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7.13 01:12 ㅣ 수정 : 2024.07.13 01:12
최임위, 12일 내년 최저임금 1만30원 확정…전년 比 1.7P% 증가 노동계, "정부 의지 반영한 꼼수에 고물가 시대 노동자들 고통 호소" 경영계, "국내 영세기업들 취약한 현실 반영한 차등 적용‧임금 동결 절실"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12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이인재, 이하 최임위)가 다음해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7P% 상승한 1만30원으로 확정했다. 최저임금 제도 도입 후 37년만에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선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 기대치만큼도 인상이 없는 임금 상승에 고물가 시대 근로자들의 힘겨운 1년을 어둡게 내다보는 노동계와 영세 기업들의 경영 부담에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간 차별 적용을 원하는 경영계의 마찰은 임금협상 종료 후에도 많은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총’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내년 최저임금 확정과 관련해 상반된 의견들을 쏟아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둘러싼 노사간의 인식괴리가 새로운 갈등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 민주노총, “공익위원이 정부 의지 실현하는 결정구조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 가로막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 이하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답정너(답은 정했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외면한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밥값은 한번에 2000원씩 오르는데 딱 170원 인상이다. 인상률은 1.7%로 역대 두 번째로 낮다. 고물가 시대를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쪼들리는 고통 속에서 1년을 또 살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상승률 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 오르는가 싶었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으로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최근 2년간의 물가 폭등기에는 최저임금이 물가인상폭보다 적게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했다”면서 “저임금 노동자, 서민들의 지갑은 해를 거듭할수록 얇아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밑바닥 수준인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의 결정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노사가 공방을 벌이다 마침내는 공익위원이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다”면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도 공익위원의 답정너 회의 운영과 제멋대로 산출식으로 휘둘렸다”고 꼬집었다.
특히, 공익위원들의 ‘제멋대로 심의촉진구간 설정’에 민주노총은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근거 없는 산출식으로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했다. 국민경제생산성 산식을 근거로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불평등 개선을 통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걸맞지 않는다”며 다음해 최저임금 결정에 반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 이하 한국노총)은 노동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정부 의지를 반영한 최저임금 확정안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에서 “딱 물가인상률 예상치만큼인 2.6%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공익위원의 다수는 사용자 편에 섰다.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상식적인 인상안을 제시한 노동자위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농락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국노총은 “1만원 넘었다고 역사적이니 뭐니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명백한 실질임금 삭감이다. 저임금노동자들의 통곡이 눈에 선하다”면서 “편파적 공익위원 구도에서 낮은 인상률로 결정된 최저임금 결정에 맞서, 한국노총은 플랫폼 특고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업종별 차별적용 완전 철폐를 위한 입법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한국경영자총협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 위한 최저임금 동결 무산돼 아쉽게 생각”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이하 경총)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다음해 최저임금이) 동결돼야 했으나, 그러지 못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다만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이 또다시 고율 인상될 경우 초래될 부작용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한 사용자위원들이 고심 끝에 내린 결과다"고 밝혔다.
이어 경총은 "올해 심의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다고 밝혀진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적용하자는 사용자위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국회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부담 완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 지원 정책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의 수용성 제고를 위해 업종별 구분적용 시행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 중소기업중앙회, “단일 임금제 적용에 취약 사업주는 범법자가 될 위험 안고 살아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이하 중기중앙회)는 이날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고,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는 경제상황을 감안했을 때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요구했던 동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올해 업종 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무산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중기중앙회는 "구분적용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사항을 보완했지만 최임위가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구분적용의 대상이 되는 취약업종의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매출은 줄고 비용은 늘어 취약 사업주는 범법자가 될 위험을 안고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규탄했다.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직무대행 유기준, 이하 소공연)는 이날 논평을 통해 "매년 인상해 온 최저임금을 올해도 인상하고, 기어이 1만원을 넘긴 금액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소공연은 "국내 사업체의 95.1%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매출저하와 고비용구조로 지불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면서 "감당하기 힘든 인건비 상승은 결국 ‘나홀로 경영’을 강요하며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늘어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고 말해 소상공인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했다.
이어 소공연은 "이제 소상공인은 신규 고용은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고용유지까지 고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면서 "정부는 소상공인 사업장의 안정적인 고용 환경 조성을 위한 실효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상공인이 고용을 포기하지 않고 취약 근로자들과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된 만큼, 이제는 초단시간 쪼개기 근무의 원흉인 주휴수당도 폐지해야 한다"면서 아르바이트 등 저임금 근로자들의 각종 수당 폐지를 통한 소상공인 상생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