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이슈산책] 백세시대의 사회를 재구성한다

민병두 입력 : 2024.10.28 13:54 ㅣ 수정 : 2024.10.28 14:05

<뉴스투데이>와 같은 언론과 <십만 시간의 행복>과 같은 민간이 힘을 합쳐 우리 사회 구조전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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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카페의 바리스타들. [사진=KBS 동영상 캡처]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백세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로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10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평균 수명이 가장 긴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20~1930년대생들이 어린 시절에는 60, 70세까지 살 것으로 전망했는데 요즘 웬만한 문상을 가보면 망인이 90 전후인 경우가 많다. 호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생 70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가 아니라 인생 70이 디폴트인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70까지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대에 들어왔다. 지금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2.7세인데 지금의 추세로 본다면 정말 웬만하면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백세시대를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백세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평균수명과 행복수명(건강수명, 경제수명)을 근접시키는 것이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몸이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따듯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노년이 고통스러워진다. 불행하게도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평균수명과 행복 수명의 간격이 가장 길다. 60대 중반이 되면 성인병에 시달리고 노인 빈곤과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많은 나라들이 ‘생애 곡선의 직각화’(그림 1 참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행복수명을 건강수명에 가장 근접시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9988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 3일 고생하고 4일 만에 죽는다)이다. 생애 곡선을 직각화하면 개인의 노년이 즐거워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국가의 복지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미래세대의 어깨가 덜 무거워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생학습, 평생활동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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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1. 숙년(熟年), 신중년(Active Senior, OPAL:Old People Active Life)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기에 인생을 세 토막으로 살았다. 유소년기-중년기-노년기. 평균수명은 짧았다. 종족의 보존을 위해서 일찍 결혼했다.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이 있는 남자아이가 큰 자산이었다. 남자아이를 빨리 보기 위해서 혼인을 일찍 하게 했다. 귀족이나 양반 집의 아이가 아니면 학교에 다닐 일도 없었다. 거의 대부분이 부모를 따라 다니며 농사일이나 사냥을 돕다가 때가 되면 결혼을 했다. 그 자손도 마찬가지였다. 30대 중후반이 되면 벌써 손주를 보는 인생 주기가 이어졌다.

 

산업혁명으로 도시화가 되고, 학교 교육이 널리 보급되면서 제대로 사춘기를 느끼게 되고 결혼 연령도 늦어졌다. 20세기 초에 G. Stanley Hall이 ‘Adolescence’라는 책(아래 그림 2 참조)을 통해 청소년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조명했다. 인생을 네토막으로 살게 된 것의 반영이다. 유소년기-청년기-중년기-노년기의 인생주기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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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1970년대에 들어서서 서구사회에서는 또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50이 넘었는데도 건강한 노인들이 너무 많아졌다.  Peter Laslett이 ’A Fresh Map of Life’라는 책을 통해 세 번째 인생의 시기(3rd age)의 출현에 대해 논했다. 중년과 노년 사이에 인생의 주기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50+라는 개념이 나오고 신중년(Active Senior)이라는 조어도 만들어졌다. 이제 인생을 소년-청년-중년-신중년-노년의 다섯 토막으로 살게 된 것이다. 신중년은 506070의 연령대에 걸쳐 있는데 나는 인생에서 성숙한 시기라는 뜻으로 숙년기라는 말을 선호한다. 임용웅 노사연의 노래에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실제로 강의를 해보면 신중년 보다 숙년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2. 왜 평생인가/ 여생이 아니라 본생

 

백세시대와 정보화시대가 한꺼번에 왔다. 여기서 인류의 인생 사이클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산업혁명 시기까지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갖고 평생 써먹다가 여생을 살다가 가면 됐다. 21세기 들어와서는 그렇게 해서는 살 수가 없다. 원체 세상이 빨리 변화하니 계속해서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새로운 기기가 계속 나오니 배우지 않고서는 일상생활도 어렵다. (그림 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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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자식이 보험인 시대도 지났다. 농경사회에서 아들은 내 노후의 보험이었다. 요양과 생계를 자식이 책임졌다. 지금은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 초기고령화(60, 70대) 중기고령화(70, 80대)는 자식 신세를 질 수 없다. 말기고령화(90대)의 시기에 국가에 의존하며 인생을 마무리하게 된다. 따라서 은퇴가 늦어지게 되고 계속해서 일하거나 활동할 수밖에 없다.

