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리스크에 실적부진까지 겹친 테슬라, 대선 전으로 주가 회귀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유세장을 직접 찾는가 하면, 트럼프 지지자들을 겨냥해 거액의 상금을 걸기까지 했다. 결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머스크의 도박은 주가급등과 트럼프 행정부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막대한 보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후 한 달여 만에 테슬라 주가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2월 한 달 동안 약 30% 가까운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3월 첫 주에도 연일 하락하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개장초 전장보다 6% 이상 하락하며 265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작년 대선 직전 250~260달러 선에서 거래되다가 트럼프 당선과 함께 수직으로 급등하며 한때 500달러에 근접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테슬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머스크의 과도한 정치적 행보와 실적 부진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배론스는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는 관세 리스크와 함께 머스크 CEO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반발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X를 통해 공개적으로 보수적 정치 성향을 강화하며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테슬라의 주요 고객층이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민주당 지지층이라는 점이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이 테슬라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전기차 구매층의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층이며, 트럼프 전 정부의 정책에 반발했던 소비자들이 머스크의 정치색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 등에는 테슬라 보이콧 움직임을 주장하는 글들이 다수 게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 사용자는 "더 이상 머스크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내 돈을 쓰고 싶지 않다"며 구매 취소 인증을 남겼고, 또 다른 사용자는 "테슬라는 혁신 기업에서 극우 CEO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도 테슬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2월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2% 급감한 3만 688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8월 이후 최저치로, 경쟁사인 BYD가 같은 기간 9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BYD는 1만 달러 이하의 저가 스마트 EV에 고급주행 지원시스템(ADAS)을 장착해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샤오미의 신형 모델인 SU7 역시 테슬라 모델Y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테슬라의 유럽 1월 판매량은 45% 급감했고, 이에 따라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출하는 주요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차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차량 라인업 노후화가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2월 말 출시한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개선과 모델Y 개량 버전이 어느 정도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이제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AI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향후 자율주행차와 로봇 기술이 테슬라의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최근 X를 통해 “테슬라 경영진이 실행력을 발휘한다면, 향후 5년간 주당순이익(EPS)이 10배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론스는 해당 발언이 테슬라 EPS가 2029년까지 25달러에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월가의 전망치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당장의 시장 분위기는 냉담하다. 4일 현재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6% 이상 하락하며 26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며 S&P 500 지수도 하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 전반의 약세도 테슬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테슬라는 정치적 리스크와 실적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가는 미국 대선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향후 발표될 신차 출시, 그리고 AI 기반 사업 확장에 대한 시장 반응이 주가 회복의 열쇠가 될 전망이지만, 머스크가 지금처럼 과도한 정치적 행보를 지속한다면, 민주당 지지층 중심의 핵심 고객층 이탈이 장기적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주가가 떨어져도 세계 최고부자 반열에서 흔들림없이 자리를 지킬 것이지만, 머스크를 믿고 테슬라에 투자한 주주들은 주가하락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