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정 대출’ 사태가 우리금융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캐피탈로 조사 범위를 넓힌 결과 14억원 규모의 부적정 대출 취급 사례가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7일 우리금융 계열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수시검사는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도 일어났다는 의혹에 따라 실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올 1월 31일 손 전 회장 처남의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A 법인에 신용대출 7억원을 취급했는데 대출 신청 및 심사 과정에서 우리은행 출신 임직원이 개입했고,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대출금 유용 등의 정황도 확인됐다. 

대출 신청은 우리은행 출신의 A 법인 재무이사가 같은 은행 출신의 우리금융저축은행 부장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직 내 직원이 부적정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A 법인 재무이사와 우리금융저축은행 그룹장 면담이 이뤄진 이후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A 법인 대출금 사용 내역으로 세금 계산서를 제출했으나 실제 자금은 대표이사(손 전 회장 처남 배우자) 개인계좌로 이체돼 개인적 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금융캐피탈은 2022년 10월 21일 손 회장 장인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법인에 부동산담보대출 7억원을 취급했는데, 손 전 회장 친인척이 대출금의 일부를 유용한 것으로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우리금융캐피탈 여신위원회는 해당 법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 신용등급 악화와 담보물 시세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채권 보전 조치 없이 만기 연장을 승인했다. 우리금융캐피탈 여신위원회 위원장은 우리은행 출신의 본부장이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캐피탈은 사업 자금 용도 사용 여부에 대해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대출금 중 일부가 손 전 회장 친인척 계좌로 송금돼 개인적 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및 경영진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를 취하지 않음에 따라 부적정 대출이 계열사로 확대된 것으로 확대됐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로 확인된 대출금 유용 등 위법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관여한 임직원들에 대한 자체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금융그룹 내 구태의연한 조직 문화, 느슨한 윤리 의식과 함께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미작동 등이 금융사고의 예방·조기적발을 저해해 부적정 대출이 계열사로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금융그룹 차원의 조직 문화 및 윤 리의식 등 문제점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미흡한 부분을 신속하게 개선‧강화하도록 지도‧감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