 

여생을 살다가 간다는 말도 옛말이 되었다.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숙노년기의 삶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기가 되었다. 부모 밑에서 30년, 독립하여 1차은퇴시 까지 30년, 그리고 40년을 살게 되니 여생이 아니라 본생을 살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구조는 경로당과 요양원이 백세시대의 기본 인프라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Aging in Community 개념을 도입했지만 요원하다. 평생교육원 등의 교육시설은 취업과 취미 중심이다. 서울시의 50+도 시장이 바뀌면서 취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숙년기 인생의 네 가지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기, 즐기기, 일하기, 나누기를 위한 플랫폼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않다.

 

3. 일하기/미니잡 스몰잡 등 시장형 일자리 창출

 

일본에서 출판된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나 영화로 제작해 상영한 ‘ PLAN 75’는 초고령화 사회의 사회적 갈등에 관한 것이다. 국가와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크니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죽음을 선택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이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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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최고이다. 국민연금 1인당 평균 수령액은 월 56만 원, 여기에 기초연금을 합쳐도 생활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남자들의 은퇴 연령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준비 안 된 채 노후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필요한 사람이나 원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재교육과 일자리 창출이 정부가 할 일이다. 지금의 일자리는 정부 용역형(공원 정리, 경로당 점심 식사 당번, 학교 앞 교통정리)와 사회 서비스형(노노케어)이다. 시장형은 지하철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고연령층의 택배 노동이나 임계장(임시계약직 노인장)이 대부분이다.

 

일주일에 몇 시간씩 일하면 한달에 몇십만원이라도 갖고 갈 수 있는 미니잡, 스몰잡등이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써드에이지(이보람 대표)의 ‘딴중일기’(딴 세상을 꿈꾸는 중년들의 일터 기획), 프로커넥트(은퇴 시니어와 신생 기업을 연결)같은 스타트업이 있는가 하면 디지털 청소 등의 업무를 시니어들에게 맡기는 기업도 있다. ‘노인일자리여기’ 등의 사이트, 케어 업무를 맡기는 위(we)웃, 이음길(전직지원컨설팅) 등 시니어들을 위한 사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십만 시간의 행복에서 추진하고 있는 K-mentor, 청소년 경제교실 등도 은퇴자원을 활용한 사회 인프라 조성사업이다.

 

4. 배우기

 

1970년대에 유럽에서 U3A(University of 3rd Age)가 만들어졌는데 그중에 가장 성공한 것이 영국이다. 영국 U3A는 전국 1,035개 캠퍼스에 회원 수가 40만 명이다. 연간 회비를 내면 전국 어느 캠퍼스에 가서든 어떤 과목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이 강의를 조직하고, 자신이 강의할 재능이 있으면 강사로 나설 수 있다. 이를 통해 존재감 기능감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동창회와 커뮤너티 활동을 지원해서 사회적 ‘연결’을 돕는다.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고 헤어지거나 온라인으로만 듣는 형태가 아니다. 가장 진보된 배우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도시의 초중고가 10년 이내에 절반 이상이 폐교가 된다. 폐교 활용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안해왔다. ‘도시는 사람이다’(민병두 저. 그림 5)를 통해 제안한 것이 학교아파트. 학교를 고층아파트로 개조하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이 아파트에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이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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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두 번째로 제안한 것이 학교 요양원이다. 지금 요양원은 ‘치매촉진원’이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이다. 시설 밖을 혼자서 나가지 못하게 하니 운동량이 줄어들어 근손실과 욕창을 경험하게 된다. 학교 요양원은 담벼락이 있으니 외부 활동이 가능하다. 보험사업이 진출하여 위탁관리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김부겸 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를 수용하여 지금도 관계기관 간에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민병두 저.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 그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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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세 번째 제안은 시니어캠퍼스이다.(금천구 모두의학교) 대학의 평생교육원은 이방인 같은 느낌인데 시니어캠퍼스는 학교의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청년 시절처럼 학교 안에서 모든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교 캠퍼스형 배움의 공간과 함께 영국의 U3A 처럼  독립건물 살롱형, 두가지 형태로 구축할 수 있다. 

