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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큰 지진이 있고 난 후 여진이 여러차례 있다. 12.3 내란이 있고나서 1.19 서울서부지원 난동사건이 발생했다. 명백한 2차내란이다. 헌정 사상 대통령의 첫번째 구속 보다 더 충격적이다. 대통령직에서 탄핵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영장 발부는 예정되어 있었다. 그냥 상식이다. 거짓된 선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증거인멸을 꾀하고 2차내란을 시도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방치하겠는가.
그런데 서부지원 사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법원을 점거하고 난동을 부리는 것은 기존 국가질서를 정면 부정하는 일이다. 체제를 전복하는 사건이다. 절대왕정을 타파하는 혁명이 발발했을 때 맨 먼저 왕궁을 점거하고 다음에 교도소 문을 열어 정치범과 죄수를 석방한다. 해방 직후에도 여운형이 서대문 형무소의 문을 맨 처음 열었다. 기존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상징성이 있다.
정상적인 보수세력이라면 그렇게 할리가 없다. 법치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을 파괴할 수가 없다. 서부지원 난동 사건을 주도한 이들을 극우파시스트라고 규정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분류할 방법이 없다. 전광훈과 그 추종자들, 냉전시대의 맥카시즘에 빠진 이들과 그 후예들, 극우 유튜버들, 백골단, 이들을 십자군이라며 응원하는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이라면 빨갱이라며 평생 혐오하는 극렬 우파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은 더 암담하다. 세가지 질문에 부딪히게 되는데 딱히 답을 찾기가 힘들다. 첫째는 윤석열이 극우세력의 정치적 신으로 추앙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하나의 정치적 상징화가 될 조짐이다. 둘째는 극우세력이 넓고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극우가 보수를 점령하고 있다. 셋째 이번 대선은 유례를 찾기 힘들게 미래로 가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첫번째 질문. 윤석열이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한국 극우의 지도자가 될지도 모른다. 한국 보수주의의 강력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그를 대체하거나, 아스팔트 우파가 소멸하지 않는 한 그가 정치적으로 살아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말도 안되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한남동에서 공성전을 하고, 교도소에서 메시지를 던지는 사건이 그를 좁게는 극우, 넓게는 범보수의 구심으로 만들고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와는 다르다. 그는 살아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교도소에 들어간 것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뉴라이트가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기 위한 선전 작업을 벌였다. 어느새 독재자 이승만은 사라지고 건국의 아버지, 국부가 되었다. 박정희는 원래 부터 신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래 전에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윤석열은 그가 말하는 '반국가세력(북한과 ‘종북’), 주권침해세력(중국과 친중)에 대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조기 대선까지 그는 한쪽 진영의 구심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정치 메시지를 던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윤석열은 알고보니 쿠테타가 꿈이었다. 어쩌다가 내란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김종필 같이 선글라스 끼고 쿠테타 한번 멋지게 해보고 싶어했다. 검찰총장 시절에 검사들을 모아놓고 그의 진심을 말했었다. “육사를 갔더라면 쿠테타를 했을 것이다” 김종필이 중령 때 쿠테타를 했는데, 검사라면 부장 시절에 해당된다며 아쉬워 했다고 한다. 그는 ‘제3공화국’, ‘제5공화국’ 이런 드라마에 심취해 있었다. 그게 모두 쿠테타를 머릿 속에서 그려보는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신정아가 회고록에서 밝힌 윤석열의 협박은 그가 얼마나 극악한 사람인지 보여준다. 이런 겁박을 받게 되면 사람들이 자결을 하게 되는구나 하는 공포를 느끼면서 앉은 자리에서 오줌을 쌌다고 한다. 보통 조사관이나 경찰이 악한 역할을 하여 피의자를 옥죄면, 검사는 착한 역할을 하며 달래가면서 회유를 한다. 직접적으로 겁을 주더라도 증거를 안남길려고 하는데 그는 검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언어고문을 서슴치 않았다.
