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K-Sapience (36)] 한국의 개신교 보수화⑥ 태극기 집회

민병두 입력 : 2024.09.28 09:38 ㅣ 수정 : 2024.09.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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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형교회의 예배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1988년 2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37차총회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발표했다.

 

“우리는 갈라진 조국 때문에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을 미워하고 속이고 살인하였고, 그 죄악을 정치와 이념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이중의 죄를 범하여 왔다. 특히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은 반공이데올로기를 종교적인 신념처럼 우상화하여 북한공산정권을 적대시한 나머지 북한 동포들과 우리의 이념을 달리하는 동포들을 저주하기까지 한 죄를 범하였음을 고백한다“

 

KNCC 통일선언은 민족분단의 고통을 경험한 독일 교회의 우정어린 조언과 1970년대 부터 통일을 고민한 기독교인들의 오랜 고민과 논의의 결과물이다. 평화의 종으로 이 땅에 온 예수 그리스도가 평화와 화해와 해방의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는 믿음에 기반했다.

 

반공과 반북, 한미동맹을 DNA로 하여 성장한 보수주의 개신교는 통일선언을 결별선언으로 받아들였다. 남북화해 및 긴장완화, 주한미군의 궁극적인 철수 등의 실천사항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보수교단을 망라하여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근본주의 단체가 출범했다. 2013년 대한예수교장로회의 탈퇴, 2019년 전광훈의 한기총 회장 당선으로 세가 위축되었지만 보수주의 정치운동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거센 물결 앞에서 지리멸렬했던 보수교단은 한기총의 등장으로 정치세혁화한다. 성속이원론을 폐기하고 정치참여노선을 채택한다. 재정위기에 처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을 압도한다.

 

김대중 정부 말기, 노무현 정부 초기에 대북화해정책, 효순·미선사건으로 인한 반미시위를 보면서 반공주의에 기반했던 개신교는 큰 위기의식을 느꼈다. 친북좌파정권과 그 세력이 이 사회를 지배했다고 보고 정치적 행동에 나섰다. 2003년 1월 서울 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잇달아 연데 이어서 기독당을 결성하여 2004년 총선에 참여했다.

 

개신교 우파, 기독 뉴라이트는 노무현 정부의 4대개혁 입법을 반대하고 좌절시키면서 정치적 효능감을 맛보았다. 보수언론과 사학재단, 개신교가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개정에 맞섰다. 결국 열린우리당을 분열시켰다. 기독교 국가 건설을 꿈꾸면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2004년 미국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데에 측면 지원을 했고,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10년 이내에 1만개 이상의 교회를 세우겠다며 탈북자단체를 지원했다. 대북전단살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이런 일련의 행동에 뉴라이트도 함께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극우적 개신교 시민단체의 결성에 나섰다. 개신교 우파는  한국 극우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고 공급처이자 운동주체가 된다. 북한 이슈에서 동성애자 이슈까지 전선을 확대하여 전방위적 역사전쟁, 문화전쟁을 벌여나간다.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와 진보적인 의원들이 제기했던 차별금지법을 동성애조장법이라고 본질을 왜곡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목사가 설교 중에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해도 교도소에 가게 된다며 종교탄압 프레임을 붙인다.

 

처음에는 에스더운동이라는 소수단체에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세를 불린다. 나라사랑학부모회,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과 같은 단체가 출범한다. 미국의 ’도덕적 다수‘가 성교육을 금지하고 순결교육을 하자는 캠페인을 했던 것을 한국에서도 전개한다. 2016년 21개 교단이 뭉쳐서 ’한국교회 동성애 대책협의회‘를 구성한다. 이런 운동의 와중에 종북딱지가 만능이 되었다. ‘종북게이’(성소수자 좌파) 처럼 종북=게이와 같은 비논리적인 이데올로기적 공격이 만연한다. 

 

퀴어축제 반대에 나선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하나님이 심판할 것이라며 회개를 촉구한다. 차별반대법은 18대 국회 진보당에서 재차 발의한데 이어  19대 국회에서 민주당의원 66명도 입법안에 동의했다. 2013년 유엔인권이사회까지 권고했지만 보수교단에서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고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면서 법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자신감을 가진 개신교 보수는 전선을 확대한다. 한국 내 무슬림의 세 확대를 경계하고 양심적병역거부 난민 등 소수자 인권신장에 반대한다. 성직자 납세등  제도적 이익을 수호하면서 이를 종교탄압이라고 한다. 실제로 과세대상이 되는 목사는 전체의 5% 이내이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제어할 수 없는 교회 내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태어나자 마자 난민이 되었다. 왕이 태어난다는 동방박사의 말에 헤로데가 전 이스라엘의 신생아를 모두 죽이라고 했는데, 천사의 안내로 마리와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데리고 피신한다. 하지만 예수를 믿는 개신교인들은 난민의 수용을 반대했다. 이슬람이 들어온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개신교 우파의 목소리와 영향령이 가장 컸을 때였다.

