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 그 후…연금자산 '新 먹거리'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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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대이동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너도나도 가입자 늘리기에 분주하다.
제도 도입으로 그간 퇴직연금 사업자 변경을 가로막던 걸림돌이 제거되며 증권사간 치열한 경쟁도 예고된다. 올해 들어 연금자산은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 중이다. 증권사들은 다른 새로운 사업보다 연금 가입자 확보·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이후 3개월(지난해 10월 31일부터 올해 1월 말)만에 약 2조4000억원(3만9000건)이 이전했다. 이중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규모는 6491억원이다.
이는 증권사의 높은 수익률과 공격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도입되면 은행권에서 증권업계로 넘어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실제 예상과 같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최근엔 퇴직연금의 안정적인 운용보단 높은 수익성을 원하는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즉 다른 금융사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가 수혜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증권사들 역시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지난해 10월 15일 시행됐다. 실물이전 제도란 퇴직연금사업자를 변경할 때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 기존에 운용 중인 금융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실물 그대로 옮기는 제도다.
퇴직연금은 일단 가입하면 장기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수수료 수익이 적지 않다는 게 매력 포인트다.
이 제도 도입으로 은행에서 증권으로의 머니무브나, 증권에서 증권으로의 이동이 쉬워진 만큼 신규 가입자를 잡아두기 위한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면서 실물이전 제도가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글로벌 WM(자산관리)과 연금 중심으로 회사의 수익 창출 역량을 제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금 비즈니스는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기회로 당사로의 머니무브를 가속화하고 로보어드바이저, MP구독, 개인연금랩 등 장기적 안정성·성장성을 가진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자산 30조원을 달성하며 그 역량을 보여줬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23일 기준 회사의 퇴직연금 자산은 확정 급여형(DB) 6조1300억원, 확정 기여형(DC) 11조9700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 11조9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또 KB·대신증권 등 증권사들은 '퇴직개미'를 잡기 위해 순입금과 실물이전 경품 증정 등 이벤트에 로보어드바이저(RA)를 활용한 일임형 상품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차별화한 퇴직연금 자산관리 체계를 구축한다거나, 연금 가입자가 자신의 연금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등 뜨거운 분위기 속에 발 빠른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