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하루가 다르게 계엄과 반란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박정희 시대도 아니고, 전두환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숱한 어둠을 넘어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도 우리를 어둠으로 몰아넣으려는 세력들이 있다. 식민지를 경험했던 국가 중에서 민주화와 선진화를 함께 이룬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에 먹칠을 하는 언어를 일상적으로 내뱉는다.
국민의힘은 불법계엄령을 발포한지 한달이 다 된 지금까지 사과다운 사과 한 번 한적이 없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한 것을 사과라고 할 수 있겠나? 계엄이 잘못되었다는 얘기가 없다. 본질을 사과하지 않았다. “계엄과 탄핵”이라고 하여, 민주당의 탄핵행위를 등가로 윤석열의 내란과 같은 성격의 것, 즉 불안과 걱정거리로 만들었다. 심지어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했다.
원내대표의 발언은 거의 전쟁터에 나선 장수 같다. 내란 잔당을 진두지휘하고 전선을 새로 긋는다. 수사를 사사건건 방해한다. 정치는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시꺼먼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선을 넘었다. 방향이 잘못되었다.
중국학자 리쭝우가 후흑학(厚黑學)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1917년 국민공보에 게재한 바 있다. 정치인이 두꺼운 얼굴과, 흑심을 사리를 도모하는데 사용 할 경우, 인격은 비루해진다고 했다. 12월3일 밤, 그날만 해도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어쩔줄 몰라 하던 그들이 “1년 지나면 또 찍어줘, 의리있어서 좋다라고 해”하는 말에 의리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두꺼워졌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비루해졌다.
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와 국민을 지키지 않고, 태극기 부대를 비빌 언덕으로 삼았다. 그들과의 의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았다. 들어보면 내용물도 없는 극우 유튜버의 언술이 그들의 신앙이 되었다. 한때 그 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신처럼 떠받들던 어떤 목사는 제주항공 참사를 신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당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때 마다 그 목사를 찾았다. 이 이상한 정신적 공동체가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암담하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전두환에 뿌리를 둔 정당이라는 말을 싫어했다. 3당통합으로, 김영삼을 비롯한 민주화 세력의 수혈로 자신들도 변했다고 했다. 김영삼이 외환위기로 나라를 파산시키자 뉴라이트라는 것으로 무장했다. 관치경제가 아닌 시장보수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세웠다. 그렇게 분장을 하고서 이명박과 박근혜, 윤석열을 당선시켰고 내각을 뉴라이트로 채웠다.
12.3 반란행위를 지지하는 언동을 보면서 여기에 무슨 보수주의가 있는가? 확인된 가치(공화정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 있는가? 그냥 전두환의 후예일 뿐이다. 그들의 유전자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을 악마화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려 했다. 민주주주의와 공화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소명이었다.
국민의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정부가 셧다운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계엄을 막지못한 책임을 물어 내각이 총사퇴해야 했다. 그런데 한덕수는 국회 추천 헌법재판권을 임명하지 않고 탄핵되는 길을 택했다. 이것은 정치적 순교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비겁함이고 똥고집일 뿐이다.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두번째 내란행위였다. 그런데 한덕수 탄핵에 앞서 최상목 등은 브리핑을 통해 ‘한덕수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며 저항했다. 최상목은 누구로부터도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잔꾀를 부렸다. 그런데 내각에서 상당수가 최상목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비판하고 몰아세우자, 최상목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그들이 보여야 할 눈물은 국민들을 향한 속죄의 눈물이어야지, 무기력함 나약함 겁많음을 보여주는 눈물이어서는 안된다. 왜 우리나라 공직자들은 국회에서 첫 인사를 하면서 “여러가지로 부족한 저를…“ 이라고 시작하는지 늘 궁금했지만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12월3일 그날의 국무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평생 공직사회에서 지켜본 어느 정치인의 술회다. 어떤 이는 회의에 가면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군지, 실세가 누군지를 늘 살핀다고 한다.
