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 윤대현 서울대병원 교수 "자신만의 '브레이크' 활용해 스트레스 다스려야"

임종우 기자 입력 : 2023.12.07 15:54 ㅣ 수정 : 2023.12.07 15:54

'내 마음'을 '인격체'처럼…가끔 선물도 필요
자기비판은 '2차 스트레스'…지나침은 금물
피할수 없는 번아웃…예방보다는 '브레이크'
스스로 북돋아줄 '프레임' 구축도 좋은 선택
브레이크에 'R&D'…의외의 취미 찾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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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열린 '2023 KPC CEO북클럽'에서 강연하고 있는 윤대현 서울대병원 교수. [사진=한국생산성본부]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힐링을 대체하는 단어를 찾다가 최근에는 비교적 중립적인 '브레이크'를 대신해서 쓰고 있습니다. 브레이크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그중 '쉼'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를 보면 브레이킹 기술이 좋은 분이 잘 쉬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7일 '2023 KPC CEO 북클럽'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생산성본부(KPC)가 개최하는 KPC CEO 북클럽은 최고경영자(CEO) 북클럽 회원들로부터 꼭 듣고 싶은 주제를 추천받아 선정해 실시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이날 강연은 올해 마련된 마지막 KPC CEO 북클럽이다.

 

윤 교수는 2005년부터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이와 관련한 강연을 진행한 바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일단 내 마음부터 안아주세요(위즈덤하우스 출판) △살아보니 행복은 이렇습니다(디자인하우스 출판)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해냄출판사 출판) 등이 있다.

 

이날 윤 교수는 '리더를 위한 마인드 케어'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강연에 활용된 저서는 윤 교수와 장은지 이머징 리더십 인터벤션즈 대표가 함께 집필한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인플루엔셜 출판)이다.

 

■ '내 마음' 잘 위로해야…과한 자기비판은 '2차 스트레스'

 

윤 교수는 강연에 들어가면서 주제에 들어간 '케어'라는 단어를 '위로'라고 재정의하면서, 인간이 자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위로받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어떻게 내가 내 마음을 잘 안아줄거냐'라고 생각했을 때 마땅한 수단이 없다"며 "위로에 제일 좋은 것은 커뮤니케이션인데, 언어를 기반으로 자기 마음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즉 마인드 케어는 내 마음과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와 같은 이야기"라며 "내 마음을 인격체처럼 생각해서 때마다 내 마음이 좋아할 수 있는 선물을 잘 주는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최근 사업적 커뮤니케이션이 '스트레스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의 비전이나 발전 과정을 논하는데 있어 언급되는 단어가 명확하더라도, 참여자의 마음에서 저항이 걸린 단어들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오히려 저항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힐링이라는 단어도 처음 제시됐던 때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뜻이 변질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윤 교수는 "최근 어떤 회사의 리더를 만났을 때 나눈 얘기인데, 그 리더는 힐링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일 하라는 뜻으로 느껴져서 싫다고 말했다"며 "이에 힐링을 대체하다 보니 브레이크를 대신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쉼에 이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시각화한다면 마음에 '두 가지 공간'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일과 삶의 공간이고 나머지 하나는 쉼의 공간"이라며 "브레이크는 일에 몰입을 했다가도 정신을 쉼의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윤 교수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1차 스트레스'보다 '2차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차 스트레스는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무기력이나 건망증 등을 일컬으며, 2차 스트레스는 스스로 좋지 않은 상태를 느끼고 '정신 차려야지' 등의 자각을 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다.

 

윤 교수는 "주변을 살펴보면 흔히 '셀프 가스라이팅'을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적당한 자기 비판은 리더십에 중요한 포인트지만, 자칫 과하게 되면 일 자체보다 자기 인식에서 나타나는 2차 스트레스가 더욱 자신을 지치게 하는 요소가 된다"고 진단했다.

