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가업승계 진단 ② 부광약품] 김동연·김성률 시대 끝, ‘OCI홀딩스’가 새로운 지배구조 정립하나
최정호 기자 입력 : 2023.10.25 08:25 ㅣ 수정 : 2023.10.25 13:56
OCI홀딩스, 계열사 거느리려면 지분 매입 20% 이루어져야 정창수 부회장 지분 추가 매입시 최대주주 바뀌어, 승계구도 영향 가업승계 상속세 면제, 김상훈 전 대표 자동 승계 가능할까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부광약품의 오너 경영 체제가 막을 내릴 것으로 점쳐진다. 부광약품은 현재 가업승계와는 별개의 제약사가 됐지만,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김동연 회장의 체제가 재가동될 수도 있다.
OCI홀딩스는 지난 해 부광약품을 인수했다. 지분 10.90%를 보유해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 상 지주사가 계열사를 거느리기 위해서는 지분율 30% 이상을 보유해야 된다. OCI홀딩스가 부광약품의 지분 19% 이상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또 시장에서 부광약품이 매력적인 매물인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5일 OCI홀딩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지분 매입에 대한 정확한 계획은 아직 수립 전이며, 현재로썬 사업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 김성률 회장과 동업에서 김동연 회장 독자 경영으로
부광약품은 지난 1973년 김동연 회장과 고(故) 김성률 회장이 부광약품공업을 공동으로 인수한 후 2003년에 현재의 상호로 변경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부광약품의 가업 승계는 지난 2018년 만해도 김동연 회장의 장남인 김상훈 전 부광약품 대표에게 무게가 쏠려 있었다.
당시 지분 분포를 보면 김동연 회장이 9.61%를 보유했으며 장남인 김상훈 전 대표가 8.25%를 보유했다. 또 김 회장의 장녀 김은주 전 부광메디카 이사 3.61%, 차녀 김은미 씨가 3.78%, 손자 김동환 씨 외 5명이 0.96%를 각각 보유했었다.
이에 반하면 김성률 회장의 차남 김기환 씨와 삼남 김재환 씨의 지분율은 6.52%로 저조한 수준이었다. 김 전 대표가 승계를 받기에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김성률 회장이 작고한 다음해인 2007년 김 전 대표는 부광약품 상무이사로 부임했다. 지난 2014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순탄한 승계가 예상됐지만, 2015년 유희원 대표(현 부광약품 대표이사)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김 전 대표와 유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가 유지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 최고전략책임자(CSO) 직함을 바꾸고 활동하기 시작해 그 해 7월 OCI홀딩스와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하고 등기임원으로 이름으로 올렸다. 이때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3세)도 같이 등기임원이 됐다.
부광약품 경영에 OCI홀딩스가 참여하게 된 것은 김 전 대표의 작품으로 보여진다. 김 전 대표와 이 회장은 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 동창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OCI홀딩스가 부광약품의 지분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김 전 대표가 승계 받는데 이 회장이 백기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전 대표를 비롯해 2·3세의 지분이 주식시장으로 나오게 되고 이를 OCI홀딩스가 사들이면서 지금의 지분률을 보이게 됐다.
■ 매도냐, 매입이냐 OCI홀딩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부광약품의 주인
현재(반기보고서 기준) 부광약품의 주식 분포는 공시 상 92.11%만 공개돼 있다. OCI홀딩스가 10.90%와 김동연 회장 9.93%, 정창수 부회장 8.51%, 우리사주 0.04%, 유희원 대표 0.0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율은 62.66%이다.
현재 남아 있는 오너 지분은 김동연 회장과 정창수 부회장(김성률 회장 동서)이 보유한 18.49% 물량이다.
현행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지주사는 계열사의 지분 30%를 보유해야 한다고 돼 있다. 현재 OCI홀딩스는 부광약품 지분 10.90%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로 지분률 19.1%에 해당하는 주식 매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OCI홀딩스가 소액주주로부터 19.1% 이상의 물량을 사들이거나, 부광약품으로 하여금 신주를 발행해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 또 김 회장과 정 부회장이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
관건은 지분 매입 비용 대비 부광약품의 시장 가치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부광약품은 24일 기준 54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계산하면 부광약품 지분 19.1%를 OCI홀딩스가 매입하는데 약 789억원 필요하다.
하지만 부광약품의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3년간 매출은 우상향이지만 적자는 지속 되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 2020년 101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2021년 27억원과 2022년 42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연구개발비와 판매관리비의 증가 때문에 발생한 적자다.
부광약품은 현재 다국적 제약사의 전략 신약 3개를 라이선스 인(기술 수입) 했다. 또 자체 개발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만 7개다. 앞으로 연구개발비에 더 많은 예산을 쓰일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으로는 부광약품이 적자를 덜어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고려해 OCI홀딩스가 단순 지분 투자자로 남기 위해 부광약품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정 부회장이 이 지분을 매입한다면 부광약품의 주인은 바뀔 수 있다.
또 제약사의 경우 연매출 5000억원 이하 기업의 경우 가업승계로 상속세가 면제가 된다. 부광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1909억원이다. 2세들이 따로 지분을 매입하지 않아도 그대로 상속되기 때문에 가업승계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