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애플이 새로 선보인 아이패드 프로 광고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Crush! l iPad Pro l Apple]
대형 유압 압착기 위로 페인트, 악기, 미술도구 등 창작을 위한 대표적인 도구들이 보인다 / 압착기가 점점 내려오고 모든 창작 도구들이 무참히 파괴된 자리에 아이패드 프로가 남는다
“지금까지 나온 가장 강력한 아이패드”라는 나레이션으로 광고는 마무리된다
이 광고의 표현 방식은 몇 년 전부터 유튜브에서 유행했던 압축기로 무언가를 눌러버리는 영상의 표현 아이디어를 활용하였다.
이 광고가 공개되자 악평이 쏟아졌다. 블룸버그의 한 기자는 “AI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멋지게 시각화 해줘서 고맙다”며 조롱했고, 배우 휴 그랜트는 “실리콘 밸리가 인간 경험의 파괴를 선사했다”고 비난했다.
그 외 주요 외신들도 “AI 포비아를 느끼게 한다”, “파시스트적 미학”이라고 표현했다.
남의 위기는 나의 기회라는 말처럼 경쟁사 삼성은 갤럭시탭 광고를 통해 아이패드 광고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Samsung Uncrush video(response to Apple Crush ad) 편]
아이패드가 저지른 만행(인간의 창작 도구들이 압착기로 파괴)의 현장으로 에이미 와인하우스
(지미 핸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과 함께 27세에 요절한 천재 아티스트들을 지칭하는 ‘27세 클럽’ 멤버인 여성 아티스트)를 닮은 여성 아티스트인가 걸어 들어와 반쯤 망가진 기타를 들고 잠시 튜닝을 한 후 갤럭시탭의 악보를 보며 연주를 시작한다
이때 creativity cannot be crushed라는 카피로 애플의 광고를 씹는다
아이패드의 “Crush”를 “Uncrush”로 맞받아 친 센스가 돋보인다. 특히 “우리(삼성 갤럭시탭)는 결코 창의성을 파괴하지 않는다(Uncrush)”라는 카피를 통해 창의성 “파괴자 vs 지원자” 프레임을 명확히 한다.
아이패드 광고에 대한 또 다른 비난은 LG광고 표절논란이다.
LG전자 르누아르 휴대폰 광고(첨부 동영상 참고)와 압착기로 눌러버리는 아이디어는 거의 같다. 차이가 있다면 위에서 누르는 것과 옆에서 누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연예계의 “논란은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말처럼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 경우 대중적 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케팅 차원에서 득이 된다.
이번 아이패드 논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논쟁으로 인해 소비자의 관심이 폭발하였다. 광고 집행을 안하고도(돈 한푼 안 들이고)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논란의 내용도 냉정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광고의 내용 중 압착기로 파괴하는 과격한 표현 외에 인간을 혹은 인간의 창의성을 파괴하려는 의도나 직접적 표현은 그 어디에도 없다.
또한 예술 창작의 도구 대부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한지 이미 오래고 실제 아이패드 등 디지털 기기를 창작의 메인 도구로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이 차고 넘친다.
15년 전 LG 광고를 카피했다는 비난 또한 이론의 여지가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표현처럼 압착기로 뭔가를 누르는 것은 여러 가지 재료를 하나로 모아 믹서로 가는 장면만큼이나 흔한 표현이다.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에 담은 제품”이라는 컨셉을 쉽게 정확하게 표현하는 검증된 가장 익숙하고 심플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두 광고를 비교했을 때 제품 기능상 팩트에 가깝게 표현한 것은 아이패드 광고다. 압착기로 망가뜨린 아날로그 창작 도구의 많은 기능을 아이패드가 대신할 수 있고, 이미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LG 광고의 경우 거의 공상과학 수준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 휴대폰 기술로는 광고에서 파괴시킨 그 많은 아날로그적 창작 도구들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거나 대체할 수 없았기 때문이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