 

■ 번아웃·슬럼프, 사람이라면 '불가피'…예방 대신 '브레이킹'

 

최근 사회적으로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통칭 번아웃이라고 하는 이 증상은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윤 교수는 우울증과 번아웃의 감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감별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번아웃이 병이 아니어서 진단 기준이 없어 감별이 안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뇌는 신체 내 혈액의 약 25%를 사용할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기관"이라며 "뇌라는 하드웨어를 열심히 작동시켜서 하루 열심히 살고 나면 피곤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번아웃 예방'이라는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번아웃을 두려워 할 필요도 없고, 재충전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번아웃이 길고 깊게 온다면 흔히 말하는 '슬럼프' 상태로 표현할 수 있는데, 윤 교수는 슬럼프 역시 사람이라면 2~3년 마다 한 번씩은 겪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오히려 번아웃을 예방하기보다 자신만의 브레이킹 기술을 잘 연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슬럼프가 왔을 때 마인드 케어를 하는 것은 어렵긴 하지만, 자신만의 브레이킹 기술을 가지고 비교적 빠르게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것이 더 '가성비' 있는 마음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번아웃이나 슬럼프를 완전히 느끼지 않고 항상 좋은 마음으로 살아는 것도 쉽지 않고, 가성비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1차 스트레스가 2차 스트레스로 넘어가려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축구선수 손흥민을 예시로 들었다.

 

윤 교수는 "손흥민 선수가 한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고 느끼는 피로나 근육통은 손 선수가 피지컬이 약해서 느끼는 것이 아니다"며 "그 누구보다 훌륭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지만, 정말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통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왜 이거밖에 안 돼'라는 생각을 어느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자기비판이 과도하게 되면 회복도 오래 걸리고 그 다음 경기가 안 좋게 풀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기비판의 한 방법으로 '셀프 뒷담화'가 있다. 스스로가 타인에게 자신의 약점이나 잘못한 점을 이야기하면서 약간 재치 있게 분위기를 풀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셀프 뒷담화도 너무 강해지면 자연스레 타인에 대한 뒷담화도 나타나면서 팀워크를 해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구성원의 전반적인 2차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면 팀 단위의 퍼포먼스가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나는 손흥민이야'라는 것처럼 스스로를 북돋을 수 있는 주문을 외우는 것도 좋다"며 "자신만의 '프레임'을 활용해 스스로의 마음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브레이크에 'R&D' 필요…의외의 장소·행동에서 찾을수도

 

윤 교수는 2차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리스트를 작성해 이를 이행하는 '미니 브레이크'를 제시했다.

 

윤 교수는 "나를 위해서 열심이 일해주는 자신의 마음을 인격체처럼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인격체인 마음에게 '너무 힘들지', '뭐 하고 싶니', '좋아하는 걸 하자'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퍼포먼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크를 활용해 조직 내의 퍼포먼스도 올릴 수 있겠으나, 이를 적용하는 방식이 일괄적일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가령 한 기업의 팀장이 '우리 팀은 14시에 모두 함께 미니 브레이크를 한다'라는 정책을 장기적으로 시행할 경우, 오히려 미니 브레이크라는 단어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미니 브레이크를 꼭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한 부분으로 여길 필요도 있다"며 "오히려 정체성 강화 등 일이 주는 심리적 유익도 엄청 크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를 개발해 가는 활동도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데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며 "그런 것들이 풍성해질 때 시간적 빈곤감도 덜 느끼고, '내가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미니 브레이크의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스스로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어떤 행동에 대해 즉각적으로 호불호를 가리기 힘든 만큼, 시도와 실패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인데, 이는 마음의 선호가 굉장히 디테일해서 그렇다"며 "커피 브레이크에 잘 걸리는 사람도 커피의 향에 잘 걸리는지, 온도는 어떤지, 맛은 어떤지 하는 세세한 부분들이 사람마다 다 다르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레이크 데이터베이스가 적다고 잘못 산 것도 아니고, 나이나 지위고하에 관계 없이 자기 취향대로 하는 것이 좋다"며 "같은 브레이크라도 시기나 기분, 조건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있다면 모임이나 회사에서 '절대 나랑 맞지 않을 것 같은데' 하는 것도 시도해보길 권한다"며 "가끔 의외의 장소나 행동에서 대박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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