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탄 'K조선' 초격차 기술 서둘러야 하는 이유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수년 간 고전하던 한국 조선업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단순한 회복세가 아니라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지난해 국내 조선 '빅3'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100억달러의 수주잔량을 확보해 약 4년치 미래 일감을 쌓아둔 상태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은 LNG(액화천연가스)선과 같은 고부가 가치 수주에도 독보적인 역량을 보여 전체 선박 수주 규모에서는 중국에 밀렸지만 수익성은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 조선업 부활을 노리는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연달아 러브콜을 보내면서 향후 추가 먹거리 확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후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K조선'을 콕 집어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라며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원한다”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K조선에 대한 구애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마크 켈리 미국 애리조나주(州) 상원의원은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리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조선업 재건에는 한국, 특히 한화와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마크 켈리 의원은 미국 조선업 강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선박법'을 발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해군 장관 후보인 존 펠란도 한화그룹의 미국 조선소 인수에 따른 자본과 기술 유입에 “매우,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한미간 조선 분야 협력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향후 몇 년치 일감 확보와 미국의 러브콜 등 호재와 성과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이 매서운데다 국내 조선업계의 인력난 등 K조선 질주를 방해할 요소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에서 설계, R&D(연구개발) 등 직무에 종사하는 고숙련 기술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약 6200명이다. 이 가운데 R&D 인력은 약 1300명으로 전체 조선업 종사자의 1%에 불과한 게 우리의 현주소다.
반면 중국조선협회 자료를 보면 중국 조선업 R&D 인력은 약 1만8000명으로 한국 보다 14배 가량 많다. 중국 전체 조선업 종사자 가운데 R&D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6%로 한국과 비교하면 6배 더 높은 셈이다.
중국 조선업이 R&D를 강화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한국과 중국 간의 기술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과학기술기획 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친환경·고효율 선박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차이는 0.7년에 불과하다.
게다가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철강 조달 비용 등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국내 조선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중국은 대형 선박은 물론 한국이 강점을 지닌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도 수주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려면 지속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데다 친환경 선박은 출발점도 비슷해 어떠한 위협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한국 조선의 초격차 기술 개발에 2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0% 늘어난 금액이다. 우리가 조선업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가 필수라는 인식에서 투자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2600억원 가운데 친환경 선박에 1700억원, 선박 건조 공정 디지털전환에 700억원, 자율운항선박 등에 2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조선업 호황이 지속되려면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필수다. 미국과의 협력에서도 정부가 국내 조선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랜만에 맞은 조선업 호황이 일장춘몽에 그치지 않도록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