그리고 평생 그 편에 붙어서 발언을 해왔다. 다른 인물은 자기 차례가 됐을 때 딱 한번만 자기 의견을 얘기하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음 부터는 윗 분의 얘기를 살핀다고 했다. 한덕수는 ”평생 선을 넘지 않는 사람“, ”바람이 불면 풀잎 보다 먼저 눕는 사람“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공화정, 민주주의 이런 것은 없다. 오직 꽃보직만을 생각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로 내각이 구성되어 있다.
트럼프는 2020년 국민을 향해 발포 지시를 하려고 했고, 대선에 패배하자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져서 충동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진 닉슨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심각한 상태였다. 이때마다 미국을 위기에 빠트리지 않게 한 이들은 헌법 등 제도적 가치가 몸에 배어있는, 국민과 나라에만 충성을 하는 군인들이 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 8개월 가까이 반란 모의가 있었을 때 직을 걸고 반대하거나 양심선언한 군인이 있었는가? 헌법적 가치를 이해하는 참군인이 얼마나 있었는가? 그저 대통령의 명령이니까 따랐다는 것이고, 장군으로 승진할 수 있기 때문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이런 군대를 어떻게 믿고 우리나라의 안위를 맡길 수 있나?
12월3일 아주 무능한 국군통수권자의 무능한 작전지휘로 다행스럽게 내란은 실패로 돌아갔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국회는 총과 도끼로 유린당하고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고문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도 못하고 검사들은 앞장서서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들을 기소했을 것이다.
경제는 추락하여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우방국들은 한국에 대한 신뢰를 접어들였을 것이다. 수천만의 국민이 전국에서 들고 일어나 피를 흘리게 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마치 완장이라도 찬 것처럼 행세하며 빠루를 들고 민주당 의원들의 체포를 독려했을 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을 상상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를 해치는 독버섯이 이처럼 끈질기게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두렵고 고통스럽다. 그냥 방치해서는 우리 안에 히틀러가, 전두환이, 윤석열이 다시 자라나고 똑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이다.
윤석열은 새해 첫날에도 저항을 하고 있다. 체포를 거부하면서 용산관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기를 원하고 있다. 그의 새해 첫날 메시지는 영장이 집행되지 않도록 드러누우라는 선동이다. 윤석열이 있는 한, 관저에 남아있는 한 내란은 아직 진압되지 않은 것이다.
지금 내란 세력의 본진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용산과 군대 내의 충암파가 내란의 1차 본진이었다면 2차 본진은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았고, 내란 특검에 반대하고 있다. 내란 진압에 관한 모든 것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니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정당해산심판은 그 과정도 어렵지만 재차 비슷한 정당을 만들 것이기에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직 자신들의 임기가 3년6개월 남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민을 무서워 할 줄 모른다. 거꾸로 생각해보라. 자신들의 임기가 3년6개월이나 남았다. 그 사이에 세상이 몇 번이고 바뀔 수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진정한 보수로 돌아가야 한다. 정말 선진국 수준의 보수주의로 훈련된 정치인과 정당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지금처럼 반란에 동조해서 국민의 지지를 다시 구할수가 없다. 국민의 기억력이 그처럼 짧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오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그런 기대와 맹성을 촉구하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회창의 차떼기 사건 때 천막당사를 차리고, 변화를 촉구하던 그들 내부의 목소리를 지금은 들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지나치게 극우 중심으로 진영화되었다. 완전히 영남정당이 되었다. 다수의 국민 목소리를 외면해도 100석은 족히 넘는 정치구조와 선거법에 기대고 있다.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고 나면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1차 본진이 와해되고 나면 2차본진에 대한 수술이 남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의 양당제를 해소하는, 국가지배구조를 바꾸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런 정치개혁이 있어야 국민의힘 내부에서 극우세력의 입지가 축소되고, 새로운 보수가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제대로 된 참보수의 대안세력이 나타나야 히틀러와 전두환과 윤석열이라는 독버섯이 다시 자라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