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 이주환의 ESG공시 금융]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 국제정합성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7.22 08:44 ㅣ 수정 : 2024.07.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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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굿잡코리아 포럼]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는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모습.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 우리는 지난 칼럼에서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에서 발표한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점검해보며, 지속가능성 공시의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지속가능성 정보 또한 전통적인 재무적 정보와 마찬가지로 정보 이용자 즉, 투자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공시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공시를 통해 제공할 지속가능성 정보 이용자는 투자자다. 투자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도 포함되는데 운용 자산 규모로 따지면 해외 투자자의 운용 자산 규모는 국내 투자자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우리 기업들이 경영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자본을 적시에 조달하기 위해서는 국내 투자자의 니즈만이 아니라 해외 투자자의 니즈도 충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 기업들은 한국의 기업 환경에만 적합한 기준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KSSB에서도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국제 정합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KSSB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의 기후 및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기회에 대해 신뢰성 있는 정보 공시가 이뤄지도록 관련 공시 제도를 수립하고 있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나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수출 기업들이 해외의 규제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간단히 예를 들어 국내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공시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시 기준을 완화해 줬다고 하자. 그런데 유럽에서는 그런 완화 기준을 인정하지 않아서 금융활동에 제약을 주거나 경영 활동에 규제를 걸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유럽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유럽으로의 수출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KSSB가 제시하는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귀찮고 성가신 일이겠으나, 이러한 공시기준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걸림돌 없이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한 것임을 인지한다면 지속가능성 공시를 보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준비할 수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KSSB 또한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요구하는 지속가능성 정보의 수준이 국내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기에 KSSB에서도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개발할 때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할 여러 방안을 고려했다. 

 

먼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의 많은 요구사항을 기업의 역량과 준비 수준, 자원에 따라 적용될 수 있도록 고안했다. 기후 관련 위험 또는 기회가 기업의 재무상태,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 등에 미치는 예상 정보를 공시하는 데 양적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면 질적 정보를 제공할 방안도 허용한다. 이는 곧 구체적인 수치를 측정하고 제공하기 어렵다면 정보 이용자가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는 합리적인 논리를 제시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와 비슷하게 과도한 원가나 노력없이 이용할 합리적이고 이를 뒷받침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하도록 해 특정정보를 얻기 위한 기업의 노력에 한도를 설정해 뒀다. 특정정보를 얻는 데 투입되는 비용과 그 정보를 이용하는 정보 이용자의 효익을 고려해 기업의 판단하에 정보 탐색 범위를 조정해 조사할 수 있다.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기업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외 다른 지속가능성 관련 사안에 대한 공시, 산업기반 지표 공시, 내부 탄소 가격 중 기업이 적용하는 톤당 가격에 대한 정보 공시에 대해서는 기업이 그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공시 첫해에는 전년과 비교 정보 공시를 면제해 기업들의 공시 부담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듯 KSSB는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공시의 부담을 충분히 인지하고 공시기준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해 공시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좋지만 필자는 우리 기업이 지금 조금 더 노력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해외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공시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지금 공시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이후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를 위해서 기업들에만 전적으로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이미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한 지원은 국가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를 성공적으로 해냄으로써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은 상당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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