그런 성정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대통령직에서 파면이 되고 장기간 복역을 한다고 포기할 인물이 아니다. 한남동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될 때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유튜브를 많이 보라고 권고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필요한 길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리고 체포메시지를 두 개, 옥중 메시지를 두 건이나 날렸다.
서부지원 난동사건에 대해서는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그렇다면 그는 왜 평화적인 방법으로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 가장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했는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그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추종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여론지형도 바뀌고 있다.
그러니 윤석열이 정치를 포기할리가 없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당 대표가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 전광훈에게 머리를 조아리듯이 앞으로는 윤석열을 찾을 것이다. 중도 중원으로 간다고. 천만에. 윤석열을 잊어버리자는 후보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만에 하나 조기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그는 담 밖으로 나와 유튜브를 하면서 상왕 같이 행동할 수 있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교도소에서 반정부 투쟁을 선동할 것이다.
그래본들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 식의 정치가 계속되면 한국정치 지형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극우가 보수의 중심이 되고, 진짜 보수는 사라지게 된다. 우리는 늘 파시스트와 동거를 하게 된다. 파시스트가 혹시 집권을 할지도 모르는 정치지형 속에서 살게된다.
두번째 질문. 어쩌다가 이 나라에 서북청년단 백골단이 다시 애국의 탈을 쓰고 우파 정치를 선도하게 되었는가? 일간베스트와 극우유튜버들의 혐오와 가짜뉴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저렇게 많아졌을까? 윤석열이 체포되면서 기존 언론은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조선 중앙 동아 문화일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광장에 나와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사람들은 이런 보수언론도 보도하지 않는 것만 골라서 믿는 경향을 보인다.
“계엄령 발동 당시 선관위에서 연수 중인 직원 90명이 중국인이다" "중국인 해커부대를 주일미군이 압송해갔다"(주한 미군도 아니고 주일미군) "트럼프가 취임하면 윤석열을 구출하는 작전이 수립되어있다" (주한 미군도 아니고 본토에서 10만명을 동원) 등등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얘기들이 유튜브와 단톡방을 통해서 유포되고 있다. 한번만 더 질문하고, 두번만 더 생각하면 되는데 왜 그들은 유언비어에 사로잡혀 있을까?
우리나라 보수주의의 시작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지 않았다.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와 혐오로 출발했다. 기실은 기득권을 지키는 행동과 결합되었다. 일제 시대에 쌓아놓고은 기득권, 독재 정권 시절에 축적한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이에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아붙이면 되었다. 빨갱이라고 상대를 낙인찍은 것이 보수주의의 철학이고 덕목이고 전부였다. 반호남정서와도 연결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번의 진보정보를 경험하면서 그들의 빨갱이 두려움증이 허구인 것을 알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거의 공산화되었다고 말한다. 좌파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선동한다. 그런데 왜 미국은 여전히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을까? 왜 북한은 우리를 적대시하고 있을까? 공산화가 되었는데도 한국은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을까? 그들은 유튜브 등에서 허위 선전 선동을 하는 자유를 누리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껏 그들이 믿어오고 의지했던 관성이고 세뇌의 결과다. 혐오의 대상이 사라지고 신념체계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신들만이 이 나라를 구하고 있다는 그릇된 효능감의 산물이다.
이들이 문제가 되는 것 중에 하나는 미국을 찬미하고 중국을 혐오하는 ‘찬미혐중’, 미국을 무조건 따르고 중국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종미반중’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제 국내적인 혐오를 넘어서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민족주의와 결합된 혐오로 발전했다. 전형적인 파시즘의 경로이다. 이런 여론지형이 국익에 기반한 외교정책에 수립을 어렵게 하고 주변국과의 갈등을 촉발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책임있게 이들과 선을 긋거나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이들한테 아부하고 끌려다니고 있다. 전사라며 추앙하기도 한다. 구시대의 목소리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서부지원 난동 사건에서 보듯이 젊은 층이 대거 행동대원으로 나선 것을 보면 쉽게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정치 훌리건’이 일상화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상상을 하게된다.
