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이슈산책] 시니어 캠퍼스를 짓자

민병두 입력 : 2024.09.18 12:12 ㅣ 수정 : 2024.09.26 14:17

급락하는 서울 합계 출산율, 서울 폐교문제도 현실로 다가와
폐교를 시니어캠퍼스로 대량 공급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의 간격을 줄이는게 국가정책의 목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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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서중 홈페이지]

 

[뉴스투데이=민병두 기자] 서울 경서중학교가 내년에 폐교하기로 함에 따라 도시폐교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80-1990년대 농어산촌 폐교에 이어 2020년대는 6대 도시의 폐교가 본격화되고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점이다.

 

서울에서는 2015년 홍일초, 2018년 은혜초, 2020년 염강초·화양초·공진중, 2023년 도봉고·덕수고(폐교 이전) 성수공고가 폐교했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이 처음으로 학령인구 추이를 분석했다. 미래는 암담하다.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2019년 0.72명, 2020년 0.64명, 2021년 0.63명, 2022년 0.59명, 2023년 0.55명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이다. 

 

2023년 서울의 초중고 학생 수는 78만6880명으로 총인구 대비 8.3%이다. 2035년 예상치는 42만1000여명으로 총인구 대비 4.7%로 줄어든다. 초과분수의 사회이다. 단순한 역삼각형이 아니라 깔때기 모양이다. 백세사회가 도래하면서 미래세대가 증조부모, 외증조부모까지 부양해야 한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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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서울시 합계 출산율 변화 추이. [자료=공공데이터포털/그래프=GPT-4o]

 

2017년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민병두)에서 제시한 방안 중의 하나는 학교아파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초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주교(住教)복합을 생각했다. 학생수가 줄어든 학교를 통폐합하면서, 아파트형 학교를 지어 아래층은 학교로 하고 위에 고층은 주거시설로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방과 후에 학교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뛰어노는 소소한 행복도 기대할 수 있다. 

 

학교아파트는 부정적인 낙인효과가 없고, 학령기 아이들만 있으면 계속 거주할 수 있어 저출산과 주택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작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후에 서울시장 후보, 대통령 후보에 의해서 반영이 되었고 민주당 총선공약 중의 하나로 채택이 되었다. 그리고 서울시교육감이 2023년에 실천로드맵을 제시했다.

 

2022년에 새로 제안한 것이 요양학교였다. 그래도 쏟아져 나올 학교가 너무 많은데 운동장이 크지 않은 학교는 주교복합의 실효성이 없으니 요양시설로 쓰자는 것이었다. 북유럽의 요양마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북유럽은 치매환자들이 동네에서 편의점도 다니고 교제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폐쇄된 요양시설은 이동을 제한하기 때문에 입소자들이 운동부족 근감소 욕창 폐렴으로 죽는 레일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치매촉진원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이다. 

 

학교시설을 요양원으로 쓰면 자녀들의 접근성도 보장되고, 입소자들의 이동성도 담보된다. 학교 담장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국무총리실과 금융위원회가 크게 환영했다. 보험사들이 학교를 요양시설로 위탁관리하면서 생애 후반을 보장하는 보험을 개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관계기관은 금산분리 등 여러 사항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23년에 시니어캠퍼스를 제안한 것은 그래도 폐교가 무더기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에 초중고가 1318개였는데 2035년에는 613곳으로 46.5%만 살아남는다. 영국의 평생교육으로 성공한 사례가 U3A(University of 3rd Age)이다. 일정한 연회비를 내면 전국에 있는 캠퍼스에서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재능을 활용한 강좌를 개설할 수도 있다.

 

도시의 폐교를 시니어캠퍼스로 활용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지금 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은 대학 입장에서 보면 아주 보조적인 시설이다. 시니어 학생들은 대학의 주인 대접을 받지 못한다. 폐교를 시니어캠퍼스로 활용하면 이들이 주인이 된다. 학생 시절로 돌아가 각종 동아리 활동을 할 수 도 있고, 다양한 배움과 교제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삶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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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평균 수명이 길지 않았던 과거 사회에서 은퇴 이후의 삶은 여생을 살다가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퇴 이후의 삶이 더 길다. 그래서 여생을 살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본생(本生)을 살게 된다. 당구장과 산에 가서 남은 인생을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다. 김형석 교수가  돌아보면 60세에서 75세 까지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부모를 봉양해야 할 의무에서 면제되고 직장에서 더 이상의 성과에 구속되지 않아도 되는 시기여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은퇴하는 베이비 부머들은 행복 수명을 80세 까지 연장했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수명 행복수명은 65세 전후이다. 평균수명은 80대 초반이다. 건강수명 행복수명과 평균수명의 간격이 OECD 국가 중에 가장 길다. 다시말해 아프고 고생하다가 인생을 마무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세시대 많은 국가의 목표 중의 하나는 이 간격을 줄이이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생애곡선의 직각화,  즉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짧게 고생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9988234(99세 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고생하고 죽는다)는 것이다.

 

건강수명 행복수명을 늘리는 것이 기대수명 평균수명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하다. 개인도 행복하고 국가의 부담도 줄어든다. 미래세대도 과중한 부양의무의 짐을 덜 수 있다. 대량 폐교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부분인 것만은 분명하다. 역발상을 해보면 다른 나라에는 없는 좋은 시니어캠퍼스가 대량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시니어캠퍼스에서 제2의 학창시절을 보내며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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