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은행 ‘이자장사’ 부추긴 어설픈 관치금융

[뉴스투데이=최병춘 경제부장] 언제부턴가 오랜 시간 동안 은행권은 높은 대출이자로 손쉽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이자 장사’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이자 장사’ 논란이 불붙은데는 오랜 긴축을 마치고 지난해 10,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2차례에 걸쳐 연 3.5%에서 3.0%로 0.5%포인트(p) 인하했음에도 시중금리는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조금씩 내려가더니 이제 2%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출금리는 올랐다. 은행연합회 자료를 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 5곳이 지난해 12월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6%로 전년 같은 기간(4.73%)보다 0.03%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은행 ‘이자 장사’의 핵심인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1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취급한 가계 대출(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제외)의 예대금리차가 1.01~1.37%p였다.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0.15∼0.96%p대 예대금리차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더 커졌다.
덕분에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은 50조 3732억 원, 당기 순이익 또한 18조 8742억 원으로 실적 경신을 이어갔다.
결국 금융당국이 “이제 금리를 내릴 때가 됐다”며 칼을 꺼내 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시중·지방은행 20곳에 차주별·상품별 준거·가산금리 변동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은행들이 제대로 금리를 정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금리 결정과 관련해 적극적인 개입, 또는 시장 자율성 침해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이자 장사’ 문제는 매번 당국의 질책을 동반한 개입, ‘관치금융’에 의한 시장 자율성 침해라는 논란으로 이어져 왔다.
그동안 당국은 은행의 이자 폭리 이슈를 스스로 꺼내 들며 은행권에 지속해서 압박을 가해왔다. 이전에도 당국은 지난해 ‘이자 장사’ 비판 여론에 호응, 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기 ‘은행은 공공재’ 발언에 이은 ‘종노릇’, ‘갑질’ 발언 등 이른바 은행 때리기에 나섰지만, 잠깐의 금리 진정 효과는 있었을지언정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진 못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은행의 금리산정 근거 점검도 이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 2022년 초에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 등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이자 장사’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자 장사’ 배경에 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 금융권에선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들에 대출 억제를 요구해왔으면서 이제 와 은행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대출금리를 급격히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당국은 가계부채를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고 은행은 이에 호응해 금리를 올렸다. 금리 인상에 여론이 나빠지자 당국은 “대출금리 상승을 바란 게 아니다”라며 다시 은행을 다그쳤다. 금리를 올리지도 말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라는 지침은 결과적으로 시장에 혼선만 줬을 뿐 금리 상승 추세를 꺾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어설픈 관치금융이 시장 상황을 역행하게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렇다 보니 이번 금융당국의 이번 점검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을 불러온다. 엇박자 행보에 찍어누르기식 해법이 반복된다면 정책 신뢰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
부정적 뉘앙스를 품고 있지만 실상 은행의 사업적 목적은 ‘이자 장사’가 맞다. ‘이자 장사’를 해야 하는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한다고 혼이 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건전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탓도 있다.
은행도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체다. 공익성을 앞세워 사업자 양심에 기대는 것은 한계를 띤다. 반대로 기업의 자율성을 무시한 공권력의 개입은 도리어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
시장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건전한 시장 경쟁이 필수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품질과 함께 가격을 두고 경쟁한다면 은행은 결국 접근성과 이자 경쟁력이 핵심이지만 과연 은행업계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금리경쟁 환경이 구축돼 있는지 의문이다.
은행업도 공익성에 대한 시장 내 역할에 대한 본질적 고민과 가치 재정립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당국이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길라잡이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압박을 통한 단기적 해법만이 아닌 은행업이 과연 건강한 시장 경쟁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책적 해법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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