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43)] 충북 관광명승지에 감탄한 동지형(同志型) 친구들(상)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4.12.23 10:12 ㅣ 수정 : 2024.12.23 10:12

동지형(同志型) 군자(君子)는 ‘유붕이자원방래(有朋而自遠方來)하면, 불역락호(不亦樂乎)아라’
교통사고 후유증 재활치료로 2년 늦게 취임한 대대를 격려 방문할 동기생들이 감사하나 걱정이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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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붕이자원방래(有朋而自遠方來)하면, 불역락호(不亦樂乎)아라’했던 공자와 육군사관학교 문무 8중대 동기들의 졸업 기념사진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2500년전에 20장 1만1,500글자로 작성된 고전이 지금은 중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교양 필독서가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인간들의 표상을 정위치에서 잡아주는 것이 논어(論語)의 위력이고 존재 이유이다.

 

논어에서 107번이나 언급하고 있는 단어가 군자(君子)이다. 여기서 군자라 함은 삶의 표본이요, 우리가 살아가는 교양과 품격을 갖춘 인간상을 말한다. 의지만 있으면 온갖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며 새로운 가치와 진리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를 칭하는 말이며 우리나라와 비교시에는 선비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논어에는 이 시대가 원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추구해야 할 유형별 군자의 인간상을 정리했는데 그중에 두 번째는, 동지형(同志型) 인간으로 ‘유붕이자원방래(有朋而自遠方來)하면, 불역락호(不亦樂乎)아라’했다. 

 

뜻을 같이하고 지향점이 같은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니겠는가? 즉, “술과 밥을 먹는 친구가 아니라, 내가 곤궁한 처지에 있을 때 함께 해줄 수 있는 동지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라는 행간의 숨은 의미이다.

 

필자의 육군사관학교 생도시절에는 생도대가 지금과 달리 16개 중대로 편성되었는데 매년 소속 중대가 바뀌었다. 하지만 3, 4학년은 같은 중대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2년간 함께한 졸업 당시 중대의 동기들은 타 중대의 동기들보다도 유난히 돈독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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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필자처럼 대퇴부가 분쇄골절되어 골수정이 박힌 X-Ray사진과 침대에 누워 꼼짝 못하고있는 교통사고 환자 모습[사진=김희철] 

 

필자가 대대장 취임전에 대형 교통사고로 병상에 누워 있을 때에도 동기생 중에 3, 4학년을 함께한 졸업중대 동기들이 더 많은 위문과 격려를 보내주었고,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지금도 가끔씩 부부동반으로 모여 우정을 나누고 있다.

 

대대장 근무를 하던 당시에 타 동기들은 대부분 모두가 먼저 대대장을 마치고 참모 보직으로 옮겼지만, 필자는 대대장반 교육과정에서의 교통사고 때문에 후유증 재활치료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뒤늦게 대대장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먼저 대대장을 마치고 여유를 갖게 된 졸업중대 동기들에게서 그들보다 2년 늦게 대대장직을 수행하는 필자의 부대를 부부동반으로 격려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사관생도 시절에 3, 4학년을 함께한 졸업중대 동기들의 부대 방문은 ‘유붕이자원방래(有朋而自遠方來), 불역락호(不亦樂乎)’의 깊이 감춰진 의미인 “술과 밥을 먹는 친구가 아니라, 내가 곤궁한 처지에 있을 때 함께 해줄 수 있는 동지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라는 공자의 논어에 기록된 동지형(同志型) 인간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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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2월27일 청주시 강서동에 신축한 독신자 숙소(BOQ) 개관식에 참석한 연대장과 독신자 대표 등이 준공 축하 케익을 절단하는 모습[사진=김희철]

 

■ 비상 발령시에 시간내 복귀할 수 있도록 대책 강구한 간부들의 휴무일간 위수지역 이탈을 묵시적 허용

 

사관학교에서 2년간 함께 생활하고 졸업시에도 같은 중대였던 동기들이 필자 대대로 부부동반으로 격려 방문하겠다는 연락은 참으로 감사한 소식이었으나 걱정이 앞섰다. 뜻을 같이하고 지향점이 같은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겠지만 그들이 1박 할 숙소 등 사전 준비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필자가 위수지역 개념이 철저한 최전방에서 근무를 오래하다보니 휴일에도 비상시에 긴급 출동을 대비해서 부대 근처의 위수지역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상황은 답답함과 지루함 및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교통이 편리한 후방지역인 청주에 근무하는 대대 간부들에게 휴일 당직근무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한 가운데, 기타 간부들은 위수지역을 벗어나 서울 지역 등에 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반드시 비상 발령시에는 시간내 복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한 후의 위수지역 이탈을 묵시적으로 허락했었다.

 

때마침 필자의 특별한 노력으로 사전 계획에도 없던 대대 독신자 숙소(BOQ)를 신축하여 깨끗한 숙소가 준비되어있었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24)] 전투지휘검열도 끝나자 더 바빠진 청원대대(상) 참조) 필자는 독신자 간부들에게 동기들이 방문하는 토요일에 방을 제공하고 모두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양해를 구했는데, 오히려 편하게 다녀올 수 있어서 모두들 좋아했다. 덕분에 방문객들의 숙소는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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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내수읍에 1984년 완공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인들이 찾고 있는 운보의 집 모습 [사진=김희철]

 

■ 대대를 격려 방문할 친구 부부들의 숙소 해결과 충청북도에 명승지가 즐비한 것은 금상첨화(錦上添花)  

 

간신히 친구 부부들의 숙소가 해결돼었고, 금상첨화(錦上添花)로 필자가 근무했던 청주시와 청원군이 포함된 충절의 고장 충청북도에는 명승지가 즐비하여 안내할 곳은 많다는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한반도의 중앙을 동서로 관통하는 소백산맥을 넘어갈 수 있는 대표적인 고개인 죽령, 조령(이화령)과 추풍령이 있고, 청풍명월의 명성답게 충주호, 대청호, 쌍곡, 속리산 법주사, 단양팔경, 상당산성, 초정약수, 운보의 집 등에 많은 관광객들이 사계절 내내 즐겨 찾고 있다.

 

토요일 오후에 도착한 동기들을 우선 청주 시내 구경을 시킨 뒤에 인근의 상당산성을 거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였던 운보의 집과 초정약수로 안내했다.

 

특히 방문한 동기 부부들이 ‘운보의 집’을 찾았을 때 노환에 힘들어하며 아무말도 못했으나 휠체어에 몸을 싣고 산책하던 운보 김기창 화백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왜냐면 한국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 화백은 동기들과의 만남이 있은 뒤 얼마 되지않은 2001년 1월23일 향년 88세로 충북 청원군(현 청주시 내수읍) 자택 ‘운보의 집’에서 숙환으로 별세했기 때문이었다. (하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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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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