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일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74조원과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의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 71조9200억원과 영업이익 6조6100억원을 기록한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2.89%, 57.34% 늘었다.
매출액 60조100억원·영업이익 6700억원인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3.31%, 영업이익은 1452.24%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1년새 무려 15배나 급증한 셈이다.
잠정실적이니만큼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실적은 반도체 사업이 이끌었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AI(인공지능) 시장의 급성장으로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회복세에 진입했고 가격 상승 등이 맞물려 반도체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을 점쳤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메모리 5조원 △LSI(대규모 집적회로)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4800억원 적자 등 총 4조5000억원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가격 상승률이 예상치를 뛰어넘은 메모리 영업이익이 5조1000억원, 비메모리 영업이익이 –4320억원으로 적자폭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이 4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회복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예견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생성형 AI 수요를 필두로 한 반도체 업황 회복 추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AI 서버 공급의 지속적인 증가와 이와 관련된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는 AI에 직접 영향을 받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수요는 물론 일반 서버와 스토리지 수요도 함께 늘어 서버 관련 수요는 전반적으로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반도체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시장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기 위해 PC 및 모바일보다는 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서버 및 스토리지 관련 제품 중심으로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실적 견인의 '핵심병기'로 HBM을 지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생성형 AI로 촉발한 수요를 토대로 고부가 제품인 HBM과 서버 SSD 비중을 늘렸고 출하량 확대보다는 ASP(평균판매가격) 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다”며 “2분기에도 1분기와 같은 기조로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상반기뿐만 아니라 하반기, 내년에도 HBM이 반도체 업계 실적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HBM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에 따르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지난해 한 자릿수 후반에서 △올해 20∼25% △내년 3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에서 HBM 비중이 매출 기준으로 △2023년 8%에서 △올해 21%로 3배 가까이 늘어난 후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업계는 HBM 수요 급증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SK하이닉스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44.3% 상승한 12조4296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숫자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올해 하반기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 시장 성장으로 HBM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짧은 기간에 AI 시장이 급속도로 커져 이에 따른 HBM 수요 폭증으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일찍부터 HBM 시장에 대응해 공급망이 가장 크고 설비투자도 지속해 HBM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자”라며 “D램 내 HBM 비중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여 경쟁업체는 시장 초기에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야 주도권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에 맞서 삼성전자도 올해 하반기 기대감을 키우는 호재가 있다.
우선 미국 최대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업계 최초로 개발한 5세대 HBM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HBM 품질 검증을 진행 중이다.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는 상황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듯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우리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 3개 파트너와 협력 중이며 세곳 모두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 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HBM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SK하이닉스에서 독점 납품을 받지 않고 여러 제조사와 거래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엔디비아 간 거래는 시간 문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HBM이 올해 안에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배터리 신화’로 불리는 전영현(64) 부회장 활약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DS 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깜짝 교체했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반도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였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한 전 부회장은 D램·낸드플래시 개발과 전략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고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인 전 부회장이 그동안 축적한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