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통합지주사 출범 (下)] 이우현 회장, 신사업 승부수…‘경영권 방어·한미약품 인수’ 소문 무성
오너일가 경영권 싸움 발발 시 한미 송영숙·임주현 母女 백기사로 쓰나
이우현 회장의 남다른 제약바이오 사랑…한미약품그룹 인수설까지 나돌아
매출 부진 겪는데 큰돈 써 지배구조 강화 나선 OCI홀딩스, 유동성 위기 오나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一家)와의 지분 맞교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 회장은 OCI홀딩스 지분율에서 숙부들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송영숙·임주현(한미약품) 모녀라는 최대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또 주력 사업인 태양광과 화학이 주춤하자 신사업으로 제약바이오를 낙점한 상황에서 국내 최대 제약사 중 하나인 한미약품그룹의 대주주가 됐다. OCI홀딩스 입장에선 성공적인 거래라고 볼 수 있다.
25일 공시에 따르면 현재 OCI홀딩스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 회장으로 각각 6.6%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오너일가 경영권 싸움 발발 시나리오, 이우현 회장 ‘송영숙·임주현’ 우군 확보
이 회장은 OCI홀딩스 지분 6.55%를 보유하고 있어 다소 뒤진다. 만일 두 숙부들이 연대할 경우 지분율이 13.2%에 달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경영권은 위협 받게 된다.
창업주인 이회림 동양제철화학그룹(현 OCI홀딩스) 명예회장이 작고한 후 경영권을 장남 고(故) 이수영 전 OCI 회장에게 물려줬다. 이회림 명예회장은 두 아들 이복형·이화형 회장에게 지분 93만주씩 증여했다. 이들은 각자 기업을 이끌고 있으며 이수형 전 회장 작고 후 이 회장이 OCI홀딩스를 경영하는데 개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복영 회장이 77세이고 이화영 회장이 73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식에게 지분 승계구도를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추가 지분 매입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OCI홀딩스가 최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1.7%)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8.6%)에게 유상증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최대주주의 변동이 생겼다.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이번에 취득하게 된 OCI홀딩스 지분율 총합은 10.3%이다.
여기에 이 회장의 OCI홀딩스 지분율을 합치면 16.85%가 돼 만일 숙부들과의 경영권 싸움이 발발한다고 해도 뒤지지 않은 지분율이다.
■ 이우현 회장의 제약바이오 사랑, 한미약품그룹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일까
OCI홀딩스는 화학·에너지 사업으로 재계 서열 33위까지 올라갔다. 화학·에너지 분야에서 저력이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은 OCI 사장 시절 현 사업 구도에 위기를 느껴 지난 2018년부터 제약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 동창인 김상훈 부광약품 전 대표와 함께 지난 2018년 ‘비엔오바이오’를 설립했다. 이 기업 등기이사로 이 회장이 이름을 올릴 만큼 바이오 사업에 애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비엔오바이오는 지난해 폐업 절차를 밟았다.
또 지난 2019년 이 회장은 OCI 부회장으로 취임하자 바이오 벤처기업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에 50억원을 투자해 지분 5.58%를 확보했다. 호기롭게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연간 100억원 규모의 신약 개발 위한 R&D 비용이 부담스러워 지난 2022년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을 청산했다.
지난해 11월 이 부회장은 부광약품 단독대표이사가 됐다. 아직 부광약품이 정식 계열사는 아니지만 이 회장의 단독 대표 취임으로 OCI홀딩스 산하로 들어간 게 확실시 된 것이다.
부광약품 인수는 이 회장의 작품이다. 김상훈 부광약품 전 대표와 합작 법인 설립부터 시작해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 후 OCI홀딩스로 하여금 지분 10.90%를 매입하게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이 회장의 행보 때문에 통합지주사 설립이 한미약품그룹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전략적 파트터십을 형성한 후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대량 매입해 경영권을 가져가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추측이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한미약품그룹과 통합법인 출범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일 뿐 그 이상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얘기들은 소문(경영권 싸움, 한미약품그룹 인수)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 재무 상황 안 좋은데 막대한 지출…계열사 쥐어짜기 시작될 듯
공시 등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지난 2020년 2조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3조2439억원과 2022년 4조6713억원으로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863억원이 되며 역성장했다. 이후 지난 2021년 6259억원과 2022년에는 97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2조40억원의 매출과 46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게 그쳤다. OCI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에만 6902억원의 매출과 13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OCI홀딩스는 지난해 연매출 2조6000억원과 47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5173억원의 지출을 결정했다. 또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지난해 핵심 계열사인 OCI의 지분 15만3694주를 매입했다. 현재 OCI 주가가 9만3000원선임을 감안하며 OCI홀딩스가 지분 매입을 위해 최소 1400억원을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부광약품도 정식 계열사로 합류하기 위해선 지분 20%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 현 주가 시세 등을 반영하면 지분 매입에만 약 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OCI홀딩스는 재무 상황이 녹록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강화에 큰돈을 쓰려면 유동성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OCI홀딩스는 지배구조 강화로 타격 받은 유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계열사 쥐여 짜기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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