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기자 입력 : 2023.09.22 00:55 ㅣ 수정 : 2023.09.22 00:55
매그니피센트 7=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메버릭이 만들어낸 기업들이 세계 경제 이끌고 있어...공포의 적수 ‘리나 칸’ 등장 아일랜드, 규제 없는 국가 만들어 세계적 IT 기업들 유치…국민소득 10만달러 넘겨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정갑영 한국생산성본부(KPC) 고문(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 전 연세대학교 총장)이 21일 한국생산성본부가 개최한 ‘2023 CEO북클럽’에서 강연자로 나왔다.
이날 강연은 레이 달리오가 쓴 저서 ‘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 원칙’을 해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학자로서 바라본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 고문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 교수(아이비리그)의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아이비리그 교수의 시험문제가 20년 동안 동일해 그 이유를 물어보니 “경제학 문제는 영원하지만, 푸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정 고문은 “아이비리그 교수의 답변이 오늘 강연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날 강연을 크게 압축하면 ‘제국은 영원하지 않다’ ‘매그니피센트 7’이다. 정고문은 2023년 상반기 뉴욕 증시에서 강세를 기록한 7종목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매그니피센트 7'을 언급한 것이다.
■ 제국은 영원하지 않다=레이 달리오가 지난 500년을 분석해 내린 결론
레이 달리오는 세계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면서 경제의 흐름을 감지했다. 이와 관련 정 고문은 “세상의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감지하느냐 그것에 따라 개인, 나아가서 기업과 나라 등의 운명이 결정된다”면서 “우리는 계절의 변화에 대해선 잘 느끼지만 경제 흐름에 대해 감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레이 달리오는 세계 경제의 속도와 사람의 기대 수명이 비슷한 그래프를 보인다고 했다. 세계 평균 GDP가 소폭 증가세를 이어 오다 산업혁명 이후 많이 올라가기 시작했으며, 사람의 수명도 조금씩 늘어나다 1‧2차 세계 대전 이후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정 고문은 “아담 스미스도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가 위험해질 것 같다고 경고하며 전혀 예측해 내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GDP는 늘었다”면서 “질병과 전쟁의 역사를 보면 반복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2차 세계대전 후 큰 전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국제 정치학 관련 교수들을 만나면 현재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또 1500년대 전염병이 많아서 사람이 목숨을 일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창궐했다. 스페인독감으로 사람이 제일 많이 죽었고 이후 에이즈와 코로나19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전염병과 같은 질병보다 기근으로 사람이 많이 죽는 것에 대해서도 레이 달리오는 언급했다.
정 고문은 “유니세프 일을 도와주면서 알게 됐는데 코로나19로 3년 동안 전 세계 아동 15% 내외(2억명)가 다시 극빈상태에 빠졌다”면서 “선진국은 출산율이 떨어지지만 전 세계 아동 3분의1이 아프리카에서 출생하나 기근 상태다”라고 말했다.
레이 달리오는 ‘영원한 제국’은 500년 부침(浮沈 ; 세력 따위가 성하고 쇠함)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중국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인도, 영국 등이 계속 변화하면서 강국으로 머물러 있다.
이들 강대국들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변수는 ‘교육’이며 다음으로는 ‘혁신 기술’이다. 국가가 융성했을 시 겉으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군사력’이며 또 제국이 붕괴돼도 쌓아둔 돈은 남아 있다.
강대국은 정치적 리더십과 정부의 시스템이 있어야 부상할 수 있다. 강대국(제국)의 몰락의 첫 신호는 계층 간 부의 격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이후 사회적 갈등이 생겨나고 내부적 혼란으로 붕괴되는 수순이다.
경제의 침체에 따른 위기 경고는 이자율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경제가 안 좋다는 얘기인데 이후 통화 발행이 많아지고 금융위기가 발행하며 부의 격차가 생겨난다. 내부적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고 이윽고 외부요인도 발생한다.
■ 주목할 메가트랜드=200년만에 강대국으로 부활한 중국과 쇠퇴의 길
정치 안보에 있어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신냉전 체제가 중요한 현안이다. 경제에 있어서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스태그플레이션, 공급망 재편, 중국의 침체가 주요 문제로 꼽히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는 IT와, 챗 GPT, 바이오‧메드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ESG, 양극화, 불확실성이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삶에 있어선 빅테크 기업들이 가져다준 다양한 편의들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정 고문은 “현재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공급망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외에 국가들은 경제‧군사 충돌이 일어나고 있으며 비 동맹권 국가들이 부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 예로 과거에 미국이 사우디와 친해 유가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관계가 냉랭해져 가격 안정화가 안된다”며 “비 동맹권이 확대되면 이 같은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또 체제라는 게 없다면 상당히 복잡해지고 불확실해 진다”라고 부연했다.
경제적으로 세계화가 쇠퇴하면서 탈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공항 당시 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미국과 유럽은 다른 나라와 교역하지 말아야 국부를 빼앗기지 않는다는 사고가 팽배했다. 엄청난 보호 무역이었다.