헤겔과 칸트의 나라, 독일이 어떻게 인종청소를 하는 나찌즘의 나라가 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사회학자 역사학자가 있었다. 독일은 패전을 하고 히틀러가 자살하면서 국민들이 나찌즘과 결별할 수 있었다. 공산주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붕괴되었다. 그러자 수많은 이들이 공산주의와 헤어졌다. 한국에서 갈수록 공고해지는 극우세력이 파시즘과 결별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80년을 축적해왔으며 최악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 이제 윤석열이라는 ‘보수의 신’이 세워졌다. 그의 선동이 먹히고 국민의힘이 여기에 편승하는 것을 보면서 앞길이 어두워 보인다.
세번째 질문. 조기대선으로 가는 기차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탄핵 체포 구속 등 정거장을 하나 하나 통과하고 있다. 늦어도 6월 초중순에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윤석열 심판(탄핵심판, 정권심판)이 되어야 할 선거가 ‘그러면 이재명은?’으로 쟁점이 바뀔 수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국면을 이재명에 대한 물음으로 전환할려고 기를 쓰고 있다. 윤석열의 옥중 저항이 강해질수록, 이를 지지하는 극우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국민의힘은 ‘공정’이라는 잣대로 사법부를 압박할 것이다. 미래로 가는 선거가 아니라 과거를 묻는 선거가 된다. 이대로라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기 힘들다.
과감한 이슈 전환을 촉구한다. 지난번 컬럼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6월 조기 대선 로드맵을 생각한다’에서 7공화국을 여는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 개헌을 하되, 5년 후 발효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왜 5년후이냐고?
6공화국 헌법은 직선제로 대통령을 배출하겠다는 정치세력의 이해와 87년 민주항쟁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그후 여러 차례 개헌논의 혹은 개헌안은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졌다. 임기 말에 다음 대통령 선거에 관여하는 것은 대선을 치르는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외면당한 것이다. 임기 초에는 국정과제에 대해 집중하겠다며 외면하다가 임기 말에 개헌안을 내놓으니 동의를 얻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5년)과 국회의원(4년)의 임기는 매 20년 마다 임기가 일치한다. 이 주기에 맞춰 개헌하는 것이 좋다. 행정부, 입법부 그 어느 쪽도 임기가 단축되지 않기 때문에 저항이 적다. 가령 이번에 윤석열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2032년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종료가 일치된다. 그러면 지금 개헌안을 준비해서 2026년 지방선거 혹은 2027년 대통령선거 때 국민투표로 통과시키고 그 발효시점은 2032년으로 하면 개헌논의가 부드러워진다.
그런데 돌발 사태가 생겼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새로 뽑은들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새로운 커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광범위한 동의가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 개헌논의를 해서 이번 조기 대선에 적용시킬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니 4년임기 대통령 중임제를 하자고 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내각제로 가자고 할 것이다.
벌써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번 대통령은 임기 3년만 하고, 2028년에 내각제로 전환하자는 개헌안이 나왔다. 철저하게 당리당략적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질 것 같으니 임기를 단축하자는 것이다. 그러다가 여론지형이 바뀌니 쑥 들어갔다. 민주당 역시 탄핵전선이 개헌전선으로 이동하면 안되다고 개헌논의를 기피한다. 이 역시 단견이자 당리당략적이다.
5년 후 발효되는 개헌안을 이번에 통과를 시켜놓지 않으면 똑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 임기 초에는 개헌논의를 하지 못하게 하다가 임기 후에 나라가 이렇게 되면 안된다고 하면서 개헌안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민주공화정의 불안전성은 반복될 것이다. 5년 후 발효되는 개헌안을 통과시키면서 새정부를 출범시키면 그것만으로도 새시대를 연 대통령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고 봐야 한다. 보복과 복수, 대립의 시대를 넘어서겠다는 선언이다. 포용의 정치로 극우세력의 입지를 축소하고 민주공화정을 새로운 반석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 이 컬럼은 개인의 견해이며, 뉴스투데이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혀 둡니다.
※ 개신교의 보수화에 대해서는 '[민병두의 K-Sapience] 한국개신교의 보수화'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