 

5. 즐기기

 

경제력 있는 베이비 부머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평생유희, 소샬라이징이 새로운 현상이 되고 있다.  대개의 직장인들은 은퇴하고 5년 이내에 기존 인간관계의 90%가 소실된다고 한다.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대개 어린 시절의 경험을 함께하는 동창 모임에 나가거나, 주민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노래교실 요가교실 라인댄스 강습에 참여한다. 남자들은 당구 모임이 대세이다. 경로당에서도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마땅한 것이 없으면 치매 예방이라며 화투 놀이를 한다. 손주 보기를 하며 지내는 이들도 있다.

 

요즘의 액티브시니어는 적극적으로 인생을 즐긴다. 수많은 취미교실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시나 공연이다.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어야 진정 즐거움이 있다. 시니어모델, 바디프로필, 시민연극(생애전환연극), 작사교실(싱어송라이터) 같은 것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에 시민연극단이 수천 개가 되고, 패션쇼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수백 개는 되어야 한다. 소셜댄스(답십리 오페라)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그림 7, 그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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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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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몰타 어학연수 같은 여행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노는법(4060 여성 여행클럽) 오이 시놀 여행다움 포러렌츠 같은 것이 등장하고 일본의 오스탄스 같이 회원이 36만 명이 되는 인터텟 취미클럽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커페 ‘은퇴후 50년’이 회원수가 17만 명이다)

 

6. 나누기

 

수백 년간 영국의 식민지 지배하에 있었던 아일랜드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영국을 추월한 것이 2003년이다. 지금은 영국 보다 두 배 높다. 아일랜드의 성공 비결이 여러 가지인데 법인세가 유럽에서 가장 낮다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아일랜드에서 직접 들은 얘기는 1개 이상의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그것이 자산이 되어 스몰딜 빅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그들의 얘기였다.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1990년대 중반에 비영리법인(NPO)을 지원하고 활성화했다. 시니어들이 조직한 NPO만 해도 7만여개에 달할 정도이다. 시니어들이 조건에 따라 단체를 조직하면 정부나 자치단체, 기업들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통학 지원이나, 양육서비스, 농촌에 멀리 떨어져 있는 혼자 사는 집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 등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우리나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많다. 학교에 가서 사진학을 강의한다든지, 전직외교관들이 지구촌 전쟁을 주제로 하여 학교에 가서 계기수업에 해당하는 특강을 할 수 있다.

 

7. 치료에서 예방으로, 웰다잉

 

초기고령 즉 숙년기의 인생에 대해 살펴봤다. 김형석 교수가 돌리켜 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60세에서 75세까지였다고 한다. 아이들 다 키우고, 부모는 돌아가시고, 회사 일 즉 경쟁이나 승진 등에서 해방된 시기이다. 그런데 몸은 튼튼하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다. 하고 싶은 일만 한면 되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Golden Age라고 한다. 이 시기를 80세 85세 90세까지 늘리는 것이 사람들의 소망이고 그런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중기고령화 시기에는 자신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 요즘은 웰니스,종합돌봄을 해주는 시설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안티에이징을 돕는 자연농원이나 명상 시설도 많다. 어싱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케어로봇 근력로봇은 중기 고령자층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인친화제품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시니어레지던스, 시니어하우징이 새로운 주거패러다임으로 등장한다. 그러기 위한 특별법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그림 9, 그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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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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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이 시기에 체념하지 않고 삶의 의욕을 다시 충전하기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도 만들어져야 한다. 1982년 하버드대 엘렌 랭어 교수가 실험한 ‘시간여행’은 젊은 시절의 어느 한 시기로 돌아가 1주일 정도 생활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방송이 ‘황혼의 반란’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실험을 한 바 있다. 들어올 때는 지팡이를 짚고 다녔는데 나갈 때는 두 발로 활보할 정도로 심리적 젊음과 의욕을 되찾았다고 한다. 끝으로 임사체험 유서작성 같은 죽음학교실도 언젠가는 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상으로 백세사회의 플랫폼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개괄적으로 살펴봤다. 새로운 사회자본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국가는 그런 여력도 없고, 정부는 제대로 된 설계를 갖고있지 않다. 뉴스투데이 등 언론과 '십만 시간의 행복'과 같은 민간이 힘을 합쳐 우리 사회의 구조 전환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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