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은행들 대출금리 내리는데…예대금리차 공시’ 부작용 우려 여전
예대금리차 공시 도입에 은행들 대출금리 내려
경쟁 촉진 통한 금리 인하 효과 나왔다는 평가
은행권에선 부작용 우려 여전 “오해 야기한다”
시장금리 상승에 대출금리 인하 지속성도 의문
당국은 제도 보완 작업 착수···‘준비 부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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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차이) 공시 제도 도입 이후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소비자 편의성 제고와 은행 간 경쟁 촉진으로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선 정책 도입 초기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들 ‘줄 세우기’에 따라 당장 표면적 금리 수치는 내려가겠지만, 결국 시장금리 상승 유도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란 지적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은 지난 22일부터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내 소비자포털에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작했다. 기업·가계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공시로 매월 예대금리차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금융 공약 중 하나다. 금융 소비자가 각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직관적으로 확인하도록 해 편의성 제고에 나서겠단 것이다. 또 은행 간 경쟁 촉진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단 구상도 담겼다.
통상 예대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은행들의 ‘이자 장사’가 활발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수신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크다는 건 그만큼 예·적금을 통해 내주는 이자보다 대출을 통해 걷어 들이는 이자가 더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가 크면 소비자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도 본격화했다. KB국민·신한·NH농협·카카오뱅크 등은 공시 시작 이후 대출금리 인하를 잇따라 발표했다. 또 수신금리 인상도 이어지며 예대금리차 축소에 분주한 모습이다.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으로 봤을 때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 취지인 ‘은행 간 경쟁 촉진’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매달 금리와 관련된 성적표가 나오는 만큼 은행들도 본격적인 수치 관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선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시되는 수치에 실제 취급 금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데다, 인위적인 금리 조정은 결국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단 은행들의 가장 큰 불만은 예대금리차 공시 체계다. 중저신용(중금리) 등 서민금융을 늘릴수록 대출금리 평균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당부대로 취약 차주 지원을 늘릴수록 이자 장사 오명을 입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당부에 따라 취약차주 지원에 나섰더니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진다는 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며 “공시 홈페이지에 관련 문구도 없이 표면적 수치만 올려놓는 건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은행권과 당국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정책대출을 예대금리차 산정에 반영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은행권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수치 관리를 위해 고금리 대출을 기피할 경우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기조가 이어지면 그만큼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금리 상승세를 봤을 때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행렬이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금리가 오르는 게 기본 공식인 만큼 대출금리 인하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수신금리 인상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좁히는 방법도 있지만, 소비자에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은 예·적금으로 내주는 이자는 ‘비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출금리 산정 시 차주 신용도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 조정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 의견을 수렴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다만 도입 전 시장 왜곡 우려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제도의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돼야 하는데, 시장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을 봤을 때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적어도 오해를 부르는 일은 없어야 하고, 시장 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예대금리차 공시가)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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