금·송금 등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비롯해 △신탁·방카슈랑스·신용카드 등 연계 상품·관리 수수료 △유가증권·채권·부동산 등에서 일어난 투자 수익 등이 포함된다. 통상 비이자 이익의 대부분은 수수료 이익으로 채워진다. 은행이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다. 

 

은행권이 비이자 이익 제고에 어려움을 겪는 건 수수료 이익 증가세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 금융 활성화와 인터넷전문은행 출현, 상생금융 확대 등의 영향으로 각종 금융 수수료를 면제하는 정책이 잇따라 시행된 점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은행들은 앞으로 출금과 송금 등의 분야에서 수수료 이익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계좌 관리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받을 정도로 금융 서비스 수수료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며 “국민 정서상 여러 가지 이유로 면제하거나 줄여놓은 수수료를 다시 높인다는 건 납득 못 할 거고,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유망한 건 신탁 부문인데 폭발적 성장세를 기대하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 은행권에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공급과 수요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판매 실적이 회복하지 못하면 수수료 이익도 저조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비이자 이익 부진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익 구조 다변화는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필수 과제로 지목된다. 은행권은 점진적인 비이자 이익 증대로 이익 균형을 맞춰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9:1 수준인 이자 이익과 비이자 이익 비중을 7:3 정도로 재편하는 걸 목표로 제시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4대 금융그룹(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웰스파고)의 지난해 총영업이익(4177억 달러) 중 비이자 이익(1643억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3% 수준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비이자 이익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속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신탁업, 자산관리(WM), 벤처투자 등 여러 측면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은행은 자영업자 대상의 지급결제 및 컨설팅 서비스 등을 활성화하는 등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내부 역량을 축적함으로써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일각에선 은행권의 자체 노력과 함께 비금융 사업 진출길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과 산업 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규제로 신사업 추진이 사실상 제한되기 때문이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다양한 시장에서 고객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수익원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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