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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기획 : 직장인 정신 건강 현주소 ③

‘업무 효율·임직원 스트레스 해소’ 두 마리 토끼 잡는 ‘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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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6.26 10:10 ㅣ 수정 : 2024.06.26 10:10

구글·애플 등 실리콘밸리 성공 기업 ‘유연한 근무환경’ 공통…국내 스타트업서 벤치마킹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 유지…업무 효율 향상·임직원 스트레스 해소 일석이조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지향하는 직장인 증가…취업 시 재택근무 여부 기준 삼기도
재택근무, 오히려 정신 건강 장애 초래…업무 환경 따라 직장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최근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 가운데 특히 4차산업 종사자들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3차 산업이 중심이던 과거 1980~1990년대까지는 정신 건강 장애를 앓고 있는 직장인을 사실상 찾기 어려웠다. 정신보다는 육체 중심의 노동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은 중증 이상 환자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사회가 변화하면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치료를 위해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면서 직장인 정신 건강 장애가 사회 문제로 인식 자체가 전환되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직장인 정신 건강 장애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 등의 사례를 총 15회에 걸쳐 보도하며 우리 사회와 직장에 작은 걸음이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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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구글, 애플, 메타 등 성공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공통적인 기업문화를 꼽자면 유연한 근무환경이다. 재택근무와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설정 등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기업문화가 스며들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임직원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에 재택근무를 도입해 비용을 줄이며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자신이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시간에 근무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한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재택근무를 도입하면서 그 효과를 체감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면 업무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차질 없이 관리 가능하다는 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팬데믹 이후에도 자유로운 근무문화를 유지하는 스타트업들이 남아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완전 재택근무, 최대 30일까지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채택한 바 있다. 사무실 출근이나 재택 외에도 업무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어디든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3월부터는 내부 유대감과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 1~2회 사무실 출근제도’를 도입하긴 했으나 기성 업무환경 대비 여전히 유연하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전사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임직원마다 협업 강도,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업무 생산성과 집중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이에 따라 사옥도 ‘스마트 오피스’로 탈바꿈해 각 업무나 직책에 따라 사무실로 출근할 경우, 스마트오피스를 신청해 자리를 배정받아 근무한다. 

 

자유로운 근무환경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임직원의 정신 건강에도 상당히 이롭다. 만원 지하철에서의 출퇴근, 야근으로 체력 소진 후 늦은 귀가 등만 해소돼도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 2020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가 꼽은 재택근무의 긍정적 효과도 ‘출퇴근 스트레스 해소’가 86.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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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A씨가 본인의 집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스투데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직장인 A씨(31)는 근무지는 본인의 집이다. 오전 8시에 출근·오후 5시 퇴근,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저녁이 있는 삶’을 선호하는 A씨는 후자를 택했다. 

 

오전 10시엔 팀원들과 1시간가량 줌미팅을 진행한다. 꼭 회의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논의가 필요할 때는 수시로 줌미팅을 통해 소통한다. 업무뿐만 아니라 팀 회식도 줌미팅으로 이뤄진다. 회사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1인당 5만원씩 지원하고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 시간에 맞춰 줌에서 만남을 갖는다. 

 

오프라인 만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하면 대면 소통도 가능한데, 이때 회사에서 인당 3만원을 지원한다. A씨와 팀원들은 지난해 이 지원금과 개인 비용을 활용해 제주도로 3박 4일간 ‘워케이션(Workation, 원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근무도 하는 새로운 근무형태)을 다녀왔다. 팀원들과 낮에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일 하고, 퇴근 후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A씨의 동료들 중에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인하우스 자리를 제안 받았지만, 재택근무가 주는 만족감 때문에 이직을 반려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A씨는 <뉴스투데이>에 “업무 특성상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 근무도 불가피하다. 이전 직장에서는 야근을 마치고 나면 택시로 귀가하기 다반사였고 회사가 멀다 보니 집에 오면 밤 12시가 넘는 경우도 많았다”며 “주말에도 오전 일찍 일을 시작해 마무리하고 나면 지인이나 가족들과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밀린 잠을 자고 쉬기 바빴다. 일년여쯤 다니고 나니 스트레스성 위염, 두통, 손발 저림 등 건강상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더라도 확실히 부담이 줄어들었다. 회사에서 집에 오기까지 지하철에서 보낼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고 있다”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며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온·오프라인 상담 프로그램 등도 지원된다. 현재의 삶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 아직까지 이직을 고려해본 적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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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관련 사람인 설문조사 결과 [사진 = 사람인]

 

 

앞서 언급한 고용노동부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근로자들은 재택근무 만족도에 관한 질의에 60.5% ’대체로 만족‘ 30.8%가 ’매우 만족‘이라 답했다. 10명 중 9명은 재택근무에 만족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A씨처럼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지향하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2022년 사람인HR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입사 기업 선택 기준에 재택근무가 포함된다’고 답한 비율이 53.1% 조사됐다.

 

취업기업 선택 시 재택근무 여부를 포함한 이유로는 △출퇴근 시간이 절약돼서(61.1%) △삶의 질이 높아져서(59.4%) △대면으로 인한 사람 스트레스가 적을 것 같아서(31.3%) △회사 문화가 합리적이고 유연할 것 같아서(29.4%) △아이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어서(21.2%) △처우·회사 인프라·근무 환경이 좋을 것 같아서(21.1%)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택근무가 오히려 정신 건강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통근의 부재가 오히려 일과 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이것이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장시간의 노동으로 이어져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유연근무나 재택근무가 직장인의 정신 건강 증진에 도움 되려면 개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전제가 가능하다면 효과적인 업무방식은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오히려 건강을 더 해치기도 한다. 예컨대 텔레마케터의 경우 오래전부터 재택근무 방식이 도입돼 왔는데 오히려 업무가 과중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류 이사는 "단순히 '유연근무나 재택근무가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이롭다'라고 말하긴 어렵고 직장인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업무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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