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전하고,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총선 정국에 다시 은행 소환
정치권 2월 임시국회 마치고 총선 준비 돌입
산은 이전·횡재세 도입 등 법안 처리는 불발
서민·지역 민심 공략에 다시 은행 이슈 소환
은행권 총선 결과에 촉각...변화 불가피할 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치권이 본격적인 국회의원 총선거 준비 체제로 돌입한 가운데 공약 경쟁 과정에서 은행을 소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가 불발된 각종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며 민심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국회 움직임에 따라 다시 한 번 은행권에 소용돌이가 몰아칠 가능성도 나온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정무위원회에는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예금자보호 한도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은행권 초과 이득세 부과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각종 법안 처리에 나섰는데 이 법안들은 상정되지 않았다. 법 내용에 대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본회의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임기는 5월 29일까지인데 4월 10일 총선 일정을 고려했을 때 법안 처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서민·지역 표심 공략에 나선 여야가 총선 이후 재추진을 약속하는 등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가 균형 발전의 일환으로 제시한 핵심 공약이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지난해 행정 절차까지 마무리됐는데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앞세워 지역 민심 공략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올 1월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을 통과하기 위해서 반드시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사의 파산이나 영업 중단으로 고객이 맡긴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하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리겠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에 이 내용을 포함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우리가 먼저 제안한 내용”이라고 맞받았다. 사실상 여야의 공통 공약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은행권 이자 장사 논란이 촉발한 초과 이득세 부과, 이른바 ‘횡재세’ 불씨도 남아있다. 진보당 대전시당은 민생 공약 1호로 은행권 횡재세 도입을 제시했다. 은행으로부터 걷은 추가 세금으로 ‘서민부채탕감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에선 총선 전후 정치권 동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과 업계 우려를 반영해 관련 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지만, 총선 이후 국회 의석이 재편될 경우 법안 재발의와 처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본점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산업은행 노조는 10년간 약 15조원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한국재무학회 분석을 근거로 불합리성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총선 결과 여당이 과반을 얻을 경우 대통령 공약 이행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은행 노조는 총선 이후에도 부산 이전 저지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역시 예금보험료 인상에 따른 고객 부담 증대, 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 등에 대한 우려가 은행권 안팎에서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테스크포스(TF)를 통해 검토한 결과 ‘현행 유지’로 결론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현행 예금자보호 한도가 2001년부터 거의 23년 동안 유지됐고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인 만큼 총선 이후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상향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횡재세의 경우 이중과세 논란 등을 고려했을 때 도입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총선 전후로 은행권에 대한 고통 분담 요구가 재현될 수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정치권의 횡재세 추진 당시 약 2조원대 ‘민생금융 패키지’ 실시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내용에 따라 가계경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고 은행이 마땅히 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따라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단기적 이슈에 따라 추진하거나 시장 참여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는 일 생기면 부작용을 수습하는데 큰 부담이 따라 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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