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지금부터 22년 전 영국의 가디언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로그온하다’(world’s first internet president logs on. 2003년 2월24일)는 기사에서 한국 웹데모크라시의 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노무현 후보가 인터넷을 잘 활용하여 당선된 21세기 첫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
지난 1월4일 뉴욕타임스는 윤석열의 내란에 대한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두려움과 음모론은 어떻게 한국의 정치적 위기를 부추켰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는 음모론을 부추키는 극우 유튜버와 윤석열이 맺은 동맹관계가 국가적 혼란을 조성했다고 보았다. ‘알고리즘 중독이 만든 세계 최초의 내란‘(홍성국 전 국회의원)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웹데모크라시의 시대를 연 것은 우리나라인데, 알고리즘 정치의 가장 극단적인 폐단을 경험한 것도 우리나라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유튜브의 창업자 자베드 카림에 따르면 2005년 초창기 알고리즘은 단순히 조회수가 많은 것을 추천하는 기능이었다. 2012년 알고리즘이 진화했다. 각 개인이 플랫폼에서 보내는 시간을 분석하여 최적화한 콘테츠를 추천해 준다. 게다가 좋아요, 싫어요 하는 반응을 할 수 있게 했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발표했다. 누구나 손 안의 TV와 PC를 갖게 되면서 세상을 바꾸었다. 유튜브와 같은 검색엔진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가 출현했다.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열었고 표현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신장시켰다. 이런 미디어는 모두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한다.
알고리즘은 이용자를 위한 선의로 출발했다. 많은 이들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 스타로 떠오르기도 하고, 인플루엔서가 된다. 기존의 레가시 미디어는 힘을 잃고, 뉴미디어가 그 위상을 대신했다. 기존 미디어도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하는 것이 이득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1인미디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되었다. 영향력과 상업적 이득을 통해서 부와 행복을 얻은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 반면에 인정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꼈다. 더 많은 인정(구독 좋아요 공유 리트윗)을 받기 위해서 올리는 영상은, 남들은 다 행복한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여 심리적으로 소수의 행복, 다수의 불행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전에는 남들의 행복을 다 들여다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자기 만족으로 살면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나도 행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한다.
이것이 정치 영역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극단적인 진영을 만든다. 20세기의 미디어는 무엇을 쓰든, 무엇을 보도하든 독자와 시청자가 필자와 화자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독자와 시청자가 읽고 싶은 것만을, 보고 싶은 것만을 골라서 본다. 소비자의 이런 성향을 알고리즘이 만들었다. 식탁을 그렇게 차려서 편식을 하게 한다. 편식을 건강식이라고 생각하고, 편식을 하면서 즐거워한다. 그런 만큼 사회는 불건강해 진다. 2021년 페이스북의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은 청문회에서 이렇게 폭로했다. “알고리즘은 사악하다,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지수는 미국과 1,2위를 다툰다. 영국 킹스칼리지연구소가 입소스와 함께 2021년 실시한 조사는 충격적이다. 지지정당이 다른 사람과 갈등이 심각하다(그렇다 91%, 1위) 진보와 보수 갈등이 심하다(그렇다 87%, 1위) 빈부 격차로 생긴 갈등이 깊다(그렇다 91%, 1위) 세대갈등 심하다(그렇다 80%, 1위)로 대부분의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갈등지수가 높다.
여기에 유투버가 생산하고 조성하는 확증편향은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격이다. 그들은 서로를 처다보지 않는다. 적으로 생각한다. 한정훈 서울대 교수가 진보 보수 각각 3개씩, 6개 채널 시청자 123만 863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0만명은 한쪽만 보고, 20만명만 교차 구독을 하고 있다. 진보 보수의 대표 채널인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진성호방송’에서 양쪽 모두에 댓글을 다는 이용자는 전체의 0.45%라는 조사도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like-minded)끼리만 어울리고 소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갈등지수만 높을 뿐만 아니라 정치고관여층이 유독 많다. 한국언론재단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46개국 평균인 30%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유튜브가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하게 제공하는 첫 화면의 인기동영상도 전체 450건 중에서 31.8%가 정치유튜브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인간은 원래 다른 부족과 집단을 공격하고 살아남는데서 쾌감과 승리감을 느끼며 발전해왔다고 한다. 중세시대에는 마녀사냥을 했고 현시대에는 디지털마녀사냥을 하는데 그 정도가 중세 시대 보다 더하다고 한다. 진실인지가 의문시되는 가설이나 신념을 비판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적절하게 강화하는 행위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Nickerson. 1998)이라 한다. 정치적 양극화와 디지털마녀사냥은 확증편향을 먹고 자란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섭취하고, 이념적으로 좁은 콘텐츠만을 소비하는 에코챔버(echochamber)에 갇혀 가짜뉴스를 소비한다.
이런 현상은 좌우 모두에게 적용되고, 정당정치와 대의제 민주주의를 축소하게 한다. 유튜버가 교주이고 정당이 된다. 좌파 유튜브 모두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음모론이 있다. 진영논리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논리적 완성도와 사실에 근거하는 정도, 콘텐츠에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우파 유튜브 중 다수는 선동과 가짜뉴스로 채워져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신세대는 주로 좌파유튜브를 소비하고, 아날로그적인 구세대는 우파유튜브를 즐겨본다. 미래는 누구의 것일까?
