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로 1.3조 자금조달…OLED 육성·재무 안정성 잡는다
시설자금·운영자금·채무상환자금 위한 1.3조 유상증자 단행
중소형 OLED 등 수주형 사업 미래 경쟁력 강화 관련 시설투자
OLED 고객기반 확대 및 신제품 대응을 위한 원재료 매입 투입
차입금 증가시키지 않고 최대한으로 축소해 재무안정성 강화
유상증자, 실적 회복 빌드업… OLED 외형성장 위한 밑거름돼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회사 'LG디스플레이' 사령탑에 오른 정철동 대표이사가 성장 사업 투자와 재무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1조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그 첫 걸음이다. LG이노텍을 '사업성에 따른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성장궤도에 올렸듯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OLED의 역량을 적극 강화하려는 의지로 풀이 된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성장 사업 투자와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세 마리 토끼몰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회사채 발행과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온 LG디스플레이가 200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처음 할 유상증자여서 이유는 물론, 자금 용도, 비중 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자금 규모는 약 1조2924억 원으로 △시설자금 △운영자금 △채무상환자금 등 3가지 용도에 쓰일 예정이다.
가장 먼저 시설자금 규모는 4159억 원으로, 중소형 OLED 등 수주형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시설투자에 활용된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이 자금으로 IT용 OLED 생산라인의 2023년 양산·공급체제를 차질없이 준비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증설된 모바일용 OLED 생산라인의 클린룸과 IT인프라 구축 등 설비투자를 한다.
특히 차량용 OLED 패널 생산라인 확장 관련 인프라 구축과 노광장비, 검사기 등 신규 생산장비 도입자금으로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OLED는 2023년 115만대에서 오는 2027년 676만대로 연평균 42% 이상 고속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차량용 OLED를 양산하며 미래 먹을거리로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22년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점유율은 매출 기준 LG디스플레이가 65.9%로 1위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시설투자를 통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고객군을 확대하는 동시에 탠덤 OLED와 하이엔드 LCD를 아우르는 제품·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운영자금 규모는 4829억 원으로 OLED 고객기반 확대와 신제품 대응을 위한 원재료 매입에 투입된다.
OLED는 LCD에 비해 원재료와 부품가격이 구조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OLED로 사업구조를 전환함에 따라 통상의 운영비가 높아지는 현상이 생겼다.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에서 OLED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0% △2023년 50% △2024년 60% 상회로 점차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원재료와 부품 가격 부담 역시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올해는 대형 OLED의 출하 물량과 고객 기반 확대와 중형 IT용 OLED 제품 양산이 시작된다. 또 소형 OLED도 확장된 생산능력을 토대로 출하 물량이 더 늘어 원재료 구매량이 대폭 늘어날 예정으로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3분기 말 기준 원재료 매입액은 약 7조5354억 원이고 운영자금으로 배당된 4829억 원은 그 6.4% 수준"이라면서 "제품 출하물량이 늘지 않더라도 LG디스플레이가 일반적으로 필요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채무상환자금 규모는 3936억 원으로 재무안정성 강화를 위해 쓰인다.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LG디스플레이의 현금자산성 규모는 3조1600억 원, 부채비율은 308%로 집계됐다. 올해 LG디스플레이는 차입금을 늘리지 않고 최대한으로 축소하는 게 목표다.
이처럼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 이유로 여러 가지를 제시했지만 결국 실적 회복을 위한 일종의 빌드업(build-up,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것은 틀리없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4분기 애플 아이폰 신제품에 힘입어 영업이익 1317억 원을 달성하며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2조5102억 원의 영업적자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적자폭도 전년 2조850억원에서 약 4200억 원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OLED에서 반드시 내실있는 성장을 일궈내야만 한다.
이미 경쟁사들은 OLED 경쟁력 확보에 전력투구 중이다. 예컨대 8.6세대 OLED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4조1000억 원을, 중국 BOE는 630억 위안(한화 약 11조4000억 원) 투자를 계획 중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아직 투자 계획을 위한 밑바탕을 다지는 단계다.
OLED 사업 확대를 위한 LG디스플레이의 다년간의 노력을 부정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한때 업계의 큰 축이었으나 이제는 수익성이 떨어진 LCD 사업을 완전히 놓지 않아 OLED와LCD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의 지휘봉을 잡게 된 이유와도 연결돼 있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 정동철 사장은 기술의 사업성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과거 LG이노텍 대표 시절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된 스마트폰용 기판(HDI), 연성회로기판(FPCB) 등의 사업부를 과감하게 접었다. 대신 카메라 모듈, AIP(안테나 인 패키지) 기술 등 강점이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LG이노텍은 연간 매출액이 2019년 8조3021억 원에서 2023년 20조6053억 원까지 껑충 늘어났다. 정철동 사장은 임기 5년간 회사 매출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린 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재원이 OLED 관련 투자와 비용에 집중된 점도 이와 비슷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을 성장 반열에 올린 '사업성에 따른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 성장 가능성이 높은 OLED의 역량을 적극 강화한다는 정 사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려면 경영 실적 등을 고려해야 하고 금리도 높다 보니 오랜 기간 적자가 이어져 온 LG디스플레이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이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유상증자였을 것"이라고 추즉했다.
이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성장 사업 투자와 일부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결국 재무상태가 안정화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게 회사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그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실적 개선이 전제돼야 하는데, 적자가 계속되면 오히려 위험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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