하지만 경제학 진리는 무역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부분이 증가하고 피해를 보는지 정부의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개방하지 않으면 어떤 나라든 잘 살 수 없다. 결국 세계가 협력해 문을 열어야 한다.
1980년대 세계무역기구(WTO)가 생겨 전 세계 60%가 무역으로 이루어지는 시대가 됐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과 중국이 큰 혜택을 봤다. 하지만 지금은 보호무역과 각자도생이 전 세계 이슈가 됐다.
중국은 200년만에 강대국으로 부활했다. 군사력이 엄청나게 커졌으며 경제적으로 교역이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경제가 한때는 잘나갔으나 코로나로 무너지고 지금은 침체다.
중국의 심각성은 청년 봉기에 대한 것이다. 공식 실업률이 25%에 이르고 중국에 대한 해외투자가 –78%에 이른다. 중국이 한때는 ‘세계 공장’이라 불리며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다 빠졌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하기를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통치에 따른 리스크 확대로 신뢰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경제 변화에 따른 정책을 바로 발표하지만 중국은 몇 개월 후에야 내놓는다.
중국은 환율 관리의 딜레마에도 빠져 있다. 이자율을 낮추면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통화 가치를 올리면 이자율이 올라간다. 반면에 미국 달러화는 계속 올라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200년만에 부상했지만 다시 쇠퇴의 전철을 밟고 있다.
■ '매그니피센트7'이 지배하는 시대... ‘노보 노디스크’도 강력한 지배자
정 고문은 “강연이 지루해질 수 있는 시간”이라며 영화 한 편을 소개했다. 1954년 개봉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다.
정 고문은 “일본 농부들이 도둑 떼의 수탈에 대항하기 위해 주변에 방황하는 사무라이들을 고용해 마을을 지키고 이들도 명예를 지킨다는 내용”이라면서 “이 영화가 좋은 영화인 것은 1960년에 미국에서 황야의7인으로 리메이크 되고 지난 2016년에 매그니피센트 7으로 다시 리메이크 됐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산업에도 매그니피센트7이 등장했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를 말하는 것이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이 7개 기업이 이끌고 있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투자 환경이 나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장기 투자로 수익을 보는 사람은 20%가 안된다. 반면 미국은 장기 투자를 해도 계속 올라간다.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지속적으로 한다. 주식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간다. 미국 기업들은 일종의 규범적으로 기업을 M&A하면 계속 갖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잘하는 사업부는 분사해 버린다. 장기투자를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지금 세상에 또 다른 큰 흐름은 대기업들이 등장해서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기업들(매그니피센트7)은 오래되지 않은 기업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는 게 우리나라와 다르다.
정 고문은 “이들 기업의 창업주는 메버릭(개성이 강한 사람들), 특이한 사람들”이라면서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자신은 리드칼리지 대학에 다녔는데 흥미를 못 느껴 캘리그래피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다 그래픽 디자인을 배워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캐나다 이민 갔다가 미국으로 왔는데 스탠퍼드대학교를 이틀 다니고 자퇴했으며 건달 부랑아 수준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메버릭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여인은 34세에 ‘리나 칸’이다. 그는 미국의 법학자이자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이다. 지난 2017년 칸 위원장이 예일대 로스쿨 학생 때 ‘아마존 반독점’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빅테크 기업 저격수로 미연방거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정 고문은 “세상을 이끄는 것은 매그니피센트 7만이 아니다”라면서 “덴마크의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약을 개발했는데 체중도 줄이고 심장병에도 효과가 좋고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유럽 최대 기업으로 부상했으며 시총이 덴마크 GDP를 초월했다”라고 말했다.
■ 아일랜드 성공 사례가 주는 교훈…“지식 집단의 견해에 귀 기울여야”
아일랜드는 작은 국가이며 예전에 기근에 시달렸지만 지난 2021년에는 국민소득이 10만달러(현재 1억3385만원)가 됐다.
아일랜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적이었으며 정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았기 때문이다. 타국은 규제가 많으니 규제 없는 국가를 만들어 세계 기업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IT 기업들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어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기업들이 아일랜드로 갔다. IT 기업들의 소득 증가가 지금의 아일랜드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정 고문은 “우리나라는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다 알려져 있다”면서 “의외로 지식집단의 견해를 잘 사용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도 여야 대변인이 나와 같은 내용에 대해 다른 애기를 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를 못 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레이 달리오는 미국의 투자가이자 헤지펀드(사모펀드) 매니저다. 18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투자계의 거물로 꼽힌다.
레이 달리오는 12세 때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했다. 월가 사람들을 통해 투자 방식을 자연스레 배우게 됐고 우연히 한 기업의 인수합병 소식을 듣고 300달러를 투자해 3배 수익을 거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때 투자금 수천 달러를 운영하기도 했다. 1975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브리지티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으며 2005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