한국의 극우유튜브가 판을 치는 것은 이번 계엄령사건에서 보듯이 대단히 위험하다. 민주주의의 기본 자체를 뒤엎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본권과 대의제민주주의를 총칼로 뒤엎는 행동을 대통령이 장난처럼 하고(“경고를 주기 위해서 계엄령을 발동했다”) 집권당의 국회의원들이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 집회에 가서 참회록을 발표한다. 윤석열의 관저에 40여명의 국회의원이 몰려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다. 아스팔트 우파들은 계엄령 발동을 비판하는 미국의 성조기를 흔들면서 “탄핵반대, 계엄찬성”을 외친다.
인류가 영국 프랑스의 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을 통해서 쌓아온 가치, 우리나라가 4월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룩한 민주화 같은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한다. 그들은 지난 80년을 오직 빨갱이를 타도한다는 레파토리만을 재생하고 있다. 진화하지 않는다. 조금씩 버전만 다르게 할 뿐이다.
김대중은 빨갱이고, 노무현은 좌파이고, 문재인은 북한의 공작에 놀아났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배급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보정부가 집권한 15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도 더 많이 늘었고, 국방비도 더 늘었다. 그들은 사실을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광화문에서 열리는 정치적 종교집회를 금지했다. 광신도들은 헌법에 정한 기본권을 유린한다며 이는 공산주의자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계엄령을 발동한 윤석열을 탄핵하니까 빨갱이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고 한다. 헌법을 유린하는 파시즘을 동원해서 반국가세력을 박멸해야 한다고 한다. 누가 반국가적인가? 누가 반국가세력인가? 누가 공화정을 부정하고 있는가?
논리도 근거도 없다. 사람들의 뇌는 부정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긍정적인 것 보다 부정적인 것이 5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생존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주장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상대방을 악마화한다. 극도로 악마화가 될수록 내부적 결속은 더 강해진다. 상대는 사탄이고 자신들은 선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며 선민의식 우월의식을 느낀다.
박근혜 탄핵 때부터 형성된 아스팔트 우파는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근본주의 개신교세력과 결합하여 아주 강고한 집단을 형성했다. 서로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확증편향을 더 강화하고 거기에서 심리적인 만족과 안정감을 느낀다. 자신들이 이 나라를 건설했고, 자신들만이 애국을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한때 특정고등학교 깃발을 들고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것도 이런 연유이다.
사람들은 유튜브를 보면서 건강이나 여행 정보는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바꾸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5.18민주화운동에서 부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북한의 공작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진짜로 믿는 이들이 있다. 분단과 한국전쟁이 만든 메카시즘이 디지털메카시즘으로 괴물처럼 자라나고 있다. 참으로 끈질기다. 그 사이에 세상은 변해도 한참 변했다. 네안데르탈인인 구인류와, 호모 사피엔스 신인류가 공존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아스팔트 우파의 우두머리 격인 윤석열의 중독은 차원이 다르다. 윤석열의 망상이 더 위험했던 이유는 그가 삼중 중독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설계하고 의도한 중독에 빠져있다. 이를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라고 하는데 아스팔트 우파들이 이 과정을 통해 세뇌가 되고 슈퍼챗을 날린다. 이것이 윤석열이 빠진 첫번째 중독이다. 윤석열은 극우유투브를 늘 시청할 뿐만 아니라 유튜버들과 자주 통화했다. 유튜버들은 그 내용도 다 녹음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그들이 등을 돌리게 되면 녹음테이프가 세상에 공개될 것이다. 그런데 한시간 통화하면 대부분은 혼자서 얘기했다고 한다.
두번째 중독은 알콜중독이다. 대학 시절 부터 술에 얽힌 얘기는 만리장성을 쌓을 만큼 많다. 저속노화 의과학자인 정희원 교수는 “5000만 국민이 음주운항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것과 같다”고 했다. 뇌가 지저분하고 충동조절이 안되고 격분하고 대노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복잡한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보통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남침유도 같은 공작은 정상적인 뇌의 상태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전범이나 독재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에는 알콜중독이 원인인 경우가 있는데 수감행활을 통해서 회복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세번째로는 주술과 미신에 중독되는 것이다. 손바닥에 임금 왕자를 쓰고 다닐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주술과 미신의 한계가 명태균 사건인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이 계엄 9일전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고 한다. 명태균 사건으로 대통령 탄핵요건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면을 보면 그의 주술과 미신도 더 이상 안통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극우유투버 알콜 주술 삼축 중에 한 축이 떨어져 나가면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고 계엄으로 이어졌다.
윤석열의 계엄 내란 사건이 반헌법적 반국가적일라는 것에는 국민 절대 다수가 동의한다. 이를 기계적 균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정쟁으로 몰고가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이 되면 누구에게 더 이로울 것인가로 상황을 접근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매우 그릇된 것이다. 그들은 박근혜 탄핵사건 때 조원진이 걸었던 우리공화당,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과 다르지 않는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 구인류에 기대는 국민의힘이 쪼개질 때가 되었다. 내란에 동조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생존 자체가 어렵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이 “검사는 과거를 캐는 직업이고, 정치인은 미래를 도모한다”며 검사의 정치 진출을 퇴직후 10년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국힘은 윤석열 부터 비대위원장 원내대표 대구시장 등 모두가 검사 일색이다. 그러니 아스팔트 우파에 기대어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프레임에 의존해서 정치를 한다. 판단에 유연함이 없다.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라도 실수와 과오를 줄이기 위해서 상대방의 생각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 과거를 캐서 죄를 묻기만 하는데 심사숙고가 필요가 없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생각에 생각을 해야 하고, 나와 다른 사람의 견해도 들어보아야 한다. 미래에 중독이 되면 알고리즘이나 알콜 주술에 빠져있을 수 없다. 미래가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 이 컬럼은 뉴스투데이의 공식 견해가 아니며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