 

“도덕적 자유주의자들의 손가락질에서 비롯된 수치심과 피해의식과 분노,그런 수치심을 자존감으로 전환시켜주려는 강렬한 감정의 문화전쟁”(한국개신교의 보수적 시민운동. 강인철)이 중요한 동인이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와 2005년 조사를 비교해 보자. 개신교는 10년 사이에 125만명이 늘어나 967.6만명, 19.7%로 최대종교가 되었다. 이 시기에 교세를 확장한 곳은 개신교 뿐이었다. 통계청은 1985년부터 매 10년 마다 국민들의 종교 분포를 조사하고 있다. 불교는 296.9만명이 줄어든 761만명으로 15.5% 가톨릭은 112.5만명이 줄어든 389만명으로 7.9%였다. 

 

세계 50대 대형교회를 꼽으면 한국 교회가 한때 23개를 차지하고 있다.(1993년 기준) 금란교회 광림교회 성락교회 중앙연세교회 영락교회 순복음교회 은혜의진리교회 등이다. 세계초대형교회 통계(2024 Global Megachurches/Warren Bird)로는 아시아 142개 교회 중에서 32개가 한국교회이다. “기독교는 그리스로 가서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유럽으로 가서는 문화가 되었고,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되었다.”(손석희)

 

대형교회가 많은 것이 과연 축복이냐는 데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개척교회가 있고 자립교회 중견교회가 많은 것이 건강한 생태계이다. 번영신학적 입장에서 보면 대형교회는 하나님이 세상에서 축복을 내리는 살아있는 증거이다. 대형교회는 버스까지 동원하여 성도들을 자기 교회로 모이게 한다. 대형교회가 종교의 골목상권을 침범하면서 개척교회와 소형교회는 문을 닫는다.

 

한국은 해외선교도 세계 제일이다. 2023년 한국선교사는 세계 174개국에 2만 3318명이다.(한국 세계선교협의회, 한국선교연구원 보고서) 한기총 설립 이후 공격적으로 해외 선교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 2006년 커버스토리에서는 한국이 2위였으나 2010년 고든콘웰신학교 국제기독교 연구소 통계로는 미국 12만명, 브라질 3만4000여명에 이어 6위로 랭크되었다.

 

인구사회학적으로 한국에서는 더 이상 교회의 개척이 가능하지 않다. 노무현 김영삼 시절에 신학대학이 늘어나고 안수를 받는 목회자들을 한국에서 수용하기가 힘들어졌다. 저출산 고령화로 선교의 대상이 줄어들었다. 해외 파송에서 길을 찾았다. 미국과 함께 세계 선교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미국과 한국 개신교에서는 근본주의가 가장 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불교국가, 이슬람국가, 중국, 이스라엘에까지 선교사들이 나가 있다. 충돌이 잦을 수 밖에 없다.

 

2016-2017년 박근혜 탄핵국면에서 다시한번 총집결을 했다. 태극기 부대를 형성했다. 성조기 이스라엘기 일장기까지 동원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당시 1960-1970년대 이른바 명문고 동창들이 졸업회수별 깃발을 들고 나오는 현상은 기득권층의 인식이 경도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헌법적 가치를 누구 보다 체득했어야 할 지배엘리트들이 박정희 향수와 반공주의로 평생을 살았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촛불이 승리하고 진보정권이 출범했으며 10년 보수정부는 적폐세력으로 몰렸다. 보수개신교는 절치부심하여 2022년 윤석열 정부를 출범하는데 기여했다.

 

영적인 전쟁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전투적 기독교,  종북 좌파 동성애로 종말이 다가왔다며 세대주의적 전 천년설을 유포하는 근본주의적 신앙, 선과 악의 최후의 결전 아마겟돈이 다가왔다며 적그리스도와 최후의 결전을 독려하는 정치적행동주의는 여전히 강한 세력을 유지한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등의 전광훈 목사의 발언이 알려지고 MZ세대의 무관심에 부딪히면서 내용적으로는 신앙의 이탈자가 많아지고 있다.

 

그들이 절치부심하여 만든 윤석열 정부는 역대급 인기없는 정부가 되었다. 신앙의 위기에 부딪혔다는 인식이 있으면 교회의 쇄신이 필요한 것인데 70년된 한국교회의 반공DNA는 변하기를 거부한다. 김정은과 핵무기가 있는 이상, 다시말해 사탄이 있는 한 그들의 영적전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신앙이 형성된 탓이다. 

 

성경은 모든 민족에게,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가르친다. 기독교의 정신에 비추어 보면  예수가 창녀와 문둥병환자, 사마리아인을 포용했듯이 이 시대의 소수자와 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금 이 시대의 땅끝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탄압받는 이들이다. 그것이 사랑이고 포용이다. 북한의 동포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의 땅끝이다. 2000년전에 이 땅에 평화로 온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